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오로지 책이 얇다는 이유. 책 한 권 제대로 붙들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던 7월, 나는 아무 부담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책은 무척이나 빨리 읽혔다. 담백하고 과장 없는 문체,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

이 소설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살아가야 했던 아버지의 사연. 아버지가 왜 어릿광대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해가며 역사에 대한 눈을 뜨는 아들의 성장기.

어떤 텔레비전 프로에 소개될 정도로 짤막한 이 이야기는 그러나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역사도 기록하지 않는 독일군 병사의 따뜻한 위로,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고자 대신 죽음을 길을 간 누군가의 아픈 선택, 그리고 그 모든 과거는 필연적으로 현재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는 명징한 인식.

그리고 생각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떻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군가의 시간을 대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

자식조차 부끄러워하는 어릿광대 아버지는,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저마다 자기변명하기에 급급해,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없이 살아가는 지금, 이 짧은 이야기가 주는 감동을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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