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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올드보이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있었던 장면은 오대수가 사설감옥 안에서 자신의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었다. 민혜경의 모습을 보며 수음을 하거나 자신의 악행을 기록하거나, 자신을 단련시키거나 하는 과정에서 나는 갇혀 있는 자의 생활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에 나와 자신의 훈련 성과를 시험할 때,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바라게 되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으면서 나는 조금 짧았던 오대수의 훈련 과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맨주먹으로 벽과 대결해야 하는 오대수의 고독을 이해했고,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실감할 수 없는 두려움을 이해했다. 짧아서 아쉬웠던 영화의 한 부분은 이 소설 한 권 전체를 구성하고 있었고, 그래서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스즈키의 모습에 나는 조금씩 안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복수를 향하는 과정에서 만난 청춘은 멋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과도하게 슬퍼하지 않았고, 세상을 적당히 비웃지만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나름의 규칙을 지키면서도 사회에서 강요하는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스즈키를 훈련하고, 그를 독려하지만 그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지도 않고, 그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딴 생각도 품지 않는 이들. 적당히 건들거리면서 자신의 원칙에 철저한 이들. 나는 늘 이런 청춘을 동경해 왔는지 모른다.
40대의 스즈키가 일본의 복싱 고교챔피언을 이기고 당당히 딸을 향해 나아가고 다시 가정의 평화 속으로 들어가도, 박순신과 그의 일당은 또 다시 세상을 떠돌 것이다. 그들 마음의 폭풍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잠재우면서. 다른 책에서 이들의 다른 모습을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