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 여자로 길러진 남자 이야기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한때, 나는 성(性)과 관련된 모든 특징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다. 여성학 책에서 읽었던 x라는 성별을 알 수 없는-그래서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면서 완벽했던-한 아이의 일상에 열광했고,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아들이냐 딸이냐를 묻지 않고 선물을 사려고 노력했다. 핑크빛이나 파란색보다는 노란색이나 연두색 선물을 사서, 그 친구들의 아이가 여자가 갖는, 그리고 남자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 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기를 기원했다.

이 책은 남자 아이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자라야했던 한 아이에 대한 보고서이다. 어릴 적 포경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그렇게 오래 전에, 이러한 이유로 성전환 수술이 행해졌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놀랍다.)여자 아이의 특성을 강요받으면서 살았던 고달픈 삶. 아이는 스스로 여자임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생각은 의료진에게도 가족에게도 부정당하고 만다. 그러나 결국 아이가 선택한 삶은 남성으로서의 삶이다. 다시 성기 재건수술을 받고, 여자와 결혼해서 단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성에 대한 특징이 환경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의 믿음을 뿌리째 흔들고 만다.

그러나 의학적, 혹은 여성학적 목적 논리를 떠나 이 책을 읽는다면 브루스에서 브렌다, 다시 데이비드로 살아간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우리는 개인의 모든 특징을 억압하는 무자비한 사회 구조의 폭력성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어떤 여성이 만일의 사고로 가슴을 잃게 된다면 그 여성을 남성으로 성전환시키겠느냐고. 그의 질문은 성기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기가 없다고 해서, 남성이 여성인 것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인간의 성의 그저 성기의 유무로만 결정한다. 그래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다른 어떤 이유로(그것에 대한 과학적, 심리적 분석은 내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다) 여성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일부를 우리는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회의 구석으로 밀어내곤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인간의 정체성, 온 몸과 마음으로 그가 느끼는 삶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그저 성기의 모양만으로 한 사람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무서운가.

나는 데이비드든, 브렌다든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만일에 브렌다에게 여자다움을 강요하지 말고, 그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주었다면 그는 그 무서운 수술을 다시 받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남자아이로 태어났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과도한 관념이 그의 모든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도 궁금하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