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7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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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퍼비는 자신의 키가 열 자나 자란 것 같다고 고백을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느낌은 퍼비의 고백과 꼭 같다. 키가 열 자 정도 자란 느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기대했던 것은 극심한 인종차별의 한 복판에 선 흑인, 그것도 여성의 삶이었다. 인간에 대한 차별의 극한에 서 있는 여성이 흑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그 차별의 삶을 어떻게 넘어서는가를 읽어내려 한 것은 그러나 실수였다. 이 책은 흑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폭력에 대한 항거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한 여성의 성장기이다. 티 케이크를 처음 만났을 때 재니가 두 번의 결혼에 실패를 했고, 이미 삼십대 후반에 들었다 하더라도 그를 통해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깨우쳤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아주 울림이 큰 여성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의 핵심은 십 대에 진정한 사랑을 꿈꾸었던 재니라는 여성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서는 그녀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물론 어떻게 보면 그녀가 남자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수동적인 삶이 아니냐고. 그러나 그 많은 오해와 편견과, 사람들의 질시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재니의 인생은 다른 소설 속의 어떤 여성보다도 당당하다. 그래서 티 케이크를 향한 그녀의 총구는 그에 대한 사랑의 절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녀 자신에 대한 믿음의 절정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기 전에 읽었던 허스턴에 대한 많은 정보들, 20세기 초반을 살다간 그녀의 인생은 소설을 읽는 데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흑인 여성 문학에 대한 의미 없는 기대는 버릴 것. 아주 울림이 큰 연애 소설을 기대한다면 책을 덮으면서 얼마쯤 커 버린 자신과, 어떻게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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