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ist 2004-12-27  

꾸벅
올해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지리멸렬했어요. 작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틀 후 폐인(?)이라 불리우는 친구들과 무박2일 여행을 떠나면서 세밑 기분을 만끽했는데 올해는 금, 토, 일 동안 수업 나간 거, 밥사달라고 조르는 취직한 후배 녀석 만나 저녁 먹은 것 말곤 계속 방 책상과 방바닥만을 왔다갔다했어요. 뭔가 꾸미는 일이 연말에 하나 있는지라 그거 신경쓰여 제대로 손에 책이 잡히지는 않고, 두시간짜리 집중력은 이제 한시간 이내로 떨어졌습니다. 그저 손에 잡히는 일. 을 해야겠지요.

개중 킥킥 소리내서 웃을만한 이야기. 한때 제 글에 등장했던 얼굴동글동글한 동갑내기 아가씨와 제 친구가 눈맞은지 이주일만에 세밑 분위기에 동참해서 손 잡고 다닌다 하더군요. 내 일 신경 안 쓰고 남 잘되는 일에 키득대고 있는 거 보면 아직 클렴 멀었나봐요. 키득.

사람들의 공식 이미지. 그런 거 있나요? 뭐 이런겁니다. 매너가 조선남자님을 떠올리면 담배 꼬나물고 싱긋 웃는 사진 속 모습을, 마태우스님을 떠올리면 제가 찍은 흑백사진 속에서 돌아보는 모습을, 진/우맘님을 떠올리면 숨책 서가에서 책에 둘러싸인 모습을 떠올리는거. 대개는 제가 찍은 사진 속의 사람들 모습이에요. 근데 선인장님 공식 이미지는 재미나게도, 저 위에 '사막에서 꾸는 꿈'옆에, 목도리 동여매고 갸날픈 표정 짓고 있는 모습이에요. 바람구두님의 능력에 새삼 다시 놀라게 되네요. 헤헤... 이의 없으시죠? 아직 쏙 맘에 드는 사진이 없으시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저 이미지 고수하렵니다.

정릉 산비탈에 지어진 동향 집이라 겨울이 되면 스산해요. 지금도 방탄조끼 껴 입고 언 손 호호 불며 책상앞에 앉아있답니다.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 =)

 
 
mannerist 2004-12-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문금추. 라는 사람 혹시 아시나요? 모처에서 '편집자' 타이틀을 단 누이 이름을 보고 깜짝. -.-

선인장 2004-12-2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크리스마스에 모인 사람들과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뭘 했었지, 생각했더랬어요. 근데 그게 잘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아마도 내년에도 그럴 것 같아요. 어차피 남의 생일인데, 뭐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도 없는데, 그래도 허전한 사람들 몇 모여, 술잔을 기울였지요. 그 자리에서 누구는 문광부 장관이 되었고, 누구는 영진위 위원장이 되었어요. 우리는 문화예술계의 구조를 온통 바꾸고, 연극판과 영화판과 문학판을 들었다놨다 했지요. 그리고 새벽, 돌아가는 뒷모습은 모두 허전하기만 했어요.
누군가 나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그건, 실제의 나와 참 많이도 다를 거에요. 언제부턴가 날 아는 지인들은 나를 볼 때마다 살 쪘구나, 하지요. 실제로 몸무게는 하나도 늘지 않았는데요. 그들의 기억 속에 나는 실제의 나보다 훨씬 더 깡마르고 비실비실한 아이인 거죠. 그러니 저 이미지의 나는 또 실제의 나와 얼마나 다를까요?

정문금추, 이상하게도 처음 들어본 말인데, 이상하게도 낯이 익어요. 그걸 어디서 봤지요?

선인장 2004-12-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확인해 보니, 울 후배가 그런 닉을 쓰고 있네요. 그런데, 내 이름이 편집자로 쓰일 일은 없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