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게 시작하고 싶은 하루였지만 

짜증내는 목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는 아들 

더불어 내 기분마저 엉망이 되고 

그렇찮아도 흐린 아침 공기가 

쓸쓸하게 보인다. 

느적느적 학교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오후에는 기분이 나아져야할텐데... 

 

기분좋게 맞이하고 싶었는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그러진 표정이 

펴지질 않는 아들의 태도에 

급기야 내 목소리가 커지고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들을 

억지로 대문밖으로 떠밀어버리고 

문을 잠궈버린 소리가 들린후에야 

아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못했다는 말을 연거푸한다. 

 

결국 오늘도 내가 먼저 

어른인 내가 먼저 

엄마인 내가 먼저 

참지 못하고 

윽박지르는 것으로 상황을 끝맺고야 말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를 둔 

아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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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구름이 하늘을 덮길래 

오랜만에 아침에 내리는 비를 구경하나 싶었다. 

그러나 서너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밝은 아침햇살이 쫘악 내리고 

나는 내일 

'어제는 비가 내렸죠'라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노란 벽지 사이에 스며드는 햇살이 

예쁘다 예쁘다 했지만 

가끔  

우울해지고 싶을 때는 

아침부터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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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은 컴으로 가득차 있다. 컴 폐기물과 그 부산물들의 폐기물까지 지구는 몸서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이상 컴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단순히 글자 몇 입력하던 시대를 지나 자고나면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김영하의 퀴즈쇼는 이런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고 하겠다. 컴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려서 컴이 현실인지, 현실이 컴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런 세상. 자신의 이름외에 닉네임이라는 독특함으로 불려지면서 현실의 구질구질한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컴. 생각할 수록 컴의 등장은 놀랍기만 하다.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여기저기 자신의 존재를 암시하지만 진정 자신이 살아있는 곳은 인터넷속이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는 노력조차 하기 싫지만 인터넷세상에서 온 힘을 쏟는 그런 남자이지만 

자신이 파놓은 그런 덫속에 갇혀버리고 마는 그래서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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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나서 이해하지 못했던 언어들로 머리속이 요동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 

무덤덤한 펜의 놀림은 오히려 글 속으로 더 빨려들어가게 만들었다. 

간결함은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은 구차한 수식어가 없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 

1권과 2권에서 보여주는 충격적인 내용은  

그 충격을 다 흡수하기도 전에  

그 시대의 아픔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전쟁때문에 버려져야만 했던 아이들 

무엇때문인지도 모르는 전쟁때문에 전장에 나가야 했던 남자들 

그리고 남아서 지독한 가난과 싸우며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했던 여자들 

전쟁이 남긴 것은 새로운 사회일 뿐이고 

그 사회에 저항할수도 없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어릴적부터 몸담아온 그 환경에 그대로 적응해버린. 

3권에서 드러나는 거짓말은 

세가지가 아니가 100가지도 넘는다. 

루카스의 망상속에 

클라우스의 상상속에 

그들의 삶은 희망섞인 거짓말과 

고통에 짓이긴 거짓말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다. 

그것이 시이고 소설이었다 할지라도. 

아버지를 죽인 것은 쌍둥이의 계략이 아니고 

어머니. 

남편을 독살했다는 할머니는 

어머니의 대체물이며 

불구인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루카스는 

자기 자신이 불구이며...등등등 

수많은 거짓말과 수많은 진실때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뭘 어쩌자고 

이런 소설을 쓴 것인지 헷갈려하다가 

내가 방황하듯이 주인공도 방황하다가 

그럴듯한 맺음도 없이 방황하다 끝나버린다. 

게다가  

작가가 여자라는 사실이 놀랍다. 

변태적인 성향의 여자들, 여자를 무조건적으로 성적인 도구로만 몰고가는 소설은  

거의 남자 작가였는데 

여자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가장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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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블로그 

 

어느곳에서 날아든 것인지 모르는 님들이 가득 

좁혀져버린 문자로 마치 어제처럼 인사하고 

대면하면 복잡해지는 머리때문에 

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타자한다. 

내 문자에 보여지는 호응에 미소지으며 

살짝 덧칠을 시작하고  

다듬고 심고 물주고 

있지도 않았던 씨를 땅에 묻고 

새싹이 돋아나는 기쁨까지 공유한다. 

그 새싹이 꽃을 피울 때는 

내 문자의 화려함은 꽃보다도 진해진다. 

레알 고민도 털어놓고 

가짜 고민도 만들어 

진심어림 충고가 담긴 문자를 흡수하며 

나의 대한 관심에 흐뭇해한다. 

모니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좁은 방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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