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경문수학산책 11
K.C.콜 지음, 박영훈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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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렸다지만, 그래서 아름답다는 평가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수학은 '아름다운' 종류는 아닌 것 같다. 가장 큰 책임은 이 책의 한글 제목을 붙인 출판사 측에 있지 않을까 한다. 경문사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책들을 많이 펴낸 좋은 출판사다(예를 들자면 '수학: 양식의 과학'). 하지만 이 책은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을 붙이기엔 너무 못생긴(?) 수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책 초두에 수학이 골치아픈 '수'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였지만, 결국은 우리 일상 가까운데 난무해 있는 수에 관한 이야기들(측정, 확률, 통계 등등)을 말하는데 그치고 있다.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데 수학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용될 수있다는 사실이나, 확률 또는 통계를 통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못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녕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수학이 그 분야에 기여하게 된 사례들에 대해 독자를 무시하지 말고 실제로 수학이 그런 현상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그려내었고 어떤 논리적인 질서를 찾아내었는지를 더 말해주었어야 한다. 물론 자칫하면 딱딱하고 골치아픈 글로 전락할 수 있다. 그걸 일반 독자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것이 이런 책의 저자가 할 일이 아닐까 (경문사의 다른 책들을 보라).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진짜 수학 이야기가 시작될 만한 시점에선 얼른 꼬리를 감추고 다음 이야기를 꺼내는 식으로 정말 아름다운 수학 보여주기를 주저하는 듯 보인다.

물론 이 책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수학을 우리 일상에 가까운 친숙한 것으로 연결하고자 애쓴다는 점이다. 또한 자연과학과의 연계 뿐 아니라, 투표 이론을 중심으로 사회과학과 수학의 연계를 언급하고 있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수학을 들고 '너무나 아름답다'고 부른다면 수학에 대한 예의가 아닐 성 싶다. 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과 뇌더의 이야기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내 노력이 부족해선지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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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100년의 사상
미야타 야하치로 지음, 김영철 옮김 / 일빛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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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피상적인 경영학 지식을 갖고 있는 나는 책 제목에 매력을 느꼈었다. 경영학의 역사를 꿰뚫는 안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경영학의 고전들을 뽑아서 각 책별로 (마치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느낌을 적어놓은 감상문 모음이다. 물론 그 형식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저자의 안목이 그다지 깊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여러 책들을 짧게 (대개 10여쪽씩) 소개해 나가면서 저자는 기분 내키는대로(?) 내용을 상세히 풀어쓰거나 단지 줄거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현 일본 경영학의 상황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늘어놓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갖고 있는 관점은 경영학이란 사람을 다루는 것으로 이론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폭넓게 사회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도덕적 (종교적?) 영역까지를 포괄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그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저자가 원한 것이 경영의 사상, 경영의 철학이었다면, 경영학의 고전보다는 역사상 훌륭한 경영자들의 자서전들을 모은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저자가 칭송하는 책들은 대개 실무로부터 끌어낸 경험을 담은 것들이고(테일러, 포드 등), 비판하는 책들은 '학구적인' 것들이다 (허버트 사이먼, 마이클 포터).

내가 경제학자라는 데서 발동한 방어본능이겠지만, 저자의 경제학에 대한 태도는 적대적이다. 사실 경제학과 경영학이 우호적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알고 있는 경제학과 경영학은 그런 대화가 시작되기 전의 기간에서 멈춘 듯하다.

저자의 경제학은 케인즈와 신고전파를 거쳐 신고전파 종합에서 멈추고 있으며(이들은 경영학과는 큰 교류가 없을 거시경제학 분야이다), 저자의 경영학은 생산관리, 조직론, 회계, 전략을 아우르지만 정작 재무관리나 기업지배 논의를 빠뜨리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주주 지배'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주주 지배를 사상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저자의 자유이지만, 이 책의 의도에 충실하려면 젠센, 메클링, 모딜리아니, 밀러 등의 기업지배 이론을 언급했어야 한다. (아, 지금 언급한 학자들은 '책'보다는 '논문'을 주로 쓴 세대들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어 원전을 번역하다 보니, 가끔 어색한 일본식 표현이 등장하는 점도 흠이다. 한 예로, '참입장벽'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 '진입장벽'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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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왜? - 두 위대한 철학자가 벌인 10분 동안의 논쟁
데이비드 에드먼즈 외 지음, 김태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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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다큐멘터리 작가와 PD이다. 이 점은 책의 스타일에 대해 많은 것을 이미 알려준다. 잘 만들어진 TV 다큐멘터리처럼 짜여진 이 책은, 약간이라도 현대 철학에 관심 가진 이들의 흥미를 끄는 한 사건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이어지는 여러 증인들과의 인터뷰 장면은 물론 실제 TV 다큐멘터리였다면 아주 생동감있었겠지만 문자매체인 책에서는 약간 혼란스럽다. 다행히 이 책은 문자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틈틈히 풍부한 사진 자료를 첨부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여전히 독자는 본문과 사진들을 스스로 찾아서 연관시켜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물리적 폭력을 동반된(?) 두 위대한 철학자간의 10분간의 논쟁에 대한 소개와 증인들 인터뷰에 이어, 이 책은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 고리인 버트란드 러셀을 소개하고, 곧이어 두 주인공의 전기(biography)로 그 정체를 바꾼다. 학문과 예술의 기운이 넘치던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라난 개종 유태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포퍼와 비트겐슈타인이 어떻게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말하자면 책의 대부분은 두 위대한 지성에 대한 '동시상영' 축약본 전기인 셈이다.

물론 첫 장면에서 지나친 기대를 품지만 않는다면 매우 읽기 쉽게 잘 씌어진 책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몇가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책의 모티브로 사용된 부지깽이 사건은 비록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사실이지만, 좁은 방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여러 증언이 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저 하나의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포퍼는 비트겐슈타인을 대단한 적수(?)로 생각하고 이 날의 만남을 준비하였을 뿐 아니라 후에도 이 사건을 인생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생각하였으나, 비트겐슈타인에게도 과연 '부지깽이 사건'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던 건지 적어도 이 책이 알려주는 바에 의하면 의심스럽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제목은 비트겐슈타인의 부지깽이다. 단지 그가 그걸 휘둘렀다는 이유로 (그가 부지깽이를 그런 식으로 만진 것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세째 불만은 이 책의 중심 메시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포퍼와 비트겐슈타인 개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평소 이들의 사상을 잘 몰랐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에 회자되는 위대한 지성들을 마치 한 번 정도는 만나본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문제는 마치 이들의 중요한 사상이 이 책이 설명하는 그런 개인적 정황들에 의해 전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책을 '쉽게' 쓰려는 노력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평소 이들의 사상을 잘 몰랐던'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들의 사상에 대해 크게 알게 된 것이 없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러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고, 포퍼 사상에 대해 약간 알고 있었고,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는 별 아는 바가 없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상태는 여전하다.)

이 책은 포퍼를 훌륭하지만 컴플렉스에 시달린 인물로, 그래서 비트겐슈타인과의 만남에 대해 과장 내지 거짓말까지 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비트겐슈타인은 (주위 인물들의 입을 빌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천재로 묘사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왠지 책의 논조는 비트겐슈타인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면서도, 인물의 개인적 내면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는 포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포퍼가 자서전에서 거짓말(?)을 쓴 것은 과연 불완전한 기억 때문인가, 아니면 20세기 철학의 유명한 한 스캔들마저도 '반증가능한' 사건으로 만들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고자 했음인가...이 책의 내용이 TV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면 아주 훌륭한 교양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에서 TV교양물보다는 좀 더 수준 높은 내용을 기대한 것이 무리였을까? 즐겁게 읽었으면서도 남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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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 잠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 참 우리 고전 4
홍대용 지음, 김태준.박성순 옮김 / 돌베개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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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홍대용의 북경여행기인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방대하다. 중요한 내용들은 이미 아래 서평을 쓰신 독자께서 잘 소개를 하였으므로, 오히려 나는 개인적인 감상을 통해 아직 읽지 않은 분들께 책의 분위기를 전할까 한다.

나는 사실 실학자들이건 우리 고전에 대해서건 크게 아는 바가 없다. 예전에 홍대용에 대해서 배웠을 것이고, 아마도 이 여행기에 대한 언급을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기억에 없다. 다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또 다른 실학자이자 홍대용과 절친했던 박지원의 글을 읽은 후였다.

연암 박지원이 날카로운 상황 인식과 절묘한 표현력을 가진 운치 있는 선비라면, 담헌 홍대용은 그야말로 정도(바른길)을 중히 여긴 기개높은 선비라고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은 원전을 상당 부분 줄여가면서 현대인을 위해 부드럽게 다듬었다고는 하지만, 양도 많고 생소한 표현들이 만연해서 읽기에 쉽지는 않았다. 초반부에서 다양한 인물, 풍경, 구경에 대한 묘사들은 이 여행이 저자에게 얼마나 새롭고 흥분되는 것인지를 알려줄 뿐 그 내용이 속속들이 나에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초반부 말미에서 천주당에 나가 서양인들을 만나고 대화한 내용들부터가 비로소 관심가는 부분이었는데, 홍대용이 단지 옛글에 사로잡힌 선비가 아니라, 사물의 실상을 파헤치고자 하는 과학적 태도를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홍대용은 서양인들의 태도와 예법에 적잖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에서 나로 하여금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 부분은 중반부를 넘어서야 등장하는 엄성과 반정균이라는 두 중국 선비와의 만남이다. 첫만남 후부터 후일 다시 만날수 있을지 기약하지 못하여, 슬퍼하다 못해 눈물까지 보이는 이들의 행적에는 다소 놀랍기도 하였다.

하지만 마지막이 아닐까 조마조마하여 매번 영영 이별하는 것을 슬퍼하면서 수 차례 다시 만날 때마다 기뻐하고, 온갖 회포를 풀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우정을 즐거워하는 장면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것이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 사이에 단지 붓으로 종이에 글을 써서 대화한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만남의 초두에 언급되었던 육비라는 선비마저 극적으로 함께 하게 된 장면에서는 (좀 과장스러울지 모르나) 감격적이기까지 했다.

이미 박지원이 홍대용에 대해 쓴 글에서 중국 선비들과의 우정을 부러워한 대목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서야 정말 이것이 사람의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애지기의 만남임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비록 시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지금이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우정이 가능한지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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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고전적 및 현대적 관점 - 현대과학신서 9A
G.가모프 지음, 박승재 옮김 / 전파과학사 / 197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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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심풀이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가모브의 다른 대중저서(톰킨스씨의 여행류)에 비해서 다소 딱딱한 느낌도 드는 편이다. 하지만 대학 3학년 이후로 물리학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는 나도 흥미있게 읽을 정도로 씌어 있으니, '중력'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관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책은 얇고 부담스럽지 않다. 약간의 집중은 필요하지만 한 번에 한 장(chapter)씩 읽어나가면서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 하나를 차근차근 역사적으로 따라올 수 있다.

크게 보면 갈릴레오에 의한 보편적 중력의 발견, 뉴튼에 의한 만유인력의 원리 발견, 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의 현대물리학까지 큰 줄기들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모브가 다른 저서에서는 수학공식 사용을 극히 자제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된 설명 내용이 결국 중요한 공식들로 표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회피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물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건조한 공식 유도와 달리, 가모브의 설명은 친절하고 새롭다. 가모브의 글쓰는 재주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인가보다.

현대물리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책의 내용은 뒷편으로 갈수록 약간씩 어려워졌다. 아마 가모브가 이 책을 쓴 이후에도 새로운 이론적, 실험적 발전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구상에 사는 사람으로서 물리학이 그동안 이룩한 성과를 더듬어보는데에 이 책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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