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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작은 한 걸음 - 지식의 숲 05 ㅣ 산하 지식의 숲 5
뮈리엘 쥐르셰 지음, 마리옹 퓌에슈 그림, 이효숙 옮김 / 산하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적당한 책 크기, 두껍지 않은 쪽수, 산뜻하고 밝은 그림, 적당히 큰 글씨. 겉으로 보기에도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그림체로 봐서는 여자애들이 더 좋아할 것 같네요. 더구나 표지 안쪽 속지도 분홍색이거든요.
내용도 너무 깊지 않으면서도 알려 줄 건 다 알려 주네요. 최신 내용까지 다루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침술이나 한약 같은 걸 대체 의학으로만 표현한 건 뭐 서양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다만 번역책의 한계랄까?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여튼 그런 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17쪽 다양한 식품군이 제공하는 영양에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빵, 곡류, 감자, 말린 채소
가 들어 있습니다. 말린 채소가 탄수화물 공급원이라는 건 처음 알았는데 문제는 밥이 없고 빵이 들어 있다는 거예요. 우리에게 탄수화물 주 공급원은 아직까지는 빵이 아니라 밥이죠.
반면 18쪽에는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밥이나 국수류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19쪽으로 가면 또 얘기가 달라지네요. 19쪽에는 균형 있는 식단이라면서 예로 든 게
토마토 샐러드, 생선, 버터에 볶은 파스타, 흰 치즈로 된 식단
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한국의 보통 사람이 이 식단대로 먹을 일이 몇 번이나 될까요? 이걸 균형 있는 식단이라고 배운 아이는 밥과 김치로 되어 있는 식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이런 부분도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바꿨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려서 읽은 번역책에서도, 어 이건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다 생각한 일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이 책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겉도는 느낌이요.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거죠. 이런 면에서는 국내에서 기획하고 만든 책에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상자 안에 든 설명 같은 부분에서는 첫 줄 들여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색하고 읽기에 불편합니다. 요새는 정말 첫 줄 들여쓰기 안 하는 책이 많아요. 그리고 책 뒤에 따로 설명을 붙여 둔 낱말은 본문에서 글씨색을 자주색으로 했는데 이게 인쇄 상태가 좀, 선명하지 않고 약간 뿌옇게 인쇄됐어요.
그래서 이 책에는 별을 세 개만 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입 번역책이기 때문에 나은 점도 있더군요.
- 31쪽 에이즈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성 관계시 콘돔 착용 얘기가 나옵니다. 그림도 있어요. 뭐 딱히 야하게 보이거나 거부감이 들진 않습니다. 하지만 에이즈 관련해서 콘돔 그림이 두 번이나 나오니까 그런 걸 애들에게 보여 주기 싫으면 이 책 사면 안 되겠죠.
- 50쪽 우리에게는 통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네요. 이 나라에서는 매우 낯선, 더구나 어린이에게는 더더욱 낯선 권리 얘기가 이 책에는 종종 나옵니다.
- 53쪽 마음이 아픈 병, 정신 질환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 60쪽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 67쪽 간호사, 물리치료사를 전문가라고 표현했네요. 오!
- 96쪽 무시무시한 광우병에 관한 설명이 몇쪽에 걸쳐 나옵니다.
이런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기획하고 만든 어린이용 책에서는 보기 힘들잖아요. 부모님이 우울증을 앓아도 자녀들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든가 하는 내용 등 어린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린이의 감정을 배려하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그래서 별 하나를 다시 보태 별 네 개를 줍니다.
그런데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 돈을 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든가, 광우병이 무시무시하다든가, 광우병은 예방하기 힘들다든가, 광우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있는 소고기를 나라들끼리 사고팔아서 병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든가, 수입되는 소고기를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든가,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 때문에, 혹시 반자본주의, 반정부, 허위사실 유포라고 불온 서적 딱지가 붙을까 조금 걱정되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