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도 슬픔이 - 청년사 만화 작품선 03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어려서 영화로 봤다. 사실 원작 일기를 사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대신 만화를 사게 됐다. 왠지 만화는 좀 덜 슬프지 않을까 했다.

영화는 보면서 울었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는지 만화는 보면서 울지 않았다. 아니면 감정이 그새 메마른 걸까? 난 차라리 본 내용보다는 맨 뒤에 실린, 만화가가 어린 시절 원작 일기를 읽고 영화를 보고 느낀 걸 그린 짧은 만화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주인공 이윤복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비록 원작 일기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 대본을 쓴 작가가 대본을 쓰기 위해 이윤복이 사는 집과 마을과 학교를 직접 찾아갔던 얘기를 쓴 글 (헌팅 일기)을 읽었는데, 이 만화의 느낌과는 좀 다르다.

이 헌팅 일기에 따르면 이윤복이 다니는 학교의 다른 선생님은 윤복이를 도와줬고 장학 사업을 하고 있는 김동식 선생님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일부는 윤복이의 아버지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집이 왜 그렇게 가난해졌고 엄마는 왜 가출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생활 전선에 몰려 있는 어린 윤복이를 둔 아버지의 생활 태도에 대해서도.

어려서 영화를 볼 때도 부모란 사람이 왜 저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커서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지고 다른 얘기도 더 읽고나니 윤복이의 부모에 대한 평가가 좀 더 가혹해진다.

그래서 만화가가 슬픔보다는 희망에,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에 초점을 두고 만화를 그리지 않았나 싶다. 원작 일기에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 만화만 두고 본다면 윤복이 아버지에 대해서는 찬사에 가까운 묘사를 하고 있다.

어린이에게라면 그냥 이 만화만 읽게 해도 할 수 없지만, 어른이라면 그 뒤의 얘기에 대해서도 읽어 보길 바란다. 이 만화에서처럼 현실, 특히 어른들의 현실이 그렇게 따뜻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고 끝이 그저 좋기만 한 건 아니었으니까. 돈을 좀 보태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http://www.shinb33.pe.kr/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대본을 쓴 신봉승의 누리집으로, 위 메뉴의 시나리오에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 항목에 들어가면 아래쪽에 영화 대본 작성을 위해 윤복이가 사는 곳을 찾아가 썼던 헌팅 일기 3일치를 읽어 볼 수 있다.

http://www.jungpd.co.kr/board/spboard/board.cgi?id=m&action=view&gul=53
정길화 PD의 누리집으로, 이윤복이 죽은 뒤 그의 부인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윤복은 1990년 30대 젊은 나이에 간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너무 못 먹고 고생을 해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게 아닌가 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끝으로 인쇄질은 90점 정도. 인쇄 실수로 추정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화질이 다른 쪽보다 떨어지는 데가 몇 쪽 있긴 한데 이건 인쇄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만화 원본 자체가 안 좋기 때문에 거기만 화질이 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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