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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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개인마다 그리고 있는 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물론 무교일지라도, 막연히 '신이라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고 한 번쯤은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교인 나 또한 신이 있다면 다 늙어빠진 산신령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수 없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젊고 듬직한 미남형보다 늙고 힘 없는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겐 좀 더 합리적인 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에서 인용한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볼테르가 말한 대로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신을 믿든 안 믿든 말이다.


  이 소설은 전처와 이혼 후 재정 악화로 살고 있는 집과 운영하는 심리상담소의 월세도 채내지 못하는 야콥이 자신이 신이라 우기는 한 광대 아벨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리 상담사인 야콥에게 자신의 상담을 부탁하는 자칭 신이라는 작자는 그저 정신 이상자로 보일 뿐이다. 세상에, 자신이 인간을 창조한 신이라니, 심지어 자신이 잠시 인간 아벨의 몸 속에 들어와 지내는 것이라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야콥은 이 정신 이상자(혹은 신)을 상담해 주기로 한다. 어찌 되었든 광대이자 정신 이상자로 보이는 이 아벨에게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신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한 광대의 속임수인지, 아니면 정말 신의 초월적 능력인지 아벨도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신이라는 작자가 인간이 품고 있어야 할 인간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고, 언젠가 사라져 혹은 죽어 없어질 것 같으니 도와달라니. 이럼 참. 그야말로 어이없는 신의 모습이다. 주인공 야콥도 나와 같이 아벨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지만, 그를 돕기로 한다. 어차피, 그는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심리상담사였으니. 치료의 목적으로, 냉소적인 심리상담사와 한 광대의 동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동행을 하며 야콥은 아벨의 여러 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이는 정말 실력 있는 광대로써의 능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야콥은 아벨을 믿게 되고, 자신의 전 처도, 가족도 귀찮아 하던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이는 그에게 엄청난 변화일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귀찮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야콥도 어느새 그들의 행복을 축복해 주고 있다. 아벨과의 경험에서 돈도 사람도 떠나간 인생의 위기에서 야콥은 인생의 행복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듯 싶다. 이는 신 혹은 광대 혹은 친구였던 아벨이 야콥에게 주신 가장 큰  변화이자선물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 '이런 어이없는 정신병자같으니라고!'하는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과연 아벨은 신이었을까?'하고 생각에 잠겨있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어졌다. 한편, 다시 이 책의 첫장으로 돌아와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은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 수수께끼같은 한 구절부터 시작되었다. 야콥이 만난 그 광대가 정말 신인지는 그 광대 외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능력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야콥이 만들어 낸 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가 무엇이었든, 그가 짧은 기간동안 야콥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사실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나만의 신을 만든다면 인생의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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