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의 애정

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연애소설을 좋아하는가? 아마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반이 아닐까. 난 그 반 중에 싫어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싫어하지 않았는데. 하는 씁쓸한 생각에 너무도 오랜만에 연애소설을 집어든 것 같다. 남, 녀가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혹은 그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고. 그저 뻔한 이야기들뿐이다. 하기야 남자 반, 여자 반인 이 세상에 연애를 아주 흔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왕 오랜만에 읽기로 한 것 이런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집어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수상작 없음’이라는 글귀이기 때문이다. 요즘 출간되는 소설들 중에 대부분이 상을 받은 작품이나 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상작 없음이라는 저 타이틀이 더 눈에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 평소에 잘 읽지도 않는 연애소설에 그것도 수상작도 없는 난생처음 들어 본 작가의 소설. 과연 이 소설은 재미가 있을까? 슬슬 입질이 오지 않는가?

  5년 헤어진 그녀로부터 문득 전화가 왔다. ‘오늘 너와 헤어지고 100번째 만난 날이야.’ 약간은 어이가 없는 전화. 그녀는 과연 그에게 왜 전화를 했을까? 문득 그가 그리워져서? 그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5년 전 그녀에게 배신을 당한 그에게 그녀의 전화는 난감하고 분하기도 하면서 반갑기도 하다. 헤어졌음에도 100번이 넘게 서로 마주 친 그들. 서로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이 책 안에 들어있다. 과연 그들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5년 전, 마사히라는 애인인 아키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사히라는 사랑하고 또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애인인 아키라에겐 다른 남자가 있고 그 남자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져 헤어지고 만다. 그런 말을 듣고 마사히라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계속 그녀를 믿었을까. 아니면 정말 뼈져리는 배신감에 사무쳐 돌아설 수 밖에 없었을까. 참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짧은 소견을 말하자면, 굉장히 특히한 연애소설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 여자를 시점으로 한 연애소설들이 많았는데, 그 시점이 이번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수수께끼같은 그녀의 속마음을 추측하는데 여력을 다했다. 무엇보다 ‘수상작 없음’이라는 타이틀임에도 꽤나 잘 읽혔다. 초반엔 진부한 스토리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점점  알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이 궁금해져 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겐 연애소설이 어울리지 않나보다. 분명 잘 읽혀졌음에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드라마에 나옴직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사실 뻔하지 않은 연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뻔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연애소설인 것 같다. (특히나 그 알 수 없는 점쟁이 선생님(?)이 나올 때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연애소설이라면 미친 듯이 찾아읽는 분이라면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좀 더 특별하고 특이한 것을 원하는 (까다로운) 내가 보기엔 역시나 그저 그런 연애소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