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하 진 지음, 김연수 옮김 / 시공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기다림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림은 곧 설렘이라 답을 했다. 각자에게는 수많은 기다림이 있을 것이다. 빨리 그 순간이 왔으면 하는 아주 초조한 기다림도 있을 테고,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며 매우 행복해 하는 기다림이 있을 것이다. 어떤 기다림이든 그 기다림은 내겐 항상 설렘이라는 감정을 주었다. 그래서 인지 이 책 역시도 설렘이라는 감정을 갖고 읽게 되었다.



  중국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쉽지 않은 소설이 어디 있겠냐마는 중국소설은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거의 500쪽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너무나 잘 읽혔고 마지막 순간에는 많은 생각들을 남게 했다. 기다림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남겼다.



  첫 장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자신의 아내와 이혼하기 위해 매년 여름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군의관 쿵린. 그리고 항상 남편의 뜻을 따라 이혼을 하려고 하지만 매번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는 린의 아내인 수위. 애초에 그들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게 없었다고 한다. 부모의 뜻으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쿵린은 도시에서 만난 간호사 우만나에게 반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아내인 수위와 이혼을 하려고 한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쿵린과 수위는 이혼하게 된다. 쿵린은 이어 우만나와 결혼하게 되지만 결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생각 끝에 그는 우만나를 사랑한 것이 아닌 단지 반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겐 이미 두 아들이 있었고, 우만나는 심장병으로 앞으로 몇 년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쿵린은 다시 수위와 그들의 딸인 화를 찾아간다. 쿵린은 그들에게 용서를 빌고, 언젠가 자신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 때 자신과 두 아들을 받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보, 날 기다려줄 수 있겠소? 곧 당신에게 돌아오리다. 여적, 여적 우린 한 가족이잖소. 날 버리지마. 만나는 오래 살아봐야 일이 년이야. 오, 어떻게.... 어떻게 내가 쌍둥이를 키우느냔 말야.”-p.473

“아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아빠.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아빠를 기다릴 거에요”-p.476


  그렇다면 작가가 전하려는 ‘기다림’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쿵린과 우만나의 은밀한 만남(?)과 수위와 이혼하려는 쿵린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앞부분의 내용을 본다면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기다리는 17년의 기다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기다림이 그것이 전부였다면 나는 이 책에 대해 몹시 실망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빠를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화의 마지막 말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기 전 설렘이 곧 감동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하는 설렘이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정말 멋진 책이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을 버린 쿵린을 원망할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고 기다린다는 수위가 어리석게 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위가 쿵린을 원망했더라면 이 책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지 못 했을 지도. 수위의 기다림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기에 더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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