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 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데도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많은 분들께서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를 많이 알고 계셨고, 그의 작품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기에. 게다가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그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유명한 그인데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본다는 사실이 겁이 나면서 기대가 컸다. 허나 너무 복잡한 미로를 돌고 있는 느낌을 준 책이었다.
아주 복잡한 미로 속을 돌고 돌아도 똑같은 자리에, 또 한 번 돌고 돌면 막다른 길에 몰리는 그런 미로를 헤매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미로를 통과하면 아주 멋진 환상의 땅이 나를 반겨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미로 속을 나는 이 책 안에서 헤매고 있었다. 오르한 파묵의 다른 작품들로 그의 책을 이해하는 법을 조금 예습해둘 걸..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했다. 그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왜냐하면 나 자신이 되지 못하면 그들이 원하는 내가 될 것이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그런 사람은 견뎌낼 수 없으며 그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느니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으니까. -p.258
이 책에선 내가 내 자신이 된다는 의미의 구절이 굉장히 많다. 위에 내가 옮긴 글 역시도 굉장히 아이러니한 글귀이다. 내가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아직도 아이러니한 글귀 속엔 아련한 의문들이 남아 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갈립이 갈립의 아내인 뤼야와 유명한 칼럼작가이면서 뤼야의 의붓오빠 제랄이 함께 사라진다. 갈립은 그들이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찾아다닌다. 갈립이 그들을 찾기 위해 다니는 곳들은 항상 터키 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가 따라다닌다. 이스탄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 중 하나였다.
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점에서 터키 이스탄불의 풍경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한 몫 한 듯하다. 터키라는 낯선 땅에서 뤼야와 제랄을 찾는 갈립도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듯 했다. 또, 내가 이 책을 읽다 멈칫하게 된 것 중 하나의 이유가 각 장마다 시점이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홀수 장(1,3,5...장)은 갈립의 시점인 듯 했고, 짝수 장(2,4,6...)장은 칼럼작가 제랄의 시점인 듯 했다. 하지만 짝수 장에선 나 자신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의아했다. 아직 1부밖에 보지 못했으니 그 의문과 미로의 끝은 3부에서 잘 마무리 되리라 생각한다.
몇 번이고 이 책을 손에서 놓았다 들었다 했다. 이 책은 읽기에 어렵다는 핑계로 손에서 놓았다가 후의 이야기와 오르한 파묵의 입담에 이끌랴 다시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어요~’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적어도 내겐) 읽는 도중 많은 위기가 있었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많은 어려움과 이 미로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도중에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르한 파묵의 입담은 이 책으로 또 한 번 보증된 것 같다.
오르한 파묵. 오로지 그의 입담만으로 이 책을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많은 부분들과 몇 번이나 이 책을 덮게 한 많은 이유들이 앞으로 오르한 파묵의 책을 읽는데 장애물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2부를 채 보지 못한 채 미로 한 가운데 서 있는 지금, 이 책의 결말을 본다면 감회가 다르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로의 끝을 알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려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