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허들 - 1리터의 눈물 어머니의 수기
키토 시오카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아주 태평스러운 한 때 우연히 TV를 보다가 1리터의 눈물이라는 일본드라마를 봤다. 1리터의 눈물이라는 책은 소문으로 들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 드라마는 아주 잠깐 본 것이 다였지만, 1리터의 눈물이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낳게 했다. 비록 아직까지도 읽지 못 했지만,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수기 생명의 허들을 먼저 읽게 되었다. 스스로 감수성이 메말랐다고 생각했기에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얇은 두께에 뻥 뻥 뚫린 공백. 실질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다. 1리터의 눈물을 아직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 했다. 단지 그녀가 점차 몸이 굳어가는 병에 걸렸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적인 순서가 아닌 주제 순으로 진행되는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야기가 잘 진해되다가 주제가 바뀌면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갈 때는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하지만 1리터의 눈물을 읽었더라면 좀 더 이 책을 파악하기 쉬웠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남기고 책의 양보다 질에 승부하기로 했다.

 

 

 책의 진도는 나갔지만 역시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수기이다 보니 아야의 절망적인 심정이나, 그녀가 겪는 고통이 나타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수기는 한 주제에 관해 그들이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들이 나타나 있었다. 이 곳 저 곳 병원을 옮겨 다닌 것, 수많은 간병인들이 아야의 수발을 들어주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었다. 그 속에선 분명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리기만 하는 내가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듯하다.




 

이 책을 쓰기까지, 엄마는 또 한 번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일까? 10년이라는 세월을 아야는 병을 앓았지만, 그녀의 엄마는 마음의 병을 지금까지도 앓고 있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를 지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내가 아야의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을 읽고 드디어 눈물을 흘렸다. 내심 어서 눈물을 흘리기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 눈물은 아야의 엄마가 아야를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시집을 보낸 대목에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아야와 그녀의 엄마의 수고가 모두 헛수고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전화도 없고 편지도 닿지 않는 / 머나먼 곳으로 시집을 갔어. / 조금이라도 더 엄마 곁에 있어주길 바랬지만 / 아야의 정열에 지고 말았지-p.235

 나도 아야를 향한 엄마의 마음에 지고 말았다. 책을 놓고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비록 그 어머니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없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자식의 고통을 옆에서 함께한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또 눈물이 흘렀다.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냈던 1리터의 눈물을 아직 읽지 못 했지만, 그의 후속 작이라 볼 수 있는 생명의 허들이란 책을 읽은 후 1리터의 눈물을 읽지 못 했던 것이 더 후회가 되었다. 아야가 1리터의 눈물이라는 책을 낸 후, 아야 에게 편지를 보내주었던 많은 독자들이 그랬듯이 나도 이 책을 보고 용기란 것을 되찾은 것 같다. ‘난 정말 행복한 거야. 나보다 불쌍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대신해 더 열심히 살아갈 거야!’라는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것을 말이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축축함을 뒤엎고서 생명의 허들이라는 짧은 수기를 보았는데도 이런 값진 것을 얻었다니……. 이런 매력으로 아직도 아야의 이야기는 꺼지지 않는 감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아야 에게 찾아온 시련들과 그 시련들을 극복하기 위한 아야와 그녀의 엄마의 노력. 어쩌면 그 노력들이 아야의 일기인 1리터의 눈물보다 이 수기에서 잘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딸을 바라보는 수기는 그녀의 눈물들로 이뤄진 것 같다. 곳곳에 남아있는 아야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많은 사람이 아야를 외면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있었기에 마지막 순간도 행복했을 거라 믿는다.




 1리터의 눈물이라는 책과 드라마를 통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아야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픈 몸이지만 다른 누구 못지않게 행복한 나날을 보낸 소녀. 그 소녀가 있기에 용기를 얻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영원히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항상 아야의 곁에 있어주었던 아야의 어머니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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