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랠프 헬퍼 지음, 김석희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모독. 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함.’이라는 뜻이 나온다. 만약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라는 부제를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 미 대륙을 눈물바다고 만든 위대한 감동의 실화!’를 앞서 말했던 국어사전의 뜻으로 해석했더라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하루 그냥 스쳤을 뿐인 사람도 먼 훗날 나의 인연이 될 수 있는데 한날 한 곳에서 태어났다는 게 얼마나 뜻 깊은 인연이고 운명일까.

이 이야기는 한 날 한 곳에서 태어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과 그의 주인이자 운명의 상대인 ‘브람’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지언정 서로를 막대한 적도 없다. 브람과 모독은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했고, 아껴주었다. 조련사들이 훈련 때 사용하는 갈고리마저도 브람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사용하였지, 코끼리를 혼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는 그들의 주인이었고, 친구였던 것이다.

 

 


일흔 여덟 해 동안 인도, 독일, 영국, 미국에서 수많은 시련들을 겪는다. 그 많은 시련들이 모독을 이 세상의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었고, 브람과 모독을 헤어지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시련들은 멋지게 그리고 너무나도 훌륭하게 헤쳐 나갔다.

 

 


너무나 잘 맞는, 너무도 잘 믿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때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때도 있었다. 많은 시련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브람과 모독이 헤쳐 나가는 이야기였다. 모독은 한 때 사람들을 구해준 영웅이 되기도 했고,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기도 하였다.

 

 


영웅과 살인자가 된 코끼리가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모독이라는 영웅으로 인해 자신의 부가 충족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들. 자신의 목숨은 귀하게 여기면서도 동물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짐승 취급하는 인간들. 반면에 인간애가 넘쳐나는 인간들.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인간들은 왜 다들 그렇게 대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 이야기에서 인간애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도, 이 책을 읽다보면서 사람들이란 존재가 다들 허약하고 잔인한 존재라고 인식이 돼버린 것 같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잔인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그 안에서 모독과 브람의 크나 큰 사랑과 감동을 주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실화다. 실화라는 이 대목에서 더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책만 읽더라도 이렇게 감동이 전해져 오는데,  많고 많은 책들 중에 흔치 않은 동물이라는 모티브가 결합한 소설 속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제 이야기라 하니 감동이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브람과 모독의 집착 같은 사랑이 너무도 감동스러웠던 책이다. 인간애가 사라진 모습들이 조금 나타나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과 그의 친구 브람의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하나가 되어 내게 준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을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동화, 소통이라고 표현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독과 브람은 내게 눈물과 가슴에 남는 이야기를 선사해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친구’인 것 같다.

 

 


“나무는 사람과 마찬가지란다. 인간이 나아갈 길에 대해 해답을 주지. 나무는 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 자라. 아이들은 나무 꼭대기처럼 젊음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고, 밑에 있는 어른들보다 많이 흔들리지. 아이들은 자연력에 더 영향을 받기 쉽고, 인생의 거친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와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당하고 끊임없이 도전당하지. 어느 정도 자라면 아이들은 나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가족을 강화하여, 언젠가는 크고 튼튼한 가지가 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아래쪽에 도달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위에서 압박을 받지 않고 노년의 느긋한 평온에 잠기지. 나무 밑동은 언제나 더 따뜻하고 안전해. 밑동은 나무 전체의 무게를 견디고 떠받치기 때문에 보호받고 튼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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