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찾게 되는 일본소설들. 우리나라 문학들과는 달리 무거움보다는 가벼움과 유쾌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나도 한 때 그런 중독성에 심하게 빠진 적이 있는지라, 한참 일본소설을 멀리하고 있던 때였다. 요번에도 같은 부류의 그저 그런 가벼운 일본소설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은 나에게 단지 가볍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이 책은, 여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는 연애소설도 아니고, 읽고 나서 배꼽이 빠질 정도의 유쾌함이 있는 그런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단편소설이다. 단편소설은 짧은 양에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아주 좋은 작품이 되거나, 그저 그런 읽고 나서 독자들에게 잊혀지는 작품이 되거나. 이 작품은 전자라고 생각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전에 「맹스피드 엄마」라는 작품으로 아쿠다가와 상을 수상한 나가시마 유.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고, 작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읽은 책이었다.


 「No woman No cry」라는 노래를 예전 우리나라 레게가수인 ‘스토니 스컹크‘라는 가수의 노래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레게에 관심이 없는 나는 이 노래의 원곡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No woman No cry'의 뜻을 직역해보면 ’여인이여 울지 마라.’ 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라는 뜻으로 해석을 했다. 이 책의 의미가 어찌 되었건 간에, 많은 여자들이 울기 때문에 이런 노래가 나왔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무언지 모를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나는 운 적이 없어.”-69p 이 책은 울어본 적이 없다는 무쓰미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가 직장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직장동료를 사랑하게 된다. 이 과정을 작가는 아주 덤덤하게 나타내었다. 무쓰미의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소소한 일상들에서 나는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으면서 단절되어 있다.’ 단절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이렇게 와 닿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함께 생활해 가지만, 소통할 수 없는 단절.

 책의 끝을 보고도 ‘아. 이게 정말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이 책은 끝난다. 한동안은 허무함과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왜 이런 식으로 끝맺었는지에 대한 원망과 짜증으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아직 많은 책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 속에 있는 참된 의미를 찾기 불가능한 나로서는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판단해 버렸다. 이별도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 첫 번째 이야기는 얼핏 보면 가벼운 연애소설로 착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결코 가볍지 않다. 울지 않는 여자가 없듯이, 이 책은 나에게 눈물을 선물해 준다. 나도 잘 모르는 마음 속 깊은 쓸쓸함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는 ‘센스 없음’. 사실 작가가 왜 이런 제목으로 이야기를 써내려 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의 내용은 센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야스코 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비디오대여점에 비디오를 반납을 하러 가며 아주 소소한 것들을 사진에 담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여자로서 이 여인에 대한동정이 느껴졌다. 이 역시 쓸쓸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난 이 이야기가 전 이야기인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보다 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또 이 책 역시 전 이야기와 같이 ‘단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단절이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 사람을 쓸쓸하게 만들까......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무얼 말하려 했을까.’ 라는 질문을 누군가 내게 던진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답할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은 여운을 주는 책이 맞기는 하나, 작가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분명 작가는 독자에게 무언가 전달하려 했을 텐데. 제목처럼 단순히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라고 말하려 했을까. 아직도 내게는 의문점이긴 하나, 이 책은 굉장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자만 느끼는 동질감이랄까. 뭐 그런 게 잘 묻어나 있는 작품이었다.  당신이 여자라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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