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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 - 3단계 ㅣ 문지아이들 10
게리 폴슨 지음, 박향주 옮김, 고광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겨울방>은 미국의 한 시골에서 13살짜리 소년 엘든이 잘난 체하는 장난꾸러기 형과 부지런한 부모님, 고향과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할아버지들과 살아 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각 계절마다 농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엘든은 사계절의 변화와 농사일, 소, 돼지를 잡는 역겨운 광경 등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제목이 ‘겨울방’이듯이, 사계절 중에서 ‘겨울’이 가장 재미있고, 주제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겨울이 되면, 엘든의 식구들은 난롯불이 켜진 겨울방에 모여, 전설인지 경험담인지 모를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겨울 동안 추위를 피해 한 곳에서 몸을 녹이며, 봄이 와 다시 씨를 뿌릴 때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젊었을 때…”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곤 하던 이 아이들에게 일어난 갈등은, 웨인 형이 어느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서부터이다. 엘든의 형, 웨인은 굳게 믿었던 그 이야기들이 거짓이라고 외치며 눈물흘린다. 그것을 그 할아버지가 보게 되고, 엘든과 웨인은 불신에 빠진다. 그것은 할아버지 당신들의 인생과 꿈에 대한 부정이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말하는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삶의 재미나 가능성에 대한 부정이다. 아이들의 눈물을 본 할아버지는 풀이 죽는다. 자신도 이미 늙어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이미 거짓이 된지도 모른다는 실의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끝부분에서, 할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기운을 모아, 벌목꾼으로서 도끼를 잡던 젊은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한번에 나무토막을 사이에 두고, 두 도끼를 마주쳐 보이는 묘기를 혼자 해 본다. 아이들은 통나무 벽 너머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의 허풍은 거짓이 아니었다.
겨울방은 꿈을 꾸고, 힘을 모으는 어린이의 시기와도 비슷하다. 농가의 생활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흥미있고, 아이들의 발견이 뜻 깊게 느껴진다.
사족 : 뉴 베리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던 게리폴슨.
작가의 말 중에 한 부분 인용한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죽음을 맞아 보지 않고서는, 노인들이 굳세게 살아 낸 거친
삶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철든 어른이 되지 못한다.
엘든은 이 두 가지를 가장 성실하고 겸허하게 겪어낸다.
엘든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작은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