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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저자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고, 흑산도에 가서 수산 생물을 조사, 채집하고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약전의 옛모습을 살리고,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한반도의 자연 생태를 살펴본 책이다.
200년 전 정약전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은 2002년 책을 옮기고 펴내는 이에게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지은이와 엮은이 서문을 비교하면, 동네 사람에게 흑산도 풍물과 생물을 취재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사투리, 요리법, 잡는 법, 속담 등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서로 상통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자연과학을 소개하면서도 지역 문화 답사기로 손색이 없다. 특히 400여 컷에 이르는 세밀화와 800여 컷의 자료 사진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친절한 해석과 주석, 편안한 여행기 투의 문체가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책을 읽도록 돕는다.
서지학적인 이해를 넓혀주는 정약전과 약용 형제의 처지와 사상, 행적도 소개된다. 이 책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단독 집필이 아니라 정약용의 제자 이청과 흑산도 주민 장창대의 도움으로 책이 씌어졌다--은 주목할 만하다.
개화기 이후, 자연과학은 서양에서 이전되어 온 것으로 여겨졌으나, 우리 나라 전통의 천문학, 지리학, 생물학 등등 자연과학이 존재해 왔다. 한글 전용화 때문에 한문 서적이 읽히지 않은 것도 한 이유였다. 정약전의 행보를 더듬으며, 직접 흑산도의 수산 생물과 사람들을 쫓은 저자의 태도가 주체적이고 신토불이의 학문 방식이어서 함께 읽어볼 만하다.
정약전의 원전이 나오는 부분에서 한문이 많아 읽히지 않는 점이 있으나,
그것을 따라 읽으면 공부도 되고, 노력의 보람과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