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에디스 해밀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 영웅들의 이야기 속으로 -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_ 스토리매니악


문학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만큼 신화와 성경이 문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애기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소설들이 신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신화의 인물을 원형으로, 신화의 사건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재미난 문학 작품의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신화의 어떤 부분, 성경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단지 문학뿐만 아니다.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서양 문명은 이 신화와 성경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삶 속에, 그들의 터전 속에, 신화와 성경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들과 그들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지금의 세계와 지금의 문학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몰라도 이러한 컨텐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알고 나면 더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문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것이 맘먹고 덤빈다고 해서 쉽게 정복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해도해도 어려운 인문학 같다.


다행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요즘이야 드라마나 영화로 간편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원형을 들여다 보기에 어려운 면이 많다. 원형에 이야기를 입히고 캐릭터를 덧씌웠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로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도 물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한 노력을 통해 대중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한 인물 중 하나다.


그리스 로마 신화하면 떠오르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에디스 해밀턴'의 이 저서는, 신화를 주제로 하는 모든 책의 기준이 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수많은 문학 작품이 탄생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꾸준히 책이 개정되며 나오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계보와 인물들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화라는 것이 이런저런 신에 대한 설명만 늘어놓는다고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신들도 나름의 계보와 가계가 있다. 이런 점들을 잘 전달해야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탁월하다. 이전에도 몇몇 신화 관련 책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이 그 중에서는 가장 간결명료하게 신들의 계보와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꽤 어지럼증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신이 이 신 같고, 저 신이 저 신 같고 말이다. 다른 컨텐츠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되는 신들을 그 몰입도를 유지하며 읽을 수 있는데, 익숙지 않은 신들은 그래도 만만치 않았다. 가볍게 신들의 전체 계보를 파악한다는 느낌으로 한 번 훑어 보고, 다음부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신, 관심 있는 신을 중심으로 정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공부하듯이 촘촘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은 왠만한 결심가지고는 힘들다.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것이 원형의 형태로 전달되기에, 컨텐츠 형태로 변형되어 전달되는 이야기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신과 영웅들의 시대에 존재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가지는 이야기로써의 힘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상상력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은, 신과 영웅들을 만나보지 못한 이들은 모를 것이다. 큰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 그때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문장들 39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계란이다 -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_ 스토리매니악


삶은 계란이다. 왠 뜬금 없는 소리냐고? 살짝 배가 고파서기도 하지만, 저 문장이 삶을 관통하는 명언이기 때문도 하다. 얼마 전 TV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한 셰프가 '계란만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는 식재료도 없다' 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계란은 처음 그대로의 계란 프라이로, 마구 섞으면 달걀말이로, 뚝배기에 얹어 주면 계란찜으로, 물을 흥건히 해주면 계란탕으로, 삶아주면 삶은 계란으로, 놀랄만큼 다양한 변신을 보여준다. 그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건 물론 나의 '선택' 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즐기는 정도와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삶이 이렇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삶은 확확 변신을 해간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인생의 선택지가 있음에도 정답만을 찾으려 아등바등 살아간다. 우리 삶이 가진, 이 시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썰이 길었지만, 이처럼 삶을 정답의 길로 보지 않고, 선택지의 길로 보고, 그 생각을 들려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제목부터 사는 데 정답이 어딨냐고 도발한다. 진지한 철학에서 유쾌한 웃음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는 저자는, 젊은 시절 철학 명언을 적어 두었던 노트를 발견하고, 이를 80살 인생의 경험에 비추어 새롭게 읽어 나간다. 최선의 삶을 위해 고민했던 젊은 날의 날들이 그 인생을 살아 지나온 지금의 저자를 만나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40여 년이 지나 다시 펴 본 낡은 공책을 통해, 순진했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문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새삼 깨닫는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여러 철학자의 말을 통해 살펴보고, 자신의 삶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있다.


저자가 뽑아낸 철학자들의 말은 우리가 삶에서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줄, 의지가 될, 기둥들이다. 철학자들의 말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말들이 우리 삶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건드려주기 때문에 그렇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달릴 수 있다. 철학자들마다 집중하는 포인트도 다르다. 이런 부분들을 보며 우리 삶의 진로가 얼마나 다양한가를 인식하게 되고,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선택지 또한 한 없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삶이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며, 그 모든 삶의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몫이다. 그 어떤 선택지도, 그 어떤 선택지에도 틀린 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에 다시금 수긍하게 된다.


물론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은 존재한다. 훗날 돌아보며 후회하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며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정답을 쫓아 앞만 보게 만들어 놓은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달려가다 정답에 이르지 못해 좌절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며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세상은 온갖 유혹이 가득하며, 사람들이 정해놓은 정답이라는 범주,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두려움 가득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 많은 철학자들이 몇 천년을 이어오며, 현재에 집중하며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라고 수없이 반복해 말하겠느냐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선택에 집중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성공한 삶이요, 정답의 삶일 것이다.


'삶' 이란 꽤나 묵직한 주제임에도, 수월하게 책을 읽어나갔다. 저자의 능력이 한 몫 했겠지만, 삶의 다양한 존재를 인정하며 책 안의 철학자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삶에 대한 고민은 정답이 없기에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책의 철학자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며 고민의 고민을 날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소하게, 독서중독 - 낮에는 양계장 김씨로, 밤에는 글쓰는 김씨로 살아가는 독서중독자의 즐거운 기록
김우태 지음 / 더블:엔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소하게, 이야기중독 - 소소하게, 독서중독 _ 스토리매니악


내가 좋아하는 책 부류 중의 하나가, 자신의 책읽기 자신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모르겠다. 남의 독서 이야기,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왜 이리 재미난지.. 단순하지 않은 복합적인 이유인데, 뭐, 이유야 둘째치고, 어쨌든, 마냥, 이런 이야기들이 좋다. 이런 책은 손에 들고 훌훌 넘기다, 쉬었다 다시 훌훌 넘기며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이 책에서는 소소하게, 독서하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 30년간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어느 때 부터 독서력이 폭발하여 결국에 책까지 내게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굉장히 특이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아니고, 굉장히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아닌, 평범한 양계장 김씨라 칭하는 사람의 소소하고 독서 이야기, 잡다한 독서와 얽힌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묘하게 다음 장을 부르는 매력이 있다. 책은 크게 세가지 주제인데, 우선 그의 독서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을 안 읽던 자신이 어떻게 열독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는지 가벼운 필치로 슥슥 그려내고 있다. 독서가 내 인생의 길이라는 듯 아주 어린 나이부터 책을 잡고 살았던 특이한(?) 유형의 인간이 아니라면, 대개는 저자처럼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독서중독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뭐, 그런 과정을 듣는 재미가 있달까? 나도 비슷한데, 와 이렇게도 독서에 빠지는구나 하면서 활자를 쫓게 된다.


또 하나는 저자의 독서방법에 관한 내용들이다. 여러 책들에 나오는 독서 방법들을 나름의 소화 방식을 통해 잘 정리한 느낌이다. 이 책에 특히 이 부분이 좋았는데, 여러 독서법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방식을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도 들고, 몰랐던 방식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었다. 여기에 각 방법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이 더해져, 단순 지루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저자의 여러 생각들을 담아 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나름 공감하며 읽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책에 대한 여러 이슈들을 나름의 생각으로 풀어내거나 자신의 생각을 통해 문제를 반추하는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봄직한 내용들이었다. 뭐랄까,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생각이 같으면 같은대로, 틀리면 틀린대로, 이런 이슈에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즐거움이다.


솔직히 책읽기에 왕도가 없고, 책읽기를 통한 즐거움은 사라마다 다르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주는 감흥 또한 읽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본다. 나처럼 그냥 남의 책읽기 이야기,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 수록 풍미가 더해지는 음식 이야기 -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_ 스토리매니악


음식 전성시대다. 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먹방 쿡방 프로그램이 탄생하고, 블로그에는 맛집 열전이 이어진다. 더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현대인의 습성을 간파한듯, 개성있는 요리를 앞세운 음식점들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민다.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 기세가 아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당해낼 수는 없다.


솔직히 맛있으면 그만이다. 적당한 가격에 맛까지 좋은면 더 좋고. 굳이 그 음식의 역사를 알아 본다든지, 음식이 탄생하게된 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는 일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지식의 샘물은 '아는 것의 즐거움' 을 넓고도 깊게 선사한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음식에 대해 알고 먹으면 그 풍미가 더더더더더욱 진해지니,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은가?


애초에 먹는 것에 큰 욕심을 갖고 있지 않은 나는, 음식의 인문학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음을 밝혀야겠다. 음식이라는 원초적 즐거움을 굳이 인문학적으로 역사학적으로 더 파고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이라는 책을 통해, 알고 먹는 것이 음식에 풍미를 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다양한 음식들 중에,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탄생한 것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역사의 한 소용돌이 안에서 탄생하게 된 음식이라는 점이 큰 구미를 당긴다. 더욱이 그런 음식들이 살아남아 현대에서는 별미의 중심, 요리의 중심, 하나의 트렌드로까지 이어졌다는 생각을 하면 감탄을 절로 흘리게 된다.


저자는 50여가지의 음식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팝콘, 카레라이스, 초밥 같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것이 생존을 위한 보통 사람들의 산물이었음을 밝힌다. 덧붙여 그런 음식들을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상과 그 안에 담긴 시대상도 보여주니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덤이라 할만하다.


책을 읽다보면 이 음식이 이렇게 탄생한 거였구나 하는 감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원을 만나면 일종의 경외감 마져 느껴진다. 이렇게 살아남은 음식이 현대인의 수 많은 뱃속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까닭모를 떨림도 경험하게 된다. 안다는 것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고, 알고 먹는 음식이 몇 배는 더 맛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음식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모른다고 맛있던 음식이 갑자기 맛 없어 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난 후 먹는 음식의 풍미는,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단지 음식의 맛에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써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준다. 음식 못지 않게 맛깔나다고나 할까?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충분히 재미 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집을 열성적으로 찾아다니는 이들이라면 그 재미는 배가 될 것이고 말이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이 무엇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기를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느긋한 마음으로 책과 마주하기 -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_ 스토리매니악


책을 대하는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책과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 책을 발전의 수단으로만 삼으려는 사람, 읽어야 한다니 억지로 읽는 사람, 책만 보면 멀리 도망가는 사람, 그래도 베스트셀러 한 두권쯤은 읽어 주어야 하니 억지로 책을 구입하는 사람... 별의 별 이유로 책을 가까이 하거나 멀리한다. 책을 대하는데 있어, 그 어떤 태도는 옳고 그 어떤 태도는 옳지 않다고 편 가르는 것은 맞지 않다. 어떤 태도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기 책을 사람들에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이름난 북 디렉터라는 일본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책이 읽고 싶어지는 책장' 을 만들어 널리 퍼트리는 것이 목표다. 책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고, 누군가는 그 책장 앞에서 책 한 권을 뽑아들 수 있게 하는 것, 이 책의 저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책에 빠져 있는 이유다.


책에 담긴 40여편의 이야기는 단지 '책 좀 읽으쇼' 라는 강요의 메시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책을 소재로 한 잡문들이다. 저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책을 통해 자신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안 읽은 책에는 괜히 관심이 가고, 읽은 책은 반갑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읽고 싶어지는 책장이 무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이란 것이 거창하고 '저 좀 읽어주쇼' 하고 존재감을 뽐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생활 공간 안에 존재하여 언제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뽑아 들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저자가 목적으로 하는 책장에 관심이 간다. 책을 읽다 문득 내 책장이 궁금해져 책장으로 발을 옮겼다. 과연 내 책장은 저자가 말하는 책장과 얼마나 같은까, 또 어떤 면에서 다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장이라는 것도 읽는 사람, 꾸미는 사람에 따라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생각 또한 즐거워진다.


너무 많은 즐길거리에 그 자리를 점점 내어주고 있는 책. 그 존재감이 점점 미미해져가는 현재에 책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책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책 따위 안 읽어도 좋다..라고 말하다 살짝 뉘앙스를 하지만으로 돌려, 책이 존재해야 하는 위치가 어디인가를 역설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 안 읽던 책도 생각이 나고, 읽던 책은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정신없는 시국에 느긋하게 책 한 권 뽑아들고 망중한을 즐겨 볼까 한다. 이 책도 옆구리에 꼭 끼고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