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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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오래된 오버룩 호텔에 깃든 악령과 흔들리기 쉬운 인간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악령’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더러운 피’에 관한 것이고,

인간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오래된 역사’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다.

소설과 영화를 모두 읽고 보았는데, 역시 소설을 읽는 것이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이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장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로 만들어서 더 유명해 진 소설이기도 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잭 니콜슨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연기를 했기 때문에, 또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을 사용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샤이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미니시리즈 형식의 '샤이닝'이 나오는데, 이 작품을 좋아했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보았는데, 두 작품 모두 개성이 있고, 충분히 재미있었다.

소설이나 영화 모두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가족'의 의미였다. 고립된 호텔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아버지의 존재는 가족의 파괴를 예고하고, 악령의 존재는 인간 내면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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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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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거의 날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인간에게 근원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와 인간의 생성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현대 과학이나 의학이 우주의 신비와 지구의 신비, 인간의 탄생에 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쥐꼬리’만큼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불가지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한 없는 어리석음과 자연 앞에서 나약한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인간을 철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주와 자연 앞에서 스스로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겸손하게 존재하려고 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 위에서 인간들이 벌이고 있는 아귀다툼과 경쟁, 살육, 파괴 등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겸손함을 모르는, 왜소한 존재임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권력을 잡고, 군대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과 자원을 파괴하는 공장을 세우고, 인간을 착취하고, 그리고 그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합니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고, 지구를 포함한 인류의 삶이 파괴되고 있어도 ‘이기적인’ 그들은 ‘생산성’과 ‘효율’과 ‘무한 경쟁’과 ‘새로운 기술’과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무차별로 짓밟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을.

정작 이 책을 읽고 깨달아야 할 사람은 정치가와 군인들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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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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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기분나쁜 눈’으로 쳐다본다. ^^ 농담이지만,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수학을 못한다.

수학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야겠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과정에 있는 수학은, 엄밀히 말하면 수학이 아니라 ‘계산풀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수학의 역사, 수학과 관련한 에피소드, 숫자의 신비를 다룬 이야기, 수와 종교적 의미, 수와 과학, 수와 우주 등 수 또는 수학, 또는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좋아한다.

비록 수학(계산풀이)는 정말 못하고 수학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내가 알았던 수학은 진정한 수학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수학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철학자와 과학자를 결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수학)의 세계는 마치 신성한 영역처럼 선택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누구나 들어가려고 하면 들어가겠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세계가 수학의 세계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현재의 세계에서 풀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물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많은 ‘정리’와 ‘추측’들이 있지만, 인간의 이성이 이렇게 높은 차원까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계산풀이의 산수만을 가르쳐서 일찍부터 ‘수학’ 앞에서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음모’가 있기 때문 아닐까? 수학은 정말 재미있고 아름다운 세계다. 이것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어서, 한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하는 책이다. 이 책은 두 번째 읽었다. 같은 책을 진지하게 두 번 이상 읽는 책이 몇 권 안되는데, 수학 관련 책들은 대부분 두 번 이상 읽게 된다. -이건 나의 이해력 부족 때문이겠지만.

다음 책은 역시 수학과 관련된 ‘골드바흐의 추측’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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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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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그것도 손꼽히는 큰 봉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황석영입니다. 황석영은 사실, 문학적으로는 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사상계에서 황석영의 데뷔작 [입석 부근]을 읽었습니다. 그때 황석영은 고등학생이었는데, 고등학생이 그 정도 수준의 글을 쓴다는 것은 ‘천재’가 아닌 다음에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사상계 편집부 쪽에서도, 당선작의 작가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두고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누가 대필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죠. 물론, 이런 오해는 모두 풀려서 심사위원이나 사상계 편집부 모두 하나같이 고등학생의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놀랍다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런 황석영이 발표하는 소설은 하나같이 문제작들이고,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데, 특히 그의 단편들은 정말 보석처럼 반짝거립니다. 짧고 힘있는 문장, 군더더기 없는 수식,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 등 최고의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이죠.

일찍부터 사회 의식에 눈을 뜬 황석영은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닥치며 세상을 이해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문학의 놀라운 성과인 [객지]가 탄생합니다.

[객지] 이전의 단편들도 하나같이 뛰어났지만, [객지]는 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의 실천 노력이 담겨 있는 사회성 짙은 작품입니다. 전태일 선배-열사라고 부르지 말아달라는 전태일 선배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님의 당부가 있었습니다-가 산화한 것이 70년이고, 그의 죽음으로 노동 문제가 물 위로 급격하게 떠오르고, 이른바 지식인과 학생들의 조직적, 의식적 노력이 노동 현장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바로 그때, [객지]는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투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동 계급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이미 본능적으로 느낀 황석영은 자신이 써야 할 작품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시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쓴 작품이 바로 [객지]였습니다.

이 놀라운 작품은, 해방 전과 해방 후, 이른바 카프 문학이나 좌파 문인들이 그리려고 했던 ‘노동자의 자생적 투쟁’의 전범과 같습니다. 이데올로기를 내재한 목적의식적인 작품들이 대체로 경직되고 일정한 틀을 갖는다면, [객지]는 ‘노동자의 자생적 투쟁’을 자연스럽게 필연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작가의 의식적 노력에 의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작가가 얼마나 잘 형상화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하여간, 황석영은 우리 시대의 보물입니다. 황석영의 작품이 있기에 우리 문학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저는 분명하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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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막심 고리끼 지음 / 이론과실천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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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고리끼. 저에게는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을 표시하고 싶은 몇 명의 인물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막심 고리끼입니다.

고리끼의 [어머니]는 이미 세계적인 걸작이고, 베르톨드 브레히트가 연극으로도 만들어 더욱 유명해진 작품입니다만, [어머니] 외에도 고리끼의 자전 삼부작은 참으로 눈부신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자전 소설일 뿐 아니라, 러시아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진정한 의미에서 ‘프롤레타리아’인 고리끼의 자전은 실제의 삶이 소설보다 더 극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성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한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가난과 무지에서 어떻게 눈부시게 벗어나는가를 눈물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막심 고리끼는 현대 러시아의 혁명 속에서 ‘노동 계급’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써, 노동자를 의식화하고 노동자를 결집하게 만드는 역할로써 노동 계급의 문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계급 투쟁’의 이론서가 아니라, 미학적 관점에서 ‘문학의 아름다움’을 통해, 언어와 계급적 의식을 통해 노동자를 깨우치고 무지에서 눈뜨게 하고 계급 모순을 자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노동 계급’이니 ‘혁명’이나 하는 단어들을 헌신짝 보듯 하지만, 바로 그 모순은 여전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리끼의 문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올바른 인간형, 진화하는 인간형,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회에 관한 고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고리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스란히 살아나야 할 ‘진실한 인간’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노신 선생님처럼 창문도, 문도 없는 쇠감방 속에서 질식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인 것이죠.

그들을 깨워야 할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그래서 그들이 두드리는 소리는 아주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고리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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