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장 열광하고 있는 작가라면 역시 TONO(토노)일까.
이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상당히 기묘하다. 아니, 사실은 '기괴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긴 애잔하고 슬프지만, 잔혹하고 끔찍한
면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끔찍하다'라고 느끼면서도
꾸준히 잡고 있을 수 있는 건 아무렇게나 그려낸 듯 휙휙 그어진 것 같지만, 섬세한 선으로 표현된 그녀의 그림 덕이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쿨(Cool)'하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이 만화가 담고 있는 내용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에게 '이 얘긴 절대로 현실엔 존재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라는 걸 새삼 일깨워 주는 적절한 장치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소개된 <더스크 스토리>나 <카오루씨의 귀향>은 인간과 유령 혹은 요괴와 같은 이세계(異世界)의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그려내는 옴니버스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만화를 소비하는 계층에서 TONO의 이름을 다시금 알린 작품은 <치키타 구구>. 아사히 소노라마의 '네무키'에 연재되고 있는 이 작품은 주술사였던 구구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치키타 구구와 식인요괴 라 라므 데라르와의 기묘한 동거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읽고 있노라면 때론 그 잔혹함에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TONO가 부쩍 좋아버린 건 <칼바니아 이야기> 때문. 사실 이 작품이 토노의 작품 중 제일 오래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 순서는 어째 반대가 되어버렸다. <칼바니아 이야기>는 배경도 설정도 모두 제멋대로인 궁정 환타지(?)로, 주인공 에큐와 타니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즐겁게 그려내고 있다. 요즘 들어 나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