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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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또 되고싶은 사람을 꿈꾸며 미래를 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마음이 그어놓은 선, 혹은 세상이 이것이라고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새장속의 새를 보자.  새를 속박하고 있는 것은 새의 몸에 붙은 어떤 줄이나 장애물이 아니라, 바로 날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다.  새는 날 수 있지만, 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새는 그것을 자유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새장의 굳은 문이 열리는 날에도 새는 그 공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새는 진짜 자유로운걸까 ?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유를 밥먹듯이 원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삶과 현실안으로 들어와보면,  스스로 그어놓은 선밖을 절대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소극성이 몸에 배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같은 수동적인 사고틀을 안고 살아간다.  물론 그들의 삶의 폭은 그만큼 좁고,  사고의 깊이는 스스로 쳐놓은 한계로 인해 얇기 마련이다.  이런 인생은 절대로 자유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고 질타하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바람의 딸이라 이름붙여진 여인, 한비야의 일곱번째 책,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다.

한비야는 오지 여행가로 이름을 날린 분이다.  이분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신문의 칼럼을 통해서 간간히 몇편의 글을 읽은적은 있다.  언제나 글을 열정적으로 쓰는 사람이다.  칼럼 하나를 쓰기위해 꼬박 밤을 샜다는 얘기를 듣고 꽤나 완벽을 추구하는구나, 생각도 했다.  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어릴적 꿈꾸어왔던 세계 오지를 여행하기 위해, 지구를 세바퀴 반이나 배낭 들고 여행할 수 있는 배포를 가진 여인.  남자인 나로서조차도 그 배포에는 두손 두발 다 들 정도다.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안정을 포기하고 뭔가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한번도 실수한적이 없는 사람은 한번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안정을 얻는다. 우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만난 한비야는, 나보다 우리보다 몇배는 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긴급구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기쁘다. " p.14


오지 여행을 통해서 3권의 책을 집필한 그녀가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회장의 눈에 들어왔고,  단번에 그는 이 구호단체의 팀장직을 제의 받는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 격전지 이라크, 내전과 기아로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나라들,  네팔,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현장, 북한 까지. 그녀가 월드비전 팀장을 맡으며 5년간 돌아다닌 세계는 여행을 통해 만난 그 전 세계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 민족를 가리지 않는 구호단체의 업무를 수행했던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난 5년간 그녀가 발벗고 뛰어다닌 세계 긴급 구호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땀과 열정이 스며나오는 글들로 가득차 있다.  여행을 통해 국경의 벽을 넘어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것이 바로 저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세계인들을 자신의 형제나 친구인냥 스스럼없이 대하며, 열정으로 보살필 수 있는 힘이 돼 준게 아닌가 생각한다.

생각이 곧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긋고 있는 한계가 우리를 새장속의 자유인으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장애물을 걷어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여행자에겐 지도는 그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보증수표다.  그러나 지도안으로만 여행한다면, 그가 볼 수 있는 풍경은 제한돼 있다.   우리는 인생을 시간표대로, 또 이미 성공과 안전이 보장되는 루트를 따라가는 것을 정석으로 알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에도 미래가 있긴 하다.  또 가장 분명한 선물도 주어진다.  안정이라는 평범함 말이다.  그러나 열정이 넘쳐나는 끼있는 사람들에겐 지도따윈 거추장스러운 여행의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루트밖엔 뭐가 있을까, 역사는 언제나 그러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보다 진보해 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평범하게 사는것이 진정 사는것인가 ? 이 책이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면에서 우리가 과감히 버려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안된다는 사고 방식, 안전해야 한다는 소극성이다. 그것을 버릴때,  우리도 한비야처럼 열정을 태울만한 일과 만날 수 있진 않을까?  이 책을 단순히 어느 NGO의 경험담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한 사람의 열정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그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그 가능성으로 읽었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인생을 자유와 열정으로 가득 채워보자.  행복은 몰입과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발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20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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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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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절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회의하며 모든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두게 된다.  그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평범한 삶을 지속시킬 수가 없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아무런 불만도 의문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나 세상의 이치에 밝고, 총명해서, 삶에서 죽음으로 귀결되는 인생 전체의 모습들이 그들에겐  선명하고, 또 그것 자체가 부조리하게 보여서 일까?  그런데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가 또한 그러한 회의에 답을 주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여기 푸른눈을 가진 이방인 11명이 있다. 그들은 젊은 나이에 불교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고 불교로 귀의한 외국인들이다.   동양인이 서양의 종교(기독교)를 갖는 것은,  동양인에게나 서양인에게나 별 특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구 사회에서 서양인이 동양의 종교를 갖고 거기에 귀의하는 일은 몹시 낯선 일이다.   동양인이 보기에도 그렇지만,  본인들의 사회에서 기독교라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그들의 눈에, 이것은 불경하기 이를 데 없는 종교적 반역이다.  그러나 이 11명의 불교도는 서양 사회에서 가장 잘 교육받은 엘리트 들이었다. 그러한 그들이 불교에 귀의해,  부처의 말씀을 스승삼아 불교도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 여정에 동참하게 했을까?

`공부하다 죽어라'  자못 비장한 어투의 이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붓다는 그의 마지막 가르침에서 `살아 있는 것은 어느 것이나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고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해 깨달음에 이르라'고 설법했다 한다.  불교도가 되는 사람은, 그렇게 끝임없이 공부하는 것을 당연지사 생각한다.  기독교의 가르침에서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  기독교도는 믿고, 따르면 족하다.  그러나 불교도는 다르다.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무한한 노력과 고통이 뒷따른다.  불교는 각 개인의 깨달음이 구원의 통로다.  그 길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진리가 경전속에 있는게 아니고, 본인의 실천속에 있는 것이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불교도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외국인 수행자, 11명의 삶과 깨달음의 설법을 번역해 놓은 것이다.  한 시대의 엘리트에서 지금은 불교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청아 스님이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 대전 자광사에 영어 법회를 1년간 열었다.  국내외에서 초청받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영어로 설법을 했고,  많은 청중들이 그들의 법회를 듣고 함께 깨달음을 고민했다.  그것을 번역해서 책으로 출판한 책이 바로 자못 의미심장한 제목을 갖고 있는 `공부하다 죽어라'다.  

 
"스승께서 싱가포르로 가라고 하셨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싱가포르는 불교 국가이지. 불교 국가에서 살게 되어 참 다행이야. 지금까지 불교 국가에서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했는데.' 그런데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 싱가포르는 불교국이 아닙니다. 불교는 구식이에요. 기독교가 훨씬 현대적이에요.'  저는 말했습니다. `뭐라고요?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양에서는 불교가 훨씬 현대적이고 세련된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지성인들과 앞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불교도가 되고 있습니다."  텐진위용(1960년, 영국 런던 출생. 리즈 대학교 졸업. 1986년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계를 받고 불교도가 되다).p.93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눈에 외국인 출가 불교도를 보는 일은 몹시 낯선 일이다.  서양인으로서 오랜 전통이 담긴 종교를 버리고 굳이 동양의 외진 곳까지 와서, 불자로서 살아가는 그들이 왠지 괴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출가한 이유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이 있는 생각들이 넘쳐났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자신의 인생을 불교에 걸지 않았다.  종교적인 신념이 다르고, 종교적 편협함과 배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앞의 싱가포르 사람들처럼 불교와 외국인 수행자들에 대한 오해를 하게 된다.  종교에 세련미가 있을 수가 없고,  진리가 서양에만 있고 동양에는 없다 하는 사고방식을 동양인이 갖고 있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오늘날 서양에서 불교가 서서히 기존종교를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사람들 마음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다.  기독교가 주고 있지 못한 부분들을 동양의 종교가 그들에게 주고 있는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11명의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진리에 대한 목마름에 가득차 있었고, 그러한 의문끝에 찾은 답은 곧 불교였다.  불교는 그들에게 진리라는 자유의 샘과 같았다. 불교의 가르침은 깊고, 오묘하며,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하다.  우리가 피상적인 지식으로 불교를 판단하고 그 세계를 평가절하 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특히 타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불교를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알지 못한다면, 비판하지 않는 것이 진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가끔 불교 서적을 읽으며 또  그것에 거리낌은 없다.  불교는 개인의 변화와 실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종교다.  가혹하리만치 강도높은 수행은 곧 인간의 본성이 올바르게 변화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걸 반증해 주는건 아닐까?  그것에 비하면, 기독교의 신자들은 게으른면이 많다.  불교가 기독교에, 기독교가 불교에 배워야 할 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가르침에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타종교를 잘 아는 것은 곧 나의 종교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가 평화를 바란다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속에서 수행자들의 여정은 길고 멀다.  그러나 그들이 찾고 있는 진리는,  언제나 이 세상속에 있다.  

새봄이 시작되는 3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갖고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설법을 듣는 일은 자못 진지한 인생공부를 하는 일이며,  나름 가치가 있었다.

 
 

2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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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을 그 순간에 손에 넣지 못한다면,  아마도 영원히 내 손을 빗겨갈 지도 모를 일..

그래서 책장에 새 책들이 그득하지만... 읽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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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이계영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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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계획적이고 시간관념이 투철한 사람에 대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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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찍은 사진이 썩 훌륭하지 않다면, 그건 여러분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진 작가...앙리 카리티에 브레송을 읽다가..발견한 ..
로마제국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강석승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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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책
공부하다 죽어라-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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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의 수행자들 깨달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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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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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icken Soup for the Soul in the Classroom (Paperback)- Lesson Plans and Students' Favorite Stories for: Reading Comprehension, Writing Skills, Critical Thinking, Character Building: Middle School Edition G
Canfield, Jack / Hci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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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자료...좀 비싸네?
English Grammar in Use (Paperback, 3rd)- 중급자용, 해답지포함
Raymond Murphy 외 지음 /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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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 많은 영문법 책 !!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
김민식 외 16인 지음 / 부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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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데, 내용 아주 괜찮다.. 공부 방법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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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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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대통령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위원장 사공일 씨는 IMF이후의 지난 시절을 한국경제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하면서,  "조세들을 그대로 두던, 없애던 간에 상관없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우리에게 안내지침이면서 준거점이 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는 보도를 어제 보았다.  그는 거기에 보태, 앞으로 한국은 투자 환경이 더욱더 좋아져서, 외국 기업이나 한국 기업이나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대우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개방의 폭을 더 넓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것이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10년 안에 연평균 성장률 7%와 GDP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 대국 진입이란 그 유명한 이명박 당선인의 747 정책을 열심히 홍보하며, 그 목표에 달성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한다. 

국민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것도 모자라서, 세계 포럼에 나가 이렇게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국의 밝은 미래를 홍보하는 일에 열심이니, 그 의욕은 높이 사줄만 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 꼭 해야만 한다고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란 대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부자나라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간 무역에서 완전한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한 국가간 공정경쟁을 말한다. 그러니까,  개발도상국들이나 후진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관세나, 보조금 혜택, 수많은 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등을 완전히 철폐해서 선진국과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이념인 것이다.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이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한다는 관념은 너무도 도덕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다.  때로 불공정한것이 공정할때도 있고, 도덕적일 때도 있다.  특히 국가간 무역에선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뒤섞여 있는 국제무역에서 공정경쟁은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전혀 도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비양심적이고, 사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장하준 씨의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부자나라들을 자신이 정상에 올라설 때 쳐놓은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사악한 세력들로 규정하면서, 그 글로벌 스탠다드의 도덕성의 실체를 낫낫히 까발리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부자나라들이 어떻게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궁금할 일이다.  과연 우리 주위의 부자들이 부자가 된 경위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긴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위 부자들이 부자가된 것은 그들이 근면하고, 열심히 일한 경우가 있긴하겠지만, 대게 부동산 투기 아니면 부정한 방법(뇌물)으로 장사를 했거나, 아니면 남의 머리를 밟고 올라선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부자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자못 도덕군자 흉내를 내는 저 부자나라들의 과거를 보면, 부자가 되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게 한두번이 아니다.  과거 19세기 영국이 중국과 아편전쟁을 일으켰을때,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아편 수출을 장려했다.  거기에 중국이 저항하자 군대를 이용해 무력으로 진압하고 홍콩을 100년 가까이 할양 받았다.  오늘날 세계 최강국 미국을 보면 어떤가?  오늘날 자유무역의 화신이 되어, 신자유주의를 설파하는 대표적인 이 나라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을때,  영국이 자국 산업의 원료만을 공급하는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했다.  그리고 영국과 전쟁에서 승리하자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워서, 자국 유치산업을 장려하며 오늘날 부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러한 예는 더이상 열거할 필요조차 없이 많다.  

이러한 부국들이 오늘날 그 자리에 올라서자,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에게 자신의 불온한 과거를 숨긴채, 공정무역을 하자며 관세철폐, 규제철페, 보조금 철페를 외친다. 이렇게 되면, 개도국들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줄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무역장벽을 완전히 걷어버리고 부국들과 개도국이 같은 룰속에서 경쟁한다면,  부국들의 상품들과 경쟁할 개도국의 상품이란 전무하다시피하고, 오직 개도국들은 부국들의 산업에 원료나 공급해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오늘날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앞으로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대표기업 삼성은 60,70년대 설탕과 밀가루를 팔아 번 돈으로 전자 산업에 투자해서 세계 유수의 반도체와 휴대폰 생산업체로 발돋음했다.  삼성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된 데는,  높은 관세장벽을 유지하고 보조금을 지원한 국가 정책 덕분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국가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를 개도국 정부들에 요구하고, 선진국과 똑같은 관세철폐와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부자나라에 올라서게 해준 그 정책을 개도국은 못하게 방해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이용해 가난한 나라들을 옥죄고 있는 꼴이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이러한 이중적인 부국들과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부국들의 하수인인 경제학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이런 것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특별 대우'라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한다는 것은 그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불공정한 우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승강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레일 점자를 `특별 대우'라고 부르던가 ?  마찬가지로 개발 도상국들이 부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율의 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보호 수단을 `특별 대우'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는 상이한 능력과 필요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인(그리고 공정한) 대우일 뿐이다." 본문 p.332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부국들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부화뇌동하는게 아니길 바란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개방을 확대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탐욕스런 부자 나라들의 요구가 정답인지 아닌지,  그걸 우리 정부 관리들은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수위가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신자유주의자들의 푸들 강아지가 되겠다고 앞장서는 모습이 역역하니, 앞날이 걱정된다.  세계화의 이면에는 부자 나라들의 이중적인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선진국들의 경제 시스템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그들의 파렴치한 역사까지 본받아야 할 필요가 없고,  무턱대고 그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들이밀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함정에 속아서도 안 된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 노선, 신자유주의에 관한 치밀한 역사적 분석과 실제의 세계 경제를 조망함으로써,  어쩌면 세계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장하준의 분석은 철저한 근거 자료와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두고 있기에 신뢰가 가며,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의 허무맹랑함에 일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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