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대통령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위원장 사공일 씨는 IMF이후의 지난 시절을 한국경제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하면서,  "조세들을 그대로 두던, 없애던 간에 상관없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우리에게 안내지침이면서 준거점이 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는 보도를 어제 보았다.  그는 거기에 보태, 앞으로 한국은 투자 환경이 더욱더 좋아져서, 외국 기업이나 한국 기업이나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대우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개방의 폭을 더 넓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것이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10년 안에 연평균 성장률 7%와 GDP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 대국 진입이란 그 유명한 이명박 당선인의 747 정책을 열심히 홍보하며, 그 목표에 달성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한다. 

국민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것도 모자라서, 세계 포럼에 나가 이렇게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국의 밝은 미래를 홍보하는 일에 열심이니, 그 의욕은 높이 사줄만 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 꼭 해야만 한다고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란 대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부자나라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간 무역에서 완전한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한 국가간 공정경쟁을 말한다. 그러니까,  개발도상국들이나 후진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관세나, 보조금 혜택, 수많은 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등을 완전히 철폐해서 선진국과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이념인 것이다.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이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한다는 관념은 너무도 도덕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다.  때로 불공정한것이 공정할때도 있고, 도덕적일 때도 있다.  특히 국가간 무역에선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뒤섞여 있는 국제무역에서 공정경쟁은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전혀 도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비양심적이고, 사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장하준 씨의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부자나라들을 자신이 정상에 올라설 때 쳐놓은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사악한 세력들로 규정하면서, 그 글로벌 스탠다드의 도덕성의 실체를 낫낫히 까발리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부자나라들이 어떻게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궁금할 일이다.  과연 우리 주위의 부자들이 부자가 된 경위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긴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위 부자들이 부자가된 것은 그들이 근면하고, 열심히 일한 경우가 있긴하겠지만, 대게 부동산 투기 아니면 부정한 방법(뇌물)으로 장사를 했거나, 아니면 남의 머리를 밟고 올라선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부자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자못 도덕군자 흉내를 내는 저 부자나라들의 과거를 보면, 부자가 되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게 한두번이 아니다.  과거 19세기 영국이 중국과 아편전쟁을 일으켰을때,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아편 수출을 장려했다.  거기에 중국이 저항하자 군대를 이용해 무력으로 진압하고 홍콩을 100년 가까이 할양 받았다.  오늘날 세계 최강국 미국을 보면 어떤가?  오늘날 자유무역의 화신이 되어, 신자유주의를 설파하는 대표적인 이 나라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을때,  영국이 자국 산업의 원료만을 공급하는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했다.  그리고 영국과 전쟁에서 승리하자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워서, 자국 유치산업을 장려하며 오늘날 부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러한 예는 더이상 열거할 필요조차 없이 많다.  

이러한 부국들이 오늘날 그 자리에 올라서자,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에게 자신의 불온한 과거를 숨긴채, 공정무역을 하자며 관세철폐, 규제철페, 보조금 철페를 외친다. 이렇게 되면, 개도국들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줄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무역장벽을 완전히 걷어버리고 부국들과 개도국이 같은 룰속에서 경쟁한다면,  부국들의 상품들과 경쟁할 개도국의 상품이란 전무하다시피하고, 오직 개도국들은 부국들의 산업에 원료나 공급해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오늘날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앞으로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대표기업 삼성은 60,70년대 설탕과 밀가루를 팔아 번 돈으로 전자 산업에 투자해서 세계 유수의 반도체와 휴대폰 생산업체로 발돋음했다.  삼성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된 데는,  높은 관세장벽을 유지하고 보조금을 지원한 국가 정책 덕분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국가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를 개도국 정부들에 요구하고, 선진국과 똑같은 관세철폐와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부자나라에 올라서게 해준 그 정책을 개도국은 못하게 방해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이용해 가난한 나라들을 옥죄고 있는 꼴이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이러한 이중적인 부국들과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부국들의 하수인인 경제학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이런 것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특별 대우'라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한다는 것은 그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불공정한 우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승강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레일 점자를 `특별 대우'라고 부르던가 ?  마찬가지로 개발 도상국들이 부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율의 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보호 수단을 `특별 대우'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는 상이한 능력과 필요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인(그리고 공정한) 대우일 뿐이다." 본문 p.332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부국들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부화뇌동하는게 아니길 바란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개방을 확대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탐욕스런 부자 나라들의 요구가 정답인지 아닌지,  그걸 우리 정부 관리들은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수위가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신자유주의자들의 푸들 강아지가 되겠다고 앞장서는 모습이 역역하니, 앞날이 걱정된다.  세계화의 이면에는 부자 나라들의 이중적인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선진국들의 경제 시스템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그들의 파렴치한 역사까지 본받아야 할 필요가 없고,  무턱대고 그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들이밀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함정에 속아서도 안 된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 노선, 신자유주의에 관한 치밀한 역사적 분석과 실제의 세계 경제를 조망함으로써,  어쩌면 세계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장하준의 분석은 철저한 근거 자료와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두고 있기에 신뢰가 가며,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의 허무맹랑함에 일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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