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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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또 되고싶은 사람을 꿈꾸며 미래를 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마음이 그어놓은 선, 혹은 세상이 이것이라고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새장속의 새를 보자.  새를 속박하고 있는 것은 새의 몸에 붙은 어떤 줄이나 장애물이 아니라, 바로 날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다.  새는 날 수 있지만, 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새는 그것을 자유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새장의 굳은 문이 열리는 날에도 새는 그 공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새는 진짜 자유로운걸까 ?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유를 밥먹듯이 원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삶과 현실안으로 들어와보면,  스스로 그어놓은 선밖을 절대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소극성이 몸에 배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같은 수동적인 사고틀을 안고 살아간다.  물론 그들의 삶의 폭은 그만큼 좁고,  사고의 깊이는 스스로 쳐놓은 한계로 인해 얇기 마련이다.  이런 인생은 절대로 자유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고 질타하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바람의 딸이라 이름붙여진 여인, 한비야의 일곱번째 책,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다.

한비야는 오지 여행가로 이름을 날린 분이다.  이분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신문의 칼럼을 통해서 간간히 몇편의 글을 읽은적은 있다.  언제나 글을 열정적으로 쓰는 사람이다.  칼럼 하나를 쓰기위해 꼬박 밤을 샜다는 얘기를 듣고 꽤나 완벽을 추구하는구나, 생각도 했다.  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어릴적 꿈꾸어왔던 세계 오지를 여행하기 위해, 지구를 세바퀴 반이나 배낭 들고 여행할 수 있는 배포를 가진 여인.  남자인 나로서조차도 그 배포에는 두손 두발 다 들 정도다.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안정을 포기하고 뭔가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한번도 실수한적이 없는 사람은 한번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안정을 얻는다. 우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만난 한비야는, 나보다 우리보다 몇배는 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긴급구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기쁘다. " p.14


오지 여행을 통해서 3권의 책을 집필한 그녀가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회장의 눈에 들어왔고,  단번에 그는 이 구호단체의 팀장직을 제의 받는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 격전지 이라크, 내전과 기아로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나라들,  네팔,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현장, 북한 까지. 그녀가 월드비전 팀장을 맡으며 5년간 돌아다닌 세계는 여행을 통해 만난 그 전 세계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 민족를 가리지 않는 구호단체의 업무를 수행했던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난 5년간 그녀가 발벗고 뛰어다닌 세계 긴급 구호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땀과 열정이 스며나오는 글들로 가득차 있다.  여행을 통해 국경의 벽을 넘어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것이 바로 저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세계인들을 자신의 형제나 친구인냥 스스럼없이 대하며, 열정으로 보살필 수 있는 힘이 돼 준게 아닌가 생각한다.

생각이 곧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긋고 있는 한계가 우리를 새장속의 자유인으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장애물을 걷어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여행자에겐 지도는 그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보증수표다.  그러나 지도안으로만 여행한다면, 그가 볼 수 있는 풍경은 제한돼 있다.   우리는 인생을 시간표대로, 또 이미 성공과 안전이 보장되는 루트를 따라가는 것을 정석으로 알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에도 미래가 있긴 하다.  또 가장 분명한 선물도 주어진다.  안정이라는 평범함 말이다.  그러나 열정이 넘쳐나는 끼있는 사람들에겐 지도따윈 거추장스러운 여행의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루트밖엔 뭐가 있을까, 역사는 언제나 그러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보다 진보해 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평범하게 사는것이 진정 사는것인가 ? 이 책이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면에서 우리가 과감히 버려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안된다는 사고 방식, 안전해야 한다는 소극성이다. 그것을 버릴때,  우리도 한비야처럼 열정을 태울만한 일과 만날 수 있진 않을까?  이 책을 단순히 어느 NGO의 경험담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한 사람의 열정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그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그 가능성으로 읽었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인생을 자유와 열정으로 가득 채워보자.  행복은 몰입과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발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20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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