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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아들 - 나의 선택 ㅣ 테드북스 TED Books 1
잭 이브라힘.제프 자일스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테러리스트의 아들
-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시는가요?
엘사이드 노사이르는 1990년 11월 5일 뉴욕 매리어트 호텔 연회장에서 연설을 마친 메이르 카하네를 암살했습니다. 메이르 카하네는 호전적인 랍비이자 유대인 방위연맹의 창립자였는데요, 카하네를 총으로 쏜 아랍인은 달아나면서 한 노인의 다리에도 총을 쏘았고, 호텔 앞에서 기다리던 택시에 급히 올라탔지만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던 우체국 청원경찰과 총격을 주고 받다가 결국 길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랍비 카하네와 암살자 둘 다 목에 총상을 입어 어느 쪽도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TV에서는 이 테러 사건을 끊임 없이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랍비 카하네에게 총을 쏘았고, 다시 총을 맞아 쓰러진 엘사이드 노사이르는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책의 저자인 잭 이브라힘의 아빠입니다.
2. 그러니까 책의 저자가 테러리스트의 아들인 건가요?
네, 맞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만들고, 잭 이브라함이 쓴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는 책입니다. 지난 주에 제가 이 코너에서 소개했던 책을 기억하시는지요?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었는데요, 수 클리볼드는 바로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중 하나였던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였습니다. 엄마인 수가 가해자의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아들 딜런이 왜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지를 탐색하고자 쓴 책이었는데요, 오늘은 시점이 그와 반대인 책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테러리스트 아빠를 둔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고통을 어떻게 뚫고 지나왔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아들을 둔 엄마가 쓴 이야기에 이어 테러리스트 아빠를 둔 아들이 쓴 이야기라니 오늘도 지난 주처럼 마음이 아픈 이야기일 것만 같습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보통은 테러리스트 가족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교육 수준도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잭 이브라힘의 아버지는 이집트 출신의 산업기사였고, 어머니는 미국인 교사였습니다. 그러니까 비교적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집인데요, 잭의 어머니는 본래는 카톨릭이었는데,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제에게 질문을 했는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너는 신앙심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대학 도서관에 꽂힌 이슬람에 대한 책을 발견하고 지역의 모스크를 찾아갔는데 상상과는 아주 다른 아주 포근하고 화목한 무슬림 공동체를 만났다고 해요. 보통 무슬림이라고 하면 쌀쌀맞고 차갑고 남성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거죠. 잭의 어머니는 거기에서 잘 생긴 남자를 만납니다. 금속전문가였던 남자는 배를 설계하는 것부터 목걸이 디자인도 식은 죽 먹기로 했냈구요, 미국에 온 지 1년만에 보석상에 일자리를 얻어 결혼할 여자를 위해 직접 약혼 반지를 디자인하고 제작도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의 저자와 한 살 아래 동생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놀이 공원에 아빠와 가서 함께 놀기도 한 기억을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기억할만큼 책의 저자는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행복했다고 합니다.
4. 그러면 지난 주의 딜런 가족처럼 잭의 가족도 우리가 생각하는 테러리스트의 가족의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 거네요. 그러면 왜 잭의 아버지는 테러리스트가 된 건가요? 원래부터 이슬람 근본주의자였고 테러를 목적으로 미국으로 가게 된 건가요?
그렇죠. 잭의 아빠도 원래는 미국에 대해 호감이 있어서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해요. 잭의 아빠가 미국에 대해서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세부적인 사건이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바바라라는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고 해요. 잭의 엄마는 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이슬람교를 전도하는 활동을 했는데, 그러다가 갈 곳 없는 여인이 있다면 가끔 가족의 침대를 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 이슬람교의 전통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 바바라라는 여자가 주변에 잭의 가족이 바바라의 방에서 옷을 훔치고, 잭의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고발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음에도 돈을 뜯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5. 그런 일이 있었군요.
결국 무죄로 드러나긴 했지만, 아마 잭의 아빠에게 이 일은 알라에 대한 신앙적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온 자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더욱 독실한 무슬림 신앙인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내 이슬람 공동체에서도 미국에 대한 저항이 고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무렵부터 잭의 아빠는 모스크를 다녀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고, 지하드를 위해 준비한다며 롱아일랜드의 사격장에 가서 사격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6. 그러면 잭의 아버지는 그런 일들을 겪고 나서 유대인 랍비에 총을 쏜 거군요.
그렇습니다. 잭의 아빠인 노이사르가 카하네를 총으로 쏜 이후부터 잭의 가족이 살던 클리프사이드파크로 한번도 돌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로도 돌아기지 못했구요. 지난 주에 클리볼드 가족이 딜런의 총격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리틀턴에서 살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지요? 여러 곳으로 이동하며 수차례 전학을 해야 했던 잭은 어딜가나 학교에는 적응을 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동네와 학교가 조금 편해지려고 하면 전학을 해야 했으니까요.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잭의 집이 비워진 사이 누군가가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모두 가져가 버리고 컴퓨터 키보드 위에 칼을 놓아두고 갔다고 합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처음 등교한 날 아이들이 몰려와 물었다고 합니다. “네 아빠가 랍비 카하네를 죽였니?”.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런데요, 잭의 아버지 노이사르와 잭의 가족이 영영 떨어지게 된 사건은 이 사건이 아닙니다. 다른 사건이 있었던 거죠.
7. 그러면 노이사르가 다른 범죄도 저질렀다는 건가요?
노이사르는 카하네에게 총을 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노이사르가 카하네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어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잭의 가족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이 사건은 미국 내에서 아랍인들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잭은 학교 폭력에서, 땅딸막하다는 이유로,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 없다는 이유로 얻어 맞았다고 합니다. 잭의 엄마도 그런 일을 겪기 비일비재였다고 해요. 머리쓰개와 베일을 썼다고 유령이나 닌자로 불렸습니다. 노이사르는 카하네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노이사르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거기에 가담한 혐의로 다시 체포된 겁니다. 그 이후로 유죄판결을 받은 노이사르는 50건의 혐의 중 48건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 무기징역에다 15년간 가석방 금지를 당했고 가족은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수신자부담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결국 아버지와 인연을 끊게 됩니다. 오늘 책의 저자 이름이 잭 이브라힘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일이 있은 후 모든 가족이 성을 바꾸게 됩니다. 아버지로 인해 받은 차별, 그리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이름을 바꿔 버린거죠. 그 이후로 잭은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8. 잭의 가족사를 들으니 잭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떨까요? 이런 상황에서라면 정서적인 충격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잭도 강한 무슬림 신앙이 있던 가족 탓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이 자신의 사고체계에 슬며시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그래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다”나 “파이는 3.14다”와 “유대인은 모두 사악하며 동성애는 죄악이다”를 하나의 사실로 같은 선상에서 받아들였다고 해요. 아버지는 늘 중동에 집착했고 유대인이 악당이라는 이야기를 상기시켜 토를 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 잭이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더 데일리쇼>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스튜어트는 독단적인 것을 증오했다고 합니다. 반전운동과 동성애자의 권리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파고들어 의문을 제기하고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고, 그는 새로운 아버지를 만났다고 해요. 놀랍게도 스튜어트라는 그 진행자는 유대인이었구요.
9. 코미디 방송 하나가 독단에서 깨어나게 한 거군요.
어쩌면 코미디 방송이 당연한 것을 뒤집는 것이니, 코미디 방송에서 상식이 뒤집어졌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잭은 아버지의 범죄로 인한 가정 파탄, 학교에서의 왕따 피해 등 온갖 어려움을 당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며 증오보다는 공감이 힘이 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편견이야말로 테러리스트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잭은 이 책에서 구조적 가난, 광신, 교육 박탈로 인해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기 시킵니다. 우리의 독단과 편견이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죠. 잭은 열 여덟살 이후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테러리스트의 아들>은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 테드 강연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 강연 마지막에 잭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버지가 아닙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하면서 눈가에눈물이 맺히는데요, 거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겁니다. 더 이상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는 편견 속에서 살고 싶지도 않고, 우리의 편견에도 도전하고 있는 거지요. 책의 제목이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10. 이 책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한번 정리해주세요.
네, 우리는 누군가가 뚱뚱하다고, 동성애자라고, 가난하다고, 혹은 타고 다니고 입고 다니는 옷으로, 직업으로, 학교로, 인종으로, 종교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는가요? 여성이라는 혐오하고, 피부색이 다른 이들을 차별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도록 이 책은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율은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난민이 들어오면 테러 위험이 증가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는 건데요, 그런 생각이 세상을 더 증오로 가득차게 만듭니다. 결국 급증하고 있는 테러의 원인은 이슬람의 호전적 성향이라기 보다, 이슬람을 호전적으로 만든 구제국주의 국가들의 인종주의적 편견과 차별, 지배가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반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이 책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우리 자신의 좁은 시각에 대해서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