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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지도》일단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도를 보며 그 안에 감춰진 뭔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소설로 지도를 그려낸다는 발상도 놀랍기만 했다. 저자 앤드루 더 그라프가 서문을 통해 스포를 지양한다 말했지만 지도를 잘 보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들어간다. 책을 읽어야만 스포를 했다는 것도 알아차릴테니까. 기원전 800년 무렵의《오디세이아》, 예전 학생 시절에 가장 즐겨읽었던 책이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읽었다는 기억만 있을뿐 내용은 생각나지 않다는 것은 절대 비밀. <오디세우스의 항해>에서 한 장의 지도 안에 오디세우스의 인생을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인 아타카(이타케?),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서쪽에 위치한 이타케 섬의 국왕이었고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며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다.
키르케가 사는 곳인 '아이아이에',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사는 '폴리페모스', 식인 거인인 라이스트뤼고네스인이 사는 곳까지. 오디세우스가 얼마나 많은 역경을 거치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를 한 장의 지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지도 위에 그려진 화살표들을 뒤쫓다보니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를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생각 밖으로 많은 부분을 할애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햄릿》, '햄릿'하면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리게 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햄릿 중 <햄릿>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햄릿>을 읽다보면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가 영국 최초의 소설이라는 것 여기서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은 김시습의 <금오신화>이며 한글 소설은 <홍길동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로빈손 크로소가 표류한 무인도를 저자는 '절망의 섬'이라 이름 붙였고, 절망의 섬 안에는 다양한 절망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과연 로빈슨 크로소는 어떻게 절망 안에 감춰진 작은 희망을 찾아내고 섬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꿈꾸던 소년 로빈슨 크로소,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으로《로빈슨 크로소》를 권하고 싶다. 그외에도 쥘 베른의《15소년 표류기》가 있다. 로빈슨 크로소가 무인도에서 27년 동안 살았다면 '15소년 표류기'의 아이들은?
《소설 & 지도》는 지도로 그려져 있는 소설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의욕이 퐁퐁 샘솟게 하는 희얀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면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와 하인 파스파르투가 어떤 경로로 세계일주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픽스 형사는 어떤 역활을 했는지 등. 필리어스 포그의 세계일주에서 여행지는 발을 디뎌야할 단순한 경유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1파운드는 1,452.83원이며 주인공의 전재산인 4만 파운드는 5,811만 3,200원이다. 절반의 재산인 2만 파운드를 걸고 나머지 돈으로 여행경비로 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여행에 성공했을때 그가 받은 금액은 얼마일까? 아는 책은 알아서 좋고 모르는 책은 모르니 찾아보며 읽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