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

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도진기 작가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신작으로 만났다. 변호사나 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있었지만 판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라~, 재판이 열리고 피고인 '김유선'이 법정에 등장한다. 어떤 사연으로 판사직에서 물러나 법정이 아닌 외부에서 주로 일을 해결해 '어둠의 변호사'라 별칭으로 불리는 고진과 '백수 탐정' 진구라는 캐릭터를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인가 하는 시선으로 살펴보게 된다. 주인공 현민우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재판부 부장판사다.

연인관계인 남자(이준호)와 여자(김유선)가 술에 취한 채 모텔에 투숙했다. 그런 그들 손에는 술과 안주가 들려 있었지. ​만약 모텔 안에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평범한 일도 끝났겠지만, 두 남녀 중 남자가 술에 취한 사태로 젤리를 먹다 목에 걸려 질식하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뭐랄까 예전에 일어났던 '낙지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혹 저자도 그것을 그리며 소설을 쓴 것일까? 거액의 보험금을 노렸다는 것과 피해자가 질식사 했다는 것도 같다. 혹시 용의자 김유선도 무죄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겠지?

의심은 가지만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김유선의 죄가 밝혀질까? 가족이 아닌 여자친구가 보험 수익자가 되었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다. 표지에는 먹음직스런 큼직한 젤리가 놓여있다. 분명 먹음직스러웠는데 책을 읽다 다시보면 입맛이 사라지는 기현상을 겪게 된다. 뷔페를 가면 즐겨 찾는 음식이 젤리 종류였는데 아무래도 한동안 멀리하게 될 것 같아. 이것이 책이 주는 효과라면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겠지. 굳이 먹더라도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낙지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여전히 낙지를 사랑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에는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쓰여져 있다. '합리적 의심'이란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심을 말하며 미국 형사소송법상 기준이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구형을 언도하고 변호사는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며 판결을 내리는 것은 오로지 판사의 몫이다. ​이제 세 명의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등장하는 세 명의 판사 중 고진 변호사로 예상되는 인물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가 남자라는 점에서 여자 판사인 정남희는 제외, 그렇다면 현민우 부장 판사와 민지욱 판사 중 하나라는 말이다. 둘 다 모종의 재판과 연관이 있으며 그것이 흑역사가 될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고진, 어떤 사연으로 판사를 그만두고 어둠의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의문의 남자. 탐정 진구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만 알뿐 상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탓이다. 둘 중 누가 고진변호사일까? 아니 둘 중에 있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