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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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머릿속으로 ''을 그려보자. 무엇이 떠오르나. 엄숙한 분위기의 법정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판사들, 검은색 법복과 둔탁한 소리를 내는 판사봉이 그려진다. 때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던 이들과 Beegees'Holiday'가 떠오르기도 한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은 어렵고 딱딱한, 가진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무엇'에 불과하다. 그 개념이나 형태가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법이 뭔가요?'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한참을 망설이게 될 것이다.

 

시기 적절하게도 <헌법은 살아있다>라는 책이 발간됐다. 변호사로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석연 변호사의 책이다. 세계 헌정사상 유례없는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헌법이 무엇인지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책의 첫 번째 장에서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헌법'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헌법 전문에는 "헌법은 우리가 안전한 사회에서 각자 능력을 발휘하여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확보해 주는 제도적 장치"라고 적혀있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우리의 생활을 떠받쳐주고 있는 것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첫 번째 장에는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전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는 그 책임을 지닌 국민 개개인이 헌법을 지키기 위한 저항권의 행사였다는 것이다. 평화적인 수단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국민이 최후의 수단으로 택한 합헌적인 저항권이 바로 '촛불집회'. 무엇보다 세계적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폭력, 평화적 수단으로 행사한 촛불집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 크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저항권이 원래는 독일에서 발전된 이론이라는 점이다. 독일 헌법에는 "헌법적 질서를 파괴하고자 시도하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다른 구제책이 불가능한 경우 모든 독일 국민은 저항권을 가진다"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결국 지금의 촛불집회는, 헌법적 질서를 파괴하고자 시도하는 현 대통령에 대한 저항권임을 암시한다.

 

두 번째 장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헌법, 현행 헌법의 문제점 등이 서술되어 있다. 특히 현행 헌법이 1987, 그러니까 30년도 넘은 헌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여망,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기에 미흡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는 개정 헌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을 헌법에 천명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임을 재확인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장과 2장이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장이라면, 세 번째 장은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 결정'이라는 주제로 생생한 사례들을 담은 장이다. 간통죄 위헌결정,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위헌결정,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 위헌결정, 수도이전법 위헌결정,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제도 위헌결정, 과외교습 금지 위헌결정,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위헌결정,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위헌결정,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위헌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노무현 대통령 탄핵/김영란법 기각 등 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최근의 쟁점을 다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성격과 쟁점을 정리한 부분이다. 헌법에는 탄핵 사유를 대통령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하여는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는 탄핵에 의한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된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는 뇌물수수, 부정부패,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행위 등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적시된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 위반, 또는 법률 위반의 탄핵 사유는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p118.)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인터뷰 전문가 지승호 작가와 이석연 변호사와의 대담을 담고 있다. 수도이전법, 재외동포법, 가정의례법 등 이석연 변호사가 공익소송으로 했던 위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지승호 작가의 질문에 이석연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변호사들이 먹고 살기만으로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공익소송에 관심을 쏟기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 수록 사회에서 억울하게 당하거나 제도에 의해서 보호를 못 받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설사 그들의 뜻을 실현시켜 주지 못하고 억울한 점을 해소해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같이 고민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이 떠오른다는 게 이석연 변호사의 답변이다.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는 요즘. 우리의 뜻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헌법' 의식이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 책에 서문, 이석연 변호사가 밝힌 것처럼 헌법은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와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다. 다소 추상적이던 법의 관념을, 국민의 입장에서 설명한 책 <헌법은 살아있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헌법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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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협상하라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궁극의 하버드 협상 전략
디팩 맬호트라 지음, 오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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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빈손으로 협상하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됐지만, 책의 원제는 <Negotiating the Impossible: How to Break Deadlocks and Resolve Ugly Conflicts (without Money or Muscle)> 이다. 원제나 한국에서의 제목이나 저자인 디팩 맬호트라가 밝히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협상 방법. 그리고 그 협상 방법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협상은 때론 쉽고, 때론 어렵다. 어려운 협상은 종종 갈등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당신은 협상으로부터 비롯된 갈등을 제거하고자 작은 권력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책의 저자이자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디팩 맬호트라는 <빈손으로 협상하라>를 통해 가장 폭발 가능성 있는 상황을 없애고 불가능함을 극복해서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 


디팩 맬호트라는 크게 세 가지의 관점에서 협상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프레이밍의 힘', '프로세스의 힘', '공감의 힘'이 그것이다. 첫 번째 방법론인 프레이밍의 힘에서는 협상을 위한 큰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프레이밍을 재구성하는 것이 협상이 타결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극복할 만한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협상의 프레임을 통제하라. 협상을 지배하는 프레임은 협상 당사자가 대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결정 내릴지 그 방식을 형성하며, 결국 무엇을 승낙할지 결정한다." (30p) 


"협상 쟁점에 대해 대가가 큰 양보를 하지 않아도, 협상이 방식과 구조에 대한 현명한 양보만으로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33p)


​ 

저자가 첫 번째 장에서 제시하는 것은 큰 프레임을 찰흙처럼 잘 떼었다 붙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명하게 양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양보가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여러가지 쟁점을 동시에 협상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즉, 관심을 분산 시키는 것도 협상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협상의 좋은 자세 중 하나는 '쟁점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방식에 대해서는 유연하게'이다. 협상에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첫 번째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든 사람이 간과하거나 실수하는 협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협상을 시도할 때에 자질구레한 변명을 가져다 붙인다. 협상하는 당사자에게 구차하게 보일 뿐더러,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 질리 없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경계한다. 


"당신의 제안을 정당화하되, 절대 변명하지 마라." (68p) 


​ 

저자가 제시하는 두 번째 방법론은 '프로세스의 힘'이다. 모두가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일이 많이 있을까? 디팩 맬호트라는 협상 프로세스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프로세스를 짜기 위해서는 꼼꼼한 전략가가 될 필요성이 있다. 


​ 

"현재의 위치에서 원하는 위치에 어떻게 이를 것인가? 협상 프로세스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라. 실질적인 협상의 가능성, 시기, 방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고려하라." (112p) 



​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이라는 것이 전략만 세운다고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세스를 이행하기 위한 전략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상대의 주장을 예측하고, 본인이 주장할 내용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 장에서 가상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상대가 프로세스를 위반했을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상사와의 연봉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작년 이맘 때 즈음에 연봉 10%를 올려주기로 약속 혹은 협상했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그가 말을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협상 테이블을 떠나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 협상 테이블을 떠날 때에도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라고 제안한다. 


"상대가 프로세스를 위반해서 협상 테이블을 떠나야 한다면 그전에 물어 보자. 첫째, 상대도 그것을 프로세스 위반이라고 생각하는가? 둘째, 양측의 손실은 얼마나 되는가? 셋째, 당신이 협상 테이블을 떠난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넷째, 상대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다섯째, 상대가 체면을 잃지 않고 해결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가?" (132p)


그가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방법론은 '공감의 힘'이다. 책의 서두에 저자는 협상이란 인간 기본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어쩌면 마지막 방법론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협상의 성공적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는 공감을 할 때 비로소 분쟁의 해결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밝힌다. 


"공감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선택지를 넓혀 준다. 상대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할수록 해결책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205p) 





​ 

그리고 심지어 다음과 같은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공감은 가장 받을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다. 참기 힘든 행동일수록, 그것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잠재적 혜택은 크다." (206p)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냉철해질 필요성이 있는데, 공감이라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더군다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상대방을 공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공감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협상의 근본은 인간 상호작용이라고 밝히며,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협상의 처음과 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협상은 인간과 인간이 진행하는 것이고, 인간의 영역이다. 빈손으로 협상하라는 책의 제목과는 반대로,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꽤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상대에 대해 더 많이 듣고 공감하는 일련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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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편집자 - 어느 여가사회학자의 행복에 관한 연구
최석호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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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시간편집자>의 부제목은 '어느 여가사회학자의 행복에 관한 연구'이다. 실제로 책의 저자는 여가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세계여가기구(World Leisure Organizaion)의 학술지인 World Leisure Journal의 국제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력만 봐도 그가 얼마나 여가에 대해 도가 텄는지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부제목이 어느 여가사회학자의 '행복'에 관한 연구라는 점이다. 여가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굳이 '행복에 관한 연구'라고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편집자>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해서 행복해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묻는다. 전보다 풍요로워진 지금, 우리는 행복한지. 



#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산업혁명을 거쳐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우리는 전보다 더 잘 살게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가 이루어졌지만, 도대체 왜 여유는 생기지 않는 걸까? 저자는 로빈슨과 갓비라는 학자의 학설을 예로 들며, 노동 시간과 여유로움에 대해 설명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더 오랫동안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모든 게 편리해진 요즘, 오히려 노동시간은 줄었고 여가 시간은 증가했다. 늘어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TV를 켰고, 쇼핑을 시작했다. 올바른 여가 생활이 사라진 자리에는, 노동 시간에 대한 부담감만이 남았다. 


"노동 시간은 줄어 들었고, 여가 시간은 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일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생각에 오류가 있을뿐 실제 노동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고, 여가 시간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늘어난 것은 TV시청 시간과 쇼핑 시간이다." (107p) 


"여가 활동을 점점 더 빨리 하게 된다. 여가든 일이든 더 빨리 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시간 공황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60p) 



# 진정한 여가를 찾아서 


<시간편집자>에서는 '여가'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본다. 중국에서는 휴한(休閒)이라고 하여 '한가롭게 쉰다'는 의미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여가(暇)는 '여유롭고 한가한 때'를 말한다. 비슷해보이는 이 정의를 저자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았다. 휴한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말하지만, 여가는 여유있는 '시간'을 말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여가에 일을 할 수도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작가는 현대인들의 여가 생활을 되돌아본다. '여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함의를 파악하기 보다는 자극적인 무언가를 해야만 진정한 여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다. 

"수백 명이 죽어야만 영화는 끝이 나고, 갖가지 불륜이 저질러진 다음에야 소설이 마무리된다. 막장으로 치달아야 드라마 스토리가 전개되고, 대륙을 초토화시켜야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실제 여가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푹 쉬는 것을 여가라고 생각한다." (38p)



# 행복, 멀리 있지 않아요.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여가가 당신을 말한다'고. 또 무엇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여가가 '이미지를 볼 줄 아는 안목'이라고도 강조한다. 하지만 <시간편집자>를 통해서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행복'이다. 책을 읽는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그러니까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함으로써 행복해지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TV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자. 대한민국 금수강산 골목마다 발자국을 남기자. 술잔 들고 나를 망치지 말자. 멋진 나를 뽐내자. 천박하게 자랑하지 말고 공부 좀 하자. 문화 자본을 늘리자. 책이면 책, 그림이면 그림, 안목을 기르자. 상징 자본에 투자하다. 섹시한 나를 즐기자." (211p)



# 빵과 장미, 그리고 여가 


<시간편집자>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에게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지 조곤조곤 일러주는 책이겠지만, 저자는 책의 시작과 끝을 '행복'으로 그렸다. 책을 읽다보니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빵'뿐만 아니라, 삶에 행복을 주는 '사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빵과 장미 Bread and Roses>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만약 저자라면 '빵과 장미' 외에 하나를 더 추가하지 않을까? '여가' - 진정한 행복을 위한 첫걸음. 


http://blog.naver.com/soyasteve/220924022654

https://www.instagram.com/p/BP7lMdsAwGn/?taken-by=show.sh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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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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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호기심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큰 본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런 인간의 지적 호기심에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모임이 있다. 1996년 미국의 존 브록만(John Brockman)에 의해 출범한 엣지(Edge)가 바로 그 모임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과 견해를 나누고,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토론하는 비공식적 모임이다. 혼자 하던 연구를 최고의 지식인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모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엣지의 회원으로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총,균,쇠>의 재러드 다이어몬드, <생각에 관한 생각>의 다니엘 커너먼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하다. 


출판사 와이즈베리에서는 매년 Edge 모임의 가장 알짜배기만 모아서 <The Best of EDGE>라는 주체로 출간하고 있다. 올해는 <LIFE: 궁극의 생명>이라는 큰 주제 아래 21명의 석학들의 글이 묶였다. 


글의 첫 장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 가능성>으로 시작된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이 글을 통해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우주의 다른 곳 어딘가에 생명이 있다면, 다윈주의적 생명일 것 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둘러보세요. 여러분이 찍고 있는 이 카메라, 이 녹음 장치, 이 컴퓨터, 자동차, 배, 비행기 등 인간이 만든 온갖 기계들로 정신이 사나울 지경입니다. 이것들은 직접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에요. 인간의 창의성, 협력하는 인간의 두뇌들로 만들어진 것이죠. 누구도 혼자서는 보잉 747기를 만들 수 없어요. 내 말은 많은 사람, 많은 컴퓨터가 참여하는 협엽이라는 겁니다. 다윈주의적 기반을 환상적으로 확장한 사례이지요." 


<생명은 아날로그일까, 디지털일까?>라는 프리먼 다이슨의 매력적인 주제의 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의 정보 처리가 어느 정도는 디지털이고, 어느 정도는 아날로그라고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아날로그라면,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 컴퓨터로 내려받을 때 섬세한 감정이나 특질이 얼마간 손실 될 수 있어요. 놀랄 필요는 없어요. 아무튼 나는 나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21명의 석학들의 글로 이루어진 <궁극의 생명>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인 주제를 저자가 직접 설명해주는 듯 쉽게 풀어서 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과학이나 유전학, 생물학 등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7페이지 이내의 짧은 글도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두꺼운 두께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원하는 석학의 글만 골라서 읽는 것도, 두꺼운 책의 무게를 이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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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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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의 책이 출간됐다. 책의 주제는 '인간'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89세의 나이로,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촘스키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밝혀냈을까?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서는 크게 네 가지의 질문이 던져진다. 


1. 언어란 무엇인가?

2.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3. 공공선이란 무엇인가?

4. 자연의 신비: 얼마나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인가? 


첫 번째 장은 촘스키의 언어학 이론인 '변형생성문법'에 대한 내용이다. 변형생성문법과 촘스키의 언어학 이론이 생소한 독자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같은 페이지를 두 세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여러 번 읽다 보면 촘스키의 언어 연구가 어떻게 과학적으로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여러 번 읽어도 어렵다면 촘스키의 저서를 몇 권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장에서 촘스키는 언어의 사회적 측면과 의사소통 등의 이론을 설명하고 비평한다. 


두 번째 장에는 우리 인간들의 이해력에 대해서 설명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력의 한계'에 대한 물음이다. 촘스키는 인간이 풀 수 있는 질문을 '문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미스터리'라고 규정하며 인간의 이해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답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게 된다는 것이 촘스키의 설명이다. 


세 번째 장은 '공공선'에 대한 내용이며 촘스키의 통렬한 사회 비판을 담고 있다. 공공선에 대한 관심을 통해 교육 제도부터 노동 여건에 이르기까지 처참한 정책들이 미치는 지독한 영향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촘스키는 현대 노동에 대한 비판과 각성을 요구한다. 


"170년 전 쯤에 뉴욕의 한 숙련 노동자 집단은 날품팔이가 노예제와 같다는 상식적인 견해를 거듭 밝히며, 임금 노동자들이 '자립심이나 자존감과는 정반대로 어쩔 수 없이 강요된 체제 안에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이 무엇인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날카롭게 경고했다. 물론 그날이 '아득히 멀기만'을 빌면서 말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의 지능으로는 절대 뚫지 못하는 궁극의 비밀도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촘스키가 책 속에서 하는 질문들은 모두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는 사실 한 가지의 근원적인 질문으로 점철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는 세계적인 석학답게 하나의 결론을 내지 않고, 여전히 인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리고 그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촘스키가 바라보는 인간과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애정까지도 잔잔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촘스키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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