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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ㅣ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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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호기심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큰 본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런 인간의 지적 호기심에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모임이 있다. 1996년 미국의 존 브록만(John Brockman)에 의해 출범한 엣지(Edge)가 바로 그 모임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과 견해를 나누고,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토론하는 비공식적 모임이다. 혼자 하던 연구를 최고의 지식인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모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엣지의 회원으로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총,균,쇠>의 재러드 다이어몬드, <생각에 관한 생각>의 다니엘 커너먼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하다.
출판사 와이즈베리에서는 매년 Edge 모임의 가장 알짜배기만 모아서 <The Best of EDGE>라는 주체로 출간하고 있다. 올해는 <LIFE: 궁극의 생명>이라는 큰 주제 아래 21명의 석학들의 글이 묶였다.
글의 첫 장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 가능성>으로 시작된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이 글을 통해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우주의 다른 곳 어딘가에 생명이 있다면, 다윈주의적 생명일 것 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둘러보세요. 여러분이 찍고 있는 이 카메라, 이 녹음 장치, 이 컴퓨터, 자동차, 배, 비행기 등 인간이 만든 온갖 기계들로 정신이 사나울 지경입니다. 이것들은 직접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에요. 인간의 창의성, 협력하는 인간의 두뇌들로 만들어진 것이죠. 누구도 혼자서는 보잉 747기를 만들 수 없어요. 내 말은 많은 사람, 많은 컴퓨터가 참여하는 협엽이라는 겁니다. 다윈주의적 기반을 환상적으로 확장한 사례이지요."
<생명은 아날로그일까, 디지털일까?>라는 프리먼 다이슨의 매력적인 주제의 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의 정보 처리가 어느 정도는 디지털이고, 어느 정도는 아날로그라고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아날로그라면,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 컴퓨터로 내려받을 때 섬세한 감정이나 특질이 얼마간 손실 될 수 있어요. 놀랄 필요는 없어요. 아무튼 나는 나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21명의 석학들의 글로 이루어진 <궁극의 생명>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인 주제를 저자가 직접 설명해주는 듯 쉽게 풀어서 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과학이나 유전학, 생물학 등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7페이지 이내의 짧은 글도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두꺼운 두께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원하는 석학의 글만 골라서 읽는 것도, 두꺼운 책의 무게를 이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