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실험실 -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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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누구라도 다윈 같은 실험가가 될 수 있고,

자연 세계를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0년대의 생물학자로 '진화론'의 초석을 마련한 생물학자이다. 그는 '진화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멸종했던 동물들과 오늘날의 동물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생명체가 자연진화를 통한 진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과거의 질서가 없고 복잡한 생명체로부터 오늘날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무질서한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다윈이 진화에 대한 해답을 그의 작은 실험실에서 얻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오늘날 생물학의 초석이 되는 이론으로 이미 너무나 많은 학술 저서에 담겨있지만, 그가 어떻게 이 위대한 진화론을 발견했고, 어떻게 연구했는지, 또 인간 다윈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윈의 실험실>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다윈이 실험을 행하던 곳, 그리고 다윈이 생애를 보낸 대부분의 공간인 그의 실험실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운하우스 시골집의 서재와 복도, 그리고 정원 등 집안 구석구석은 모두 그의 실험실로 사용되었다.

 

비글호에서 다윈이 했던 청년 특유의 발랄한 실험들은 장난삼아 즉흥적으로 행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조차 그가 얼마나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는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배우기를 열망한 사람이었는지 보여준다. 이구아나를 던진 다윈도, 어떤 흥미롭고 특별한 현상 앞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발견하고 생각하고 관찰한 것을 노트에 채워가던 다윈도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다윈의 실험실>, 51p

 

<다윈의 실험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들은 다윈이 얼마나 실험 정신이 강하고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차있는 학자인지 알려준다. 그의 실험은 결코 간단하거나 짧은 여정이 아니었지만, 그는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덩굴식물의 손이 뻗어 나오는 것을 몇 시간동안 꼼짝없이 지켜보기도 했으며, 눈과 귀가 없는 지렁이들이 주변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알아보기 이해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오리의 발바닥에 얼마나 많은 개구리밥이 붙는지 알아보는 엉뚱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다윈이 행한 수많은 실험은 그 혼자만의 업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일곱명의 자녀는 기꺼이 그의 충실한 조수가 되어주었고, 친구, 사촌, 조카, 집사, 독자 등 그는 누구라도 그의 연구에 참여시켰다. 그는 눈과 귀를 닫는 고집센 학자보다는, 동료들에게 수시로 조언을 받으며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독자들과 수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소통하는 학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네이처>의 독자들은 이후 비슷한 경험담을 다윈에게 계속 편지로 보내왔다. 다윈은 그 편지들과 자신이 추가로 찾아낸 자료를 엮어서 18824월 초 <네이처>에 실었다. 그리고 곧 다윈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 글은 그의 마지막 출판물이 되었다. 이렇게 다윈은 다운하우스를 떠나지 않고도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모을 수 없는 수많은 자료를 수십 년 넘는 기간 동안 차곡차곡 모을 수 있었다.

<다윈의 실험실>, 268p

 

<다윈의 실험실>에는 다윈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그가 진행했던 수많은 실험들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씨앗 실험', '따개비 실험', '벌집과 비눗방울 실험', '덩굴 식물 구하기'등 그가 했던 수많은 연구들의 방법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 따개비 실험은 당시 다윈이 따개비가 조개가 아니라 갑각류의 일종임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는데, 그의 집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책에는 따개비 실험을 할 때 필요한 준비물과 실험 절차 등이 따개비의 해부 구조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나와있어, 독자들도 그가 어떠한 방법으로 실험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책에는 그동안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다윈의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 있으며, 다윈 특유의 관찰력과 차분하지만 친근한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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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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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자신에게 복수를 계속하려 한다면 넌 결국 패배할 거라고 말했다는구나.

<배드 블러드>, 286p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테라노스 사태'. 테라노스 사태가 어떤 배경으로 발생했는지 모르는 분들이라면 인터넷 검색창에 '테라노스'라고 검색해볼 것을 추천한다. 검색의 수고로움을 덜고 싶다면 <배드 블러드>를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배드 블러드>는 테라노스 사건을 파헤쳐서 월스트리트 저널에 최초로 보도한 존 캐리루의 책이다. 실리콘밸리를 속인 희대의 사건을 아주 상세하게 정리해 놓아서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테라노스 사태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미국은 의료비뿐만 아니라 각종 헬스 케어 비용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비싼 편인데, 저렴하고 편리하게 질병을 발견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인해서 미국은 환호했다. 테라노스 스타트업은 단 한 방울의 피로 240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초소형 키트 개발을 주요 아이템으로 하고 있었으며, 미국에만 수천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미국의 군대 등도 테라노스와 공급계약을 맺기에 바빴다. 이로 인해 테라노스의 설립자인 엘리자베스 홈스는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테라노스의 사기극은 퓰리처상을 2회나 수상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간판 기자이자 <배드블러드>의 저자인 존 캐리루의 끈질긴 취재와 테라노스 내부 고발자들로 인해 밝혀지게 된다. 테라노스 진단 기기가 어떻게 작동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창업주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애매한 대답을 했고, 이는 존 캐리루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테라노스는 진실을 폭로하려는 존 캐리루를 막으려 협박과 감시 등을 일삼았지만 이 또한 존 캐리루를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으며 엄청난 특종을 잡을 때마다 느끼는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이건 기나긴 과정의 첫 걸음일 뿐이라고 내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했다. 아직 이해해야 할 문제가 많았으며, 무엇보다 확증이 필요했다. 아무리 정보의 출처가 탄탄하다 할지라도 신문사에서 익명 제보자 단 한 사람의 말만 듣고 기사를 발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배드블러드>, 330p

 

테라노스 폭로 사건은 단순히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업을 무너뜨린 사건이 아니다.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 사건을 폭로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이 안전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존 캐리루는 영웅인 것이다. 이 성과로 캐리루는 각종 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웬만한 범죄 스릴러 영화보다 더 실화같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쟁쟁한 영화사들이 앞다퉈 영화 제작을 시도했고, 레전더리 픽쳐스가 이번 사건을 영화화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테라노스의 이야기는 아담 맥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는다고 해서 원작만큼이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를 만나보기 전에 원작인 <배드블러드>부터 읽어보기를 권한다. 사건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당신은 아마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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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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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언급된 장소는 나를 만든 공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다.

그 공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끔씩 있는 희미한 별빛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희미한 별빛들을 연결해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나를 '규정'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내가 즐겨찾는 '공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케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결국에는 나를 규정할 수 있게 만드는 단서가 되고는 한다, 때때로 그리고 종종.

 

건축가 유현준의 첫 번째 에세이 제목은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이다. 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그러니까 그가 건축가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독자가 책의 제목만 봤을 때에는 ', 별자리에 관한 책이구나!'라는 오해를 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책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건축가 유현준을 성장시켜온 공간, 그를 형성하게 하고,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년 시절에는 수동적으로 공간들을 만났고, 성인이 되면서 점차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다니거나 머무는 곳을 꾸미거나 건축가로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어려서 주어진 부모와 형제는 바꿀 수 없지만, 나이 들어서 만나는 친구와 책과 영화는 선택할 수 있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13p

 

책에는 저자에게 의미있는 121곳의 공간이 담겨있다. 건축가로서 가장 오래된 기억이자 그의 어린시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스치는 공간인 '마루'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형과 함께 모래를 가지고 놀았던 '마당'과 낡은 옷차림의 거지를 보며 무서워했던 동네의 '골목길'. 그의 어린 시절에는 희미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했던 공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의 기억을 함께 더듬어가는 독자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어떤 '낡은 공간', '빚바랜 공간'들이 떠오른다.




 

공간이라는 것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자동차를 타고 구경하느냐, 걸어서 구경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타면 마주 오는 차들과 빌딩숲만 보게 되는 경험이다. 반면 한적한 시골 국도를 달리면 자연을 보게 되는데, 이 순간 자연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274p

 

건축가인 유현준이 결국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간과 도시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통해, 그리고 이 공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어 나간다면 조금 더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서 책은 출발한다.

 


 

나의 보금자리, 출근길,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사무실, 마음을 치유해주는 미술관.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읽으며 나에게는 어떤 공간과 어느 도시가 나를 있게 만들어주는 별자리인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공간과 도시에서 어떤 ''인지, 어떻게 반짝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당신이 매일 스치는 공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어쩌면 당신을 만들고, 규정하고, 반짝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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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백 - 갑질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다
박창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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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앞으로도 계속 싸울 생각이다.

여전히 모든 게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체념한 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플라이백, 238p>

 

 


2014년 겨울,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만큼 전국민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사건이 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대한항공 갑질 사건. 당시 이 사건을 단순히 대기업 일가족의 갑질 행위에 대한 사건을 폭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뉴욕 JFK공항발 비행기가 막 이륙을 앞둔 시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유는 마카다미아라는 견과류 서비스 때문이었다.(훗날 이로 인해 이 사건은 '땅콩회항'이라는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승무원이 견과류를 서비스로 내놓자 매뉴얼에 맞게 서비스를 한 것이냐며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나무라기 시작했고, 당시 사무장이었던 박창진 사무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 부사장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졸지에 비행기에서 내리게 되는 신세가 됐다. 새벽 15, 그는 그렇게 뉴욕의 공항에 홀로 남겨졌다.

 


<플라이 백>은 박창진 전 사무관의 땅콩회항 사건 전부터의 삶부터 그날의 사건, 그리고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그는 사무장의 자리에서 일반 사원급 승무원으로 강등당했다.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강등의 이유는 그가 '영어와 한국어 낭독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실상 대기업 일가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내에는 나의 존엄을 위한 투쟁이 누군가의 마음에 불씨를 일으켜 작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록 견고한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외침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다 보면 분명 다른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저마다의 존엄이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그 하나하나의 존엄이 깨어날 때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플라이백, 245p>



사건 이후에도 그는 대한항공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 직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서고 투쟁 중이다. 직원들의 연대 방안를 고민하는 그는 1인 시위, 노조 결성 등 다양한 행보를 통해 ''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책의 제목인 <플라이 백 (Fly Back)>'회항'을 뜻하는 항공용어다. 2014년 겨울, 뉴욕 JFK 공항에서 있었던 회항 사건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병폐에도 굴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태도를 갖게 해준 것이 아닐까. 비행기는 회항했지만, 그의 삶은 현재 비행 중이다. 그가 부디 이 처절한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기를, 존엄의 땅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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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 - 역경을 인생의 기회로 바꾼 우리 이웃의 슈퍼맨들
멕 제이 지음, 김진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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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은 슈퍼맨이 아니라

"평균이나 평범함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뜻을 가리키는슈퍼노멀일 것이다.“



나이가 서른이 넘은 지금도 나는 히어로 무비를 좋아한다회색빛 고담시티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빌딩에 서있는 베트맨도색색의 옷을 입고 하늘을 가르는 슈퍼맨도천장에 거꾸로 매달릴 수 있는 스파이더맨도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넘친다사람들이 히어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해내는 능력자임과 동시에어쩌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과 아픔 가진 존재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슈퍼맨은 고아였고스파이더맨 역시 부모를 여의고 고모의 손에 자랐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일들을 실패없이 척척 해낼 것만 같은 히어로들도 사실상 어떤 아픔(우리가 알지 못하는)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묘한 동질감그리고 그들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짜릿함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


<슈퍼 노멀>은 초현실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도 슈퍼맨처럼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현실판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임상심리학자이자 교육자로서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치유해온 저자 멕 제이는 실제 상담 사례를 책에 담았다단순히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만 담겨있지 않고그들이 불가항력적인 역경과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다시 말해 그들이 어떻게 '회복'한 후 평범함을 뛰어 넘는 '슈퍼노멀(supernormal)'로 성장했는지 서술하고 있다.


“1945년 미국 정신과 의사 로이 그린커Roy Grinker와 존 스피겔John Spiegel은 이렇게 썼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글씨를 썼다가 지우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오는 칠판과는 다르다전쟁은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한 잔상을 남기고 인생의 여느 결정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저자는 자신이 상담을 했던 내담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앤디워홀제이지안드레 애거시 등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동유럽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피츠버그 빈민가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자란 앤디 워홀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홀어머니의 손에 자란 제이지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단순히 '절망'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헤쳐나아가야 하는 하나의 과제였다그들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가졌을 때 그들의 삶은 변화했다.


과거가 짙은 그늘을 드리우지 않도록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자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시련이나 성공을 타인의 것과 비교하지 말자사람마다 성공과 시련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고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생각도 다 다르다.”


저자가 <슈퍼 노멀>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개념은 '회복탄력성'이다회복탄력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질병이나 불운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에 쉽고 재빠르게 원상태로 돌아가는 탄력적인 능력으로 정의되어 있다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회복 탄력성과 관련된 통속적인 정의는 실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내면에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대다수의 사람들이 충격적인 사건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원상태로 회복하지 못하고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과거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괴로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어떻게 하면 슈퍼노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온갖 시련과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조언한다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실행하려는 의지를 가지라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을 뒷받침해 줄 주변의 조력자들을 찾아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한다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시련과 실패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한다.


유년시절 자신을 가장 울게 만들었던끊임없이 침잠하게 했던 일들과 다시 마주하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중년에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들의 대부분이 유년시절의 아픔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하며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가장 아프게 했던 기억과 마주해 부딪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우리는 누구나 아픔과 마주하게 되지만우리의 안에는 슈퍼맨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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