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백 - 갑질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다
박창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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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앞으로도 계속 싸울 생각이다.

여전히 모든 게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체념한 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플라이백, 238p>

 

 


2014년 겨울,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만큼 전국민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사건이 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대한항공 갑질 사건. 당시 이 사건을 단순히 대기업 일가족의 갑질 행위에 대한 사건을 폭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뉴욕 JFK공항발 비행기가 막 이륙을 앞둔 시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유는 마카다미아라는 견과류 서비스 때문이었다.(훗날 이로 인해 이 사건은 '땅콩회항'이라는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승무원이 견과류를 서비스로 내놓자 매뉴얼에 맞게 서비스를 한 것이냐며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나무라기 시작했고, 당시 사무장이었던 박창진 사무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 부사장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졸지에 비행기에서 내리게 되는 신세가 됐다. 새벽 15, 그는 그렇게 뉴욕의 공항에 홀로 남겨졌다.

 


<플라이 백>은 박창진 전 사무관의 땅콩회항 사건 전부터의 삶부터 그날의 사건, 그리고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그는 사무장의 자리에서 일반 사원급 승무원으로 강등당했다.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강등의 이유는 그가 '영어와 한국어 낭독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실상 대기업 일가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내에는 나의 존엄을 위한 투쟁이 누군가의 마음에 불씨를 일으켜 작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록 견고한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외침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다 보면 분명 다른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저마다의 존엄이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그 하나하나의 존엄이 깨어날 때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플라이백, 245p>



사건 이후에도 그는 대한항공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 직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서고 투쟁 중이다. 직원들의 연대 방안를 고민하는 그는 1인 시위, 노조 결성 등 다양한 행보를 통해 ''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책의 제목인 <플라이 백 (Fly Back)>'회항'을 뜻하는 항공용어다. 2014년 겨울, 뉴욕 JFK 공항에서 있었던 회항 사건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병폐에도 굴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태도를 갖게 해준 것이 아닐까. 비행기는 회항했지만, 그의 삶은 현재 비행 중이다. 그가 부디 이 처절한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기를, 존엄의 땅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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