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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7월
평점 :
잘못 설계된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들은 정말 많다.
종종 코미디 같은 일도 일어난다.
<규제의 역설>,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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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이 필요할 것이고, 이들을 이어줄 언어나 문화, 종교, 가치관, 법 등의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의 질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법'이다. 시민들의 자유 의지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노릇이니, 각종 규제가 필요한 것이고 더 나아가서 법률로써 다스리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러한 규제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규제의 역설> 도입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꽤 흥미롭다. 19세기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 삼았는데, 코브라 개체 수가 늘어나자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 시행의 결과 코브라 개체 수가 줄었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포상금을 지급하자 인도 국민들이 집에서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이를 알고 보상 정책을 없애자 코브라를 그냥 숲에 풀어버려 사망자도 속출했다. 이처럼 애초 설계 의도와는 다르게 나쁜 결과를 낳는 규제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일반적인 규제는 그 규제의 효과가 어떨지 처음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미리 예상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히 부작용이 큰 규제가 아니라, 목적에 오히려 해로운 규제다. 굉장히 독특한 경우이고, 이런 특별한 사항은 대부분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규제의 역설>,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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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만든 국내외 규제와 정책들이 어떻게 역설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 하며,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아가 대안을 모색한다. 도시 미관을 위해 교통 표지판을 모조리 없앴지만 오히려 교통사고의 수가 줄어든 영국 런던의 켄싱턴 하이스트리트, 오히려 더 큰 산불로 만들어버린 미국의 산불 정책, 오히려 비닐 쓰레기의 양을 늘려버린 비닐 쓰레기 감소 규제 등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만드는 규제들은 정말 많다.
어떻게 하면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의도만으로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많은 규제가 사회를 보다 좋게 하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기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규제의 역설>, 260p
저자는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의 사례 또한 언급하며 규제의 역설이 가져온 부작용을 정확하게 꼬집는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되는 규제들이 오히려 제대로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단말기 유통법, 비트코인 규제, 푸드트럭 활성화 등 국내의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규제인지 살펴보아야 할 때
규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규제의 역설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규제는 좋은 의도와 선한 의미로 시작된다. 하지만 저자는 선의로 만드는 것, 좋은 의도로 만드는 것, 좋은 사회를 위해 만드는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라는 것이다. 즉, 결과가 정말로 좋게 나오는지 여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한 의도', '민생'이라는 명목으로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정책들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