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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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누군가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의지를 가진 사람 자체가 자신을 이끄는 리더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서 역사는 흐름의 변화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지킨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선 리더십 경영, 253p"

 


직장 생활 8년 차. 수많은 상사를 만나고 모셔왔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참된 리더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처럼 직원들의 신체 일부로 제사를 지내는 가히 정신병적인 리더부터 송명빈 대표처럼 갑질 폭언/폭행을 하는 리더까지. 굳이 CEO, 회장, 대표이사와 같은 높은 직책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작은 그룹이나 팀을 이끄는 리더들도 그의 자리가 아까울만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사례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윤형돈 작가의 <조선 리더십 경영>에서는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그가 현재의 리더들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 조선의 리더들에게 답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최근 마주한 문제들, 4차 산업 혁명과 동시에 불어온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리더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며, 다양한 사람을 통치하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 역사는 말한다. 그리고 이항복이 그랬듯이 역사에 남을 명재상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경험을 통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74p)”

 


저자는 리더십을 '공공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지지받고 도움을 얻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특별한 누군가가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각 개인 모두 스스로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조선 리더십 경영>은 저자의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조선의 리더들을 살펴보며, 그들의 이상적인 처세술과 리더십에 대해 알려준다.

 


<조선 리더십 경영>에는 중종, 조광조, 김종서, 이순신, 선조, 태종, 세종, 박문수 등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세종같이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전략을 바꾼 사람도 있고, 중종이나 선조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한 사람도 있다. 또 원균처럼 오직 처세에만 능했던 가짜 리더도 있으며, 이순신처럼 진짜 리더도 있다.


 

서번트 리더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배우고 다양한 사물과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세종은 약한 정치적 입장을 극복하기 위해 서번트 리더가 되었다. 이렇게 동반자가 되는 과정에서 그의 다양한 지식과 호기심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209p)”

 


저자는 조선의 리더들을 이야기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잘못된 리더'십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갑질'이라는 용어가 그야말로 만연하고 있는데, 리더십에서도 '갑질형 리더십'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무의 사건이나, 서두에서 밝힌 양진호 회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고명대신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자식을 요직에 앉힌 김종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홍국영 등의 사례를 소개되어 있다.

 


<조선 리더십 경영>은 역사 속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올바른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올바른 리더십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타인을 같이 살피는 리더십이다. 타인을 살펴볼 때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고, 비로소 미래의 방향이 보인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진 요즘의 시대에, 저마다 스스로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제일의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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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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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훈들이 남아 이 시대와 여전히 동시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야만의 언어들이,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언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은 몹시 모욕적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이제 폐기하고 스스로의 훈을 만들 필요가 있다."

훈의시대, 246p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자. 칠판 옆에는 '교훈' 또는 '급훈'이 적힌 액자가 걸려있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하면 된다' 등의 소위 '바람직한 말'이 적혀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이러한 '계몽의 언어'들을 종종 만나곤 했다. 한 두 세대만 위로 올라가더라도 각 가정에 가훈(家訓)이 존재했고, 학교에는 교훈, 군대에는 훈련, 회사에는 사훈 등이 있게 마련이었다. 가시화하지 않았을 뿐 요즘에도 우리는 보란듯이 존재하는 여러 ''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민섭 작가의 신작 <훈의 시대>는 바로 이러한 훈에 대한 이야기다. '()'은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작가에게 있어서 이러한 가르침의 말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지만, 어두운 곳에 숨어 개인이 주체로 서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괴물'이다.

 

나는 나의 자녀가 (특히 딸이) 3년 동안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라는 훈을 보며 등교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새겨진 큰 바위를 보는 일도, 그것이 명시된 교가를 부르는 일도 없으면 한다. 물론 나는 그가 착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나와는 달리 어진 부모가 되기를 바라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참된 노동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순종하거나 다른 형제를 위해 희생하지 않기를 더욱 바라고, 결혼과 출산을 온전히 자신이 선택하기를 더욱 바라고,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더욱 바란다. 그러니까 사회적 개인이 아닌 온전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41p)”

 

저자에게 있어서 ''은 개인을 시대에 영속시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지워왔으며 특히 사유의 범위를 그 함의의 테두리에 가두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다시 말해서, '규정된 언어'인 것이다. 우리는 정해진 훈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가둬왔으며, 수동적인 형태의 인간으로 자라왔다. 여자 고등학교에서는 '순결', '정숙' 등을 권장하고, 남고에서는 '용기', '개척' 등의 훈을 권장한다. 회사에서 마주하게 된 훈은 어떠한가.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하고' 등의 듣기만 해도 지치는 훈이 대부분이다. 또 이러한 훈들은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같이 바뀌어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저자는 이런 훈을 전복시키지 못한다는 우리를 규정하는 언어에 노골적으로 잠재해 있는 욕망에 잡아먹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민섭 작가의 전작이었던 <대리사회>에서처럼 욕망에 잡아먹힌 '대리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묵직한 경고는 우리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은 낡은 언어들을 청산하는 데서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에게 익순한 언어들에 어떠한 욕망들이 뒤섞여 있는지를 직시하고 버릴 것들을 과감히 버려나가야 한다. (246p)”

 

저자는 책의 끝자락에 자신의 훈을 제시한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이 훈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왔던, 폭력적이고 지극히 강압적이며, 우리의 삶을 마음대로 규정짓던 훈들과는 다르다. 저자의 훈은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으며, 무겁지 않다. 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수많은 훈을 마주하게 될 우리들은 생각해야 한다. 우리를 잠식하던 훈들을 과감하게 바꿔가며, 욕망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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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 성추행범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법
사이토 아키요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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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여성이나 젊은 여성이 표적이 된다는 발상은

성추행의 실상과 거리가 멀다. 특정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성추행범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직장 상사와 언론사 기자들과의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마침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라는 책을 접하기 바로 직전에 발생했던 일이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직장 상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이 소주와 맥주를 50병 가량 마신 상태였고, 필자는 술을 마시지 못해(물만 홀짝홀짝 마시는 상태) 혼자서만 멀쩡한 상태였다.

 

2차로 자리로 옮겼을 때 내 옆으로 자리를 잡은 한 기자(자신이 최근 아들을 낳았다고 했던)는 그의 오른 손으로 내 허리께를 쓰다듬었다.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던 터라, 1차에서 이미 만취가 된 그가 혹여 자신의 손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서 일단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이건 분명 쓰다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물을 가지러 가는 척 하며 자리를 떴다. 무력에 의해 3차에 끌려 갔는데, 3차에서 그는 더 노골적으로 내 손을 잡았고, '애인 있다'고 말하며 손을 빼자 '내가 자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 물론 잘 수도 있다', '좋아한다' 등의 희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빠져나가는 게 상책인 것임을 알기에, 간신히 달래 그와 그의 동료를 택시에 태워서 보냈고(헤어진 후에 내가 건넨 명함을 보고 그에게 전화가 왔으며, 내일 저녁에 술을 마시자는 개소리도 마구 해댔다.)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내가 한 발언이나 행동 중 어떤 것이 그에게 우습게 보였을까'라는 생각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였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성추행이 만연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성추행과 관련된 서적이나, 각종 성범죄를 다루는 뉴스만 봐도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이루어지는 불쾌한 신체적 접촉, 직장 내에서 의도적인 성추행 등을 한번이라도 당해본 여성이라면, 책에서 읽은 것처럼 '단호한 대처'가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 일단 온몸이 경직되고, 머릿속에는 수 만가지 생각이 든다. 더구나 성추행을 하는 상대방이 직장과 연관된 사람이라면, 단순한 성추행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와 직결된다.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표적 선정이다. 대상에 따라 체포 위험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그들이 노리는 여성은 쉽게 말해 '신고하지 않을 것 같은' 여성이다. 여자라면 누구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나 만지면 체포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성추행범은 표적을 고르는 데 공을 들인다. (110p)”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의 저자 사이토 아키요시는 일본의 정신보건복지사이자 사회복지사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의존증 치료 시설인 에노모토 클리닉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알코올 의존증을 비롯해 도박, 약물, 성범죄, 도벽 등 다양한 의존증 치료에 힘쓰고 있는 그가 '성추행'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출간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루기 보다는, 성추행범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추행이라는 범죄와 성추행범이 비교적 친숙한 얼굴로 우리들의 곁에 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성추행범이 '' 성추행을 하는지 그들의 심리를 해부한다. 특히 성추행범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사실과 그들이 성추행 범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등 성추행범의 심리를 파헤친다. 특히 병리적인 측면에서 '성추행'을 재조명하며, 성추행범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치료 기간은 위험도와 상관없이 최소 3년이다. 치료 빈도와 걸리는 시간은 각기 다르지만, 첫 반년 동안은 집중적으로 치료받을수록 좋다. 참여자들은 빨리 치료를 끝내고 직장을 구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사건 당시와 똑같은 생활로 돌아간다면 재범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193p)”

 

몇 몇의 성범죄자를 체포했다는 것만으로 성추행이 만연한 사회를 바꿀 수 없다. 그들이 운이 나빠 성범죄자로 구속이 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성추행범들의 의식과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들이 '환자'라는 사실과 그들을 제대로 치료해야만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성범죄는 시스템을 통해서 예방해야 하는 것이지, 발생한 이후에는 이미 늦은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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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섹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5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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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측면에서의 자기 수용은 모든 통제를 포기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저급한 욕구를 시도 때도 없이 과시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우리는 모든 충동과 욕망을 완벽하게 껴안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에 있어서 억압된 사회였는지, 멀리서 애써 찾을 필요도 없다. 1980년대에 나온 미디어물만 보더라도, 여성은 자신의 성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욕구도)를 전혀 드러낼 수 없으며, 혹여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손가락질을 받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놀랍게도 성적인 욕망이나 섹스와 관련된 수치심의 역사는 가부장적이었던 한국 사회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830년대 영국 상류층 여성들이 최대한 몸을 가려야 했던 것을 비롯해 이슬람 사회의 히잡 역시 여성의 신체를 보고 남성들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러한 시대에서 적게는 몇 십년에서 많게는 수백년이 흘렀고, 성적인 해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섹스'는 어려운 주제다.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섹스'를 공론화하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의 삶의 화두에 섹스를 포함시켰다. 이유는 이러하다. 다양한 종류의 성적 욕망을 살펴봄으로써 지금까지 금기시되던 욕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숨어 있던 성적 자아를 사랑하는 상대에게 표현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성적 흥분은 신체적 현상인 것만 같다. 맥박이 빨라지고, 신진대사의 리듬이 달라지고, 온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그 모든 현상 뒤에서는 신체적인 것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인간 존재의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특성과 관련되므로 마땅히 형이상학적 변화라고 표현해야 할 일이 일어난다. 그 근원적인 특성이란 곧 '자아''타자'의 관계 맺음이다. (44p)

 

<섹스>에는 열아홉 가지의 인간의 성적인 욕구가 담겨있다. 연인들이 사랑을 시작하는 '키스', '얼굴 붉히기'와 같은 행위를 비롯해, '야외에서 하는 섹스', '오럴 섹스', 'BDSM', '자위' 그리고 '근친상간 판타지''양성애'등 쉽게 밝히기 어려운 성적인 욕망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 취향을 이해 불가능한 수수께끼로 여기거나 수치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당신은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적 취향은 사실 이해하기 매우 쉬운 것이며, 이성과 반대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영역에서 우리가 가지는 많은 욕구와 연관되어 있다. 때로 성적 욕구가 이상한(심지어 불쾌한) 듯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욕구는 진실한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이나, 이해와 공감, 신뢰, 조화, 관대함, 다정함이 넘치는 삶을 가꾸어가고 싶은 갈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78p)

 

저자가 이토록 다양하고 광범위한 성적인 욕망을 열거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섹스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흔히 섹스는 오로지 육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고 저자에 의하면) 섹스는 근본적으로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다만, 육체라는 조력자의 도움에 힘입어 두 사람의 영혼이 만나 교감하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성적 욕망의 뿌리에는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 그 허용이 가능케 하는 교감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는 '섹스의 진짜 기술'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혀를 이용하는 애무의 방법이나, 난해한 체위 즉, 육체적인 기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섹스를 위해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하는 기술을 '자기수용''소통'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욕구가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 것, 더 나아가 타인의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타지와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자기수용이다. 그리고 자신의 원하는 바와 타인의 원하는 것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어떤 섹스를 하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생활일지라도 본질을 갖춘 섹스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사실, 섹스는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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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직업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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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테고, 당초 꿈꾸었던 환상적인 커리어는 어느새 옆으로 밀려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부심과 품위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 것을 알 테고, 반짝이지는 않아도 조용히 성숙한 눈으로 바라보면 아주 현실적으로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교복을 벗고 사회에 나와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직업이 무엇인가요?'였다. 사람들은 종종 직업을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확고한(혹은 확실한) 도구로써 이용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때로는 세상의 그 어떤 장벽보다 높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처럼 직업은 누군가의 현재를 그리고 앞으로를 보여주는데, 과연 우리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럽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작가 앨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에서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삶의 화두로 꼽고, 여러 가지 분야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생각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생학교 시리즈 제6권인 <인생 직업>은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인생 직업>의 한국어판은 '직업을 대하는 자세', '천직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1장과 2장을 시작으로 '내가 즐거운 직업 찾기'를 소개하는 방법론적인 3, '올바른 직업 선택의 장애물'을 가려내는 혜안을 길러주는 4, 마지막으로 '직업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거나, 자신의 직업이 하찮아 보이는 상태에 있는 독자라면 5장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따뜻한 조언으로 인해서 그래도 마음이 차분해지며, 자신의 직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직장''직업'의 개념은 많이 다른데, 필자는 직업은 사랑하지만, 오조오억을 주더라도 직장은 사랑할 수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회사망해라)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그 어느 직업이든 문제점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저 홀딱 빠진 그 직업의 지루하고 걱정스럽고 화나는 측면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것뿐이다. 한두 달 시험 삼아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211p)

 

대한민국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거대한 문제는 직업의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 바로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태에 다다른다. <인생 직업>에서는 바로 이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커리어 계획은 쉽게 내놓지 못할지라도 나의 마음은 필요한 자료는 이미 다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을 내서 일부러 관련 증거를 모으고 목록을 만들고 고민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인데 이 '마음의 소리'라는 명제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시리즈에서 많이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번 습득을 해두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스킬이기도 하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접근할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이 이미 내 안에 있다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빨리 결론을 도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답을 알려줄 데이터가 보통은 정확히 조사되거나 분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50p)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흥분했었는지 사소한 기억부터 떠올리는 것이다. (물론 기억력이 좋지 않은 필자의 경우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이렇게 수집한 감정들을 서로 연결하고 일반화시키는 단계를 거친 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을 더 자세히 검토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즐거운 감정뿐만 아니라 '부러움'의 감정, 더 나아가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감정 등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수집하고 관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직업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직업을 말하는 경우는 사실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보다는 '현재의 직장'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고 그리고 넓게 보는 시각을 키운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진짜 직업을 찾는 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는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지쳐서 퇴근하는 날들 속에서도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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