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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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나도 그렇다.

정신 바짝 차리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따뜻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에 대해서.

<우리만 아는 농담>, 146p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아끼는 누군가와 시시덕거리며 나눴던 농담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첫 느낌처럼 내용도 적당하게 재미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작가의 이야기.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산다는 건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배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첫 문장을 통해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런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남편과 함께 남태평양의 작은 섬마을 '보라보라'에 살고 있다. 이름마저 무척 귀여운(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는) 이 섬마을에서 그녀는 오감과 육감을 모두 동원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가 느낀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갔고(작가에 의하면 '인생 종치는 소리가 들려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만 아는 농담>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으로 출간된 것!


춤이 시작되었다. 손바닥을 하늘로 올리고 어깨를 앞뒤로 흔들자 바닷속을 헤엄치는 상어가, 허리와 골반을 빠르게 흔들며 원을 만들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중략) 누군가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 나쁘지 않은 밤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아는 농담>, 158p


<나만 아는 농담>의 가장 큰 매력은 보라보라섬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작가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바다에 나가 휴식을 취하고, 망고나무를 키우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 민트를 뜯어다 모히토를 만들어 마시고, 별빛에 저녁을 먹는 삶. 작가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공짜'라고 이야기 하며, 자신이 보라보라섬에서 받은 자연이라는 선물에 감사한다. 작가가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마도 '지금', '오늘의 행복'이 커다란 선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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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 EBS 스타강사 혼공샘의 우리 아이 영어 공부법
허준석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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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어릴 때부터 '흥미' 위주로 시작한 영어 공부는

힘든 입시 영어 공부 속에서도 영어를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 되고,

수많은 시험이 난무한 입시 영어를 좀 더 수월하게

배울 수 있도록 내공을 탄탄히 다질 수 있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11p

 


'요즘 어린 아이들은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운다지'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 아이의 영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비교적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서 너는 아이에게 어떻게 영어를 교육하고 있냐고 묻자, 친구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세대를 이동한 것 뿐이지, 그녀와 나 또한 치열하게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던가. 그토록 열심히 공부했건만 왜 여전히 '원어민처럼 말할 수 없는가?'는 고민거리다.

 


한국만큼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는 나라도 드물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하고,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본인의 수준을 테스트받고, 이에 따른 맞춤 교육법을 소개받으면 좋겠지만 그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이 많많하지 않아 부모들의 고민이 커진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의 저자 허준석은 '부모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와 함께 공부해야 할 때(참여), 한걸음 떨어져서 아이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할 때(방목)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철처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차를 좋아하면 <토마스와 친구들> 영어판을 보여준다. 영상뿐 아니라 영어책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한다. 기차를 좋아한다면 기차에 관한 픽처북부터 교통수단을 다룬 영어 백화도 큰 도움이 된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51p

 


15년차 현직 영어 강사이자 EBS 영어 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허준석 강사는 학부모들이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아이들의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한 해법을 소개하고 있다. '영어 학원은 몇 살때부터 보내야 하는지',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이지만 알아둬야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언어는 결국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이 잘해 낸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몇 시간의 노출, 몇 권의 책 등 숫자에 집착하면 아이는 금세 부담을 느끼고 거부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40p

 


영어 교육 열풍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조기 교육'이 빠질리 없지만, 저자는 '초등학교 전까지는 천천히 가라'고 조언한다. 영어에 일찍 노출될 수록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말 습득에 큰 지장을 주지 않고도 '천천히' 영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유치원이든 유아기든 아이에게 '영어 소리'를 들려주면서 일정 시간(5~10)을 노출하도록 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는 유아기를 지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의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영어 교육 방법이 고등학교에서 끝나는 이유는, '스스로 즐기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라'는 저자의 가르침대로만 아이를 교육한다면, 성인이 된 아이는 아마 습관처럼 즐기면서 공부를 할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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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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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진실',

나는 늘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 루시안 프로이트(Lician Frued, 2010)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1945년경부터 1970년경에 이르는 약 25년의 기간을 주제로 다룬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시대에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화가들의 이야기이다. 왜 하필 '런던'인가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영국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파리와 뉴욕과 더불어서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시기가 '런던'에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시기에 런던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세계 미술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25년 간(거의 두 세대를 아우르는) 런던의 화가들에 대한 내용은 주로 '인터뷰'로 구성된다. (그리고 심지어 이 모든 인터뷰들이 기존에 본 적 없는, 미간행 인터뷰라고 하니!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인터뷰 대상자는 데이비드 호크니, 리처드 모펫 등 익숙한 이름의 주인공들부터 다소 낯선 이름의 화가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이 런던의 전후 25년에 주목한 까닭으로 당시 런던의 화가 공동체가 소규모 동네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화가들이 친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작은 세계'로 통했다. 하지만 이 작은 세계 안에서도 런던의 화가들에게는 정말 폭넓은 다양성이 존재했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의 기저를 이루는 주제 중 하나는 당시 분명한 철의 장막처럼 보였던 '추상''구상'의 경계가 현실에서는 훨씬 더 유연했다는 사실이다. 양 방향에서 이 경계선을 수차례 넘나드는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하워드 호지킨(Howard Hodgkin)같은 작가들은 이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14p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의 흥미로운 점은 여러 인터뷰들을 생생하게 엮어놓은 탓에 당시 런던의 화가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세계적인 화가 3인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구성이 탄탄하게 느껴짐은 물론, 책의 중간중간 화가들의 작품이 삽입되어 있어 미술관에 온 느낌마저 준다. , 미술사에 대한 내용과 인터뷰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개인적인 삶과 친분까지 담겨있어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를 그린 프로이트의 첫 번째 누드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모델이 프로이트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지, 또 프로이트가 작품에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지를 볼 수 있다. 소녀는 매우 연약하다. 그것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278p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전후 25년간의 화가들이 모두 '물감'을 사용하는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들이 모두 물감을 사용하고 있어 사진과 같이 매체들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은 바로 이런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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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재일 수 있다 - 당신의 재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
데이비드 애덤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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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예술과 포르노그래피의 관계와 비슷하다.

그 실체를 끊임없이 규명하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인식하지조차 쉽지 않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 13p

 


고백하건대 20대 중반 무렵부터 자주 잊었다. 첫 직장에 적응을 하느라 많이 바빠서 그렇겠거니 했지만, 당시 별명이 ', 맞다!'일 정도로 해야 할 일과 해왔던 일들을 깜빡깜빡했다. 태생이 부주의한 탓이려나 하고 넘겼고, 서른이 넘은 지금은 돌이킬 수 없겠구나 싶어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이제 감퇴하는 나이니까'라고 자위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컴플렉스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의 저자 데이비드 애덤(David Adam)은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의 편집자이다 <가디언> 과학 전문 기자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는 책의 머릿말에 이 책을 쓰면서 실제로 자신의 기억력이 좋아졌으며, 집중력이 향상되었고, 공감능력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도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뇌의 10퍼센트 정도만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90퍼센트의 잠재력은 깨우지도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뇌세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느라 과부하에 걸릴 정도다. 어느 하나도 빈둥거리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라.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더 큰일이지 않은가. 90퍼센트의 잠재력에 희망을 걸었으나, 지금 이 상태가 나의 뇌를 풀가동한 상태라니!





 


저자는 <나는 천재일 수 있다>'''지능', '인지 강화' 등의 영역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담은 물론이고, 인류가 지능을 이해하고 측정하기 위해(또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생각할 논제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지능을 높이는 약물이나 전기 자극 방식을 상용화시킨다면, 과연 이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차원의 문제일 것일까? 저자는 이 질문을 과학에 국한시키지 않고 철학적인 의문, 더 나아가 윤리적인 의문과 맞닿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생전의 업적만큼이나 사후에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그의 ''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업적의 비밀이 그의 뇌에 숨겨져 있다고 믿었는데, 1955년 그가 사망한 이후 부검 과정에서 그의 뇌가 비밀리에 적출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의 뇌에는 신경교통 세포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서 뉴런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뇌의 무게나 크기는 또래 남성의 것보다 작고 가벼운 축에 속했다고 하니 뇌의 크기와 지능의 상관관계가 언제나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저자는 뇌를 연구하고, 뇌에 자극을 줘서 치료가 되거나 전보다 나아진 각종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독자들이 스마트 약물을 복용하거나 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서 신경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접근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똑똑해질 수 있는 것일까?저자는 책의 끝자락에 신경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몇 가지의 연구를 소개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거나, 공간 기억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심층적인 연구'가 여전히 더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학계에서도 뇌 훈련에 대해서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회의적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이 또한 빼놓지 않고 알려준다.

 

지능의 치료와 지능의 차이에 관해 우리가 부모나 조부모 세대처럼 부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더 훌륭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그 일을 해나갈 수 있으며, 인지강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 일을 수행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 374p

 

신경과학과 뇌과학 등의 영역은 여전히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 우리들은 실패를 거듭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향한 열망이 언젠가 인간이 '인지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어주지는 않을까? 물론 그에 따른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논제들 또한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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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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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섹스를 할 때면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려요.

1분 정도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까먹죠.

카메라 뒤에 있을 때 벌어지는 일과 같아요.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걸 까먹어요.

<메이플 소프>

 





항문에 채찍을 꼽은 남성, 성기처럼 찍어둔 꽃 사진, 기상천외한 섹스 사진.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과감하게 카메라에 담은 이가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이야기다. 그는 특히 흑인 남성의 누드나 동성애 등 남성의 에로티시즘을 탐구했고, 그의 관심사를 사진에 고스란히 녹였다. 이런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대개 외설 시비 논쟁의 중심에 섰는데, 그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대부분 '음탕하다'는 의견과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그리고 그 논란은 그가 사망한 지 30여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봤을테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사진 작업을 했는지 등 그의 생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삶에 대해서 다룬 서적이 극히 드물고(메이플소프의 전기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메이플쏘프'(2016)도 최근에서야 국내에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플소프를 알고 있으며 그의 작품을 주목하지만 의외로 그의 삶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을유문화사에서 선보이는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발간된 <메이플소프>가 반가운 이유다.

 

그는 발가벗은 여성들의 사진을 응시하는 걸 즐기는 한편, 자신의 마음이 남성들에게도 끌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자위에 대해서도 많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자신이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믿음의 차원을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메이플소프>, 72p

 

<메이플소프>는 현대 예술의 거장이자, 문제적 포토그래퍼인 메이플소프의 평전이다. 메이플소프의 어린시절부터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메이플소프 본인과 그의 주변 인물들로부터 확보한 방대한 증언을 집약적으로 엮어놓았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동성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포르노 사진을 찍게 된 사건처럼 메이플소프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메이플소프>는 단순히 그의 사적인 삶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의 예술세계와 작품도 동시에 조명하며 그의 삶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욕망이 집약적으로 발현된 그의 수많은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메이플소프는 영감을 얻으려고 성적인 관계를 이용했다. 그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영역에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포르노의 관례를 이해할 뿐 아니라, 자신의 섹슈얼리티도 계속 탐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메이플소프는 그런 애정행각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메이플소프>, 245p

 

관습에 도전하고 금기를 깨는 그의 작품 활동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외설 논란 속에서도 그의 작품이 수십년 간 사랑을 받는 까닭은 어쩌면 그가 그의 작품과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파격적이고 관습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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