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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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진실',

나는 늘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 루시안 프로이트(Lician Frued, 2010)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1945년경부터 1970년경에 이르는 약 25년의 기간을 주제로 다룬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시대에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화가들의 이야기이다. 왜 하필 '런던'인가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영국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파리와 뉴욕과 더불어서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시기가 '런던'에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시기에 런던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세계 미술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25년 간(거의 두 세대를 아우르는) 런던의 화가들에 대한 내용은 주로 '인터뷰'로 구성된다. (그리고 심지어 이 모든 인터뷰들이 기존에 본 적 없는, 미간행 인터뷰라고 하니!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인터뷰 대상자는 데이비드 호크니, 리처드 모펫 등 익숙한 이름의 주인공들부터 다소 낯선 이름의 화가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이 런던의 전후 25년에 주목한 까닭으로 당시 런던의 화가 공동체가 소규모 동네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화가들이 친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작은 세계'로 통했다. 하지만 이 작은 세계 안에서도 런던의 화가들에게는 정말 폭넓은 다양성이 존재했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의 기저를 이루는 주제 중 하나는 당시 분명한 철의 장막처럼 보였던 '추상''구상'의 경계가 현실에서는 훨씬 더 유연했다는 사실이다. 양 방향에서 이 경계선을 수차례 넘나드는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하워드 호지킨(Howard Hodgkin)같은 작가들은 이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14p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의 흥미로운 점은 여러 인터뷰들을 생생하게 엮어놓은 탓에 당시 런던의 화가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세계적인 화가 3인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구성이 탄탄하게 느껴짐은 물론, 책의 중간중간 화가들의 작품이 삽입되어 있어 미술관에 온 느낌마저 준다. , 미술사에 대한 내용과 인터뷰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개인적인 삶과 친분까지 담겨있어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를 그린 프로이트의 첫 번째 누드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모델이 프로이트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지, 또 프로이트가 작품에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지를 볼 수 있다. 소녀는 매우 연약하다. 그것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278p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전후 25년간의 화가들이 모두 '물감'을 사용하는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들이 모두 물감을 사용하고 있어 사진과 같이 매체들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은 바로 이런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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