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
피에로 마틴.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박종순 옮김 / 북스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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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나오는 어마무시한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깝게는 쓰레기 매립지나 처리장을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곳에 가 있다. 산, 바다, 대기는 물론이고 달과 우주에까지. (에베레스트 산에도, 달에도, 북극에도 인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또 그것들이 어디에 도달하는지와 그로 인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한다. 인간이 정상적인 배출 과정으로 버리는 쓰레기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버려지는 수많은 쓰레기들.


오늘날 에베레스트는 약 12톤(추정치)의 쓰레기로 덮인 쓰레기 적치장 같은 곳이 되었다. 심지어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등반가는 눈에 구덩이를 파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고 끝난 뒤에는 그것을 눈으로 덮는다. 매년 700명 넘는 등반가와 가이드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시간이 흐르면서 엄청난 양의 대변과 소변이 에베레스트에 쌓이게 되었다.


인간이 버리는 건 포장재 뿐만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인간의 배설물까지! 현재 지구는 인간이 배출하고 있는 온갖 쓰레기로 인해 오염되고 있고, 이것들을 음식, 공기 등을 통해 고스란히 받아들인 인간의 몸에도 오염된 물질이 축적되고 있다. 저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쓰레기를 단순히 문제의 차원이 아닌 '자원'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흥미롭다.

저자가 소개한 해결방법 중 하나는 '순환경제'다. 간단히 말하면, 순환경제는 농부였던 우리 조상의 가치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조상들은 더 적게 사고, 더 적게 낭비하고, 거의 버리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은 순응하고, 대체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들의 사료나 비료로 활용하고,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부서진 물건은 고쳐 썼다. 이런 행동 때문에 그들이 덜 행복했을까? 그렇지 않다.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동시에 똑같이 중요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어 연구자들로 하여금 수십 년 동안 고심하게 만든다. 어떤 방법으로 후세들에게 이 저장소들의 존재와 그 위험을 알릴 것인가?


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생산한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누리는 만큼 인류의 후손들도 같은 것을 누릴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깊은 심해에 가라앉아있다.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은 우리의 후손들이 과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쓰레기를 적게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진 쓰레기는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며, 회수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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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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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설계된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들은 정말 많다.

종종 코미디 같은 일도 일어난다.

<규제의 역설>, 11p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이 필요할 것이고, 이들을 이어줄 언어나 문화, 종교, 가치관, 법 등의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의 질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다. 시민들의 자유 의지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노릇이니, 각종 규제가 필요한 것이고 더 나아가서 법률로써 다스리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러한 규제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규제의 역설> 도입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꽤 흥미롭다. 19세기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 삼았는데, 코브라 개체 수가 늘어나자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 시행의 결과 코브라 개체 수가 줄었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포상금을 지급하자 인도 국민들이 집에서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이를 알고 보상 정책을 없애자 코브라를 그냥 숲에 풀어버려 사망자도 속출했다. 이처럼 애초 설계 의도와는 다르게 나쁜 결과를 낳는 규제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일반적인 규제는 그 규제의 효과가 어떨지 처음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미리 예상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히 부작용이 큰 규제가 아니라, 목적에 오히려 해로운 규제다. 굉장히 독특한 경우이고, 이런 특별한 사항은 대부분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규제의 역설>, 16p

 







<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만든 국내외 규제와 정책들이 어떻게 역설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 하며,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아가 대안을 모색한다. 도시 미관을 위해 교통 표지판을 모조리 없앴지만 오히려 교통사고의 수가 줄어든 영국 런던의 켄싱턴 하이스트리트, 오히려 더 큰 산불로 만들어버린 미국의 산불 정책, 오히려 비닐 쓰레기의 양을 늘려버린 비닐 쓰레기 감소 규제 등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만드는 규제들은 정말 많다.

 

어떻게 하면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의도만으로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많은 규제가 사회를 보다 좋게 하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기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규제의 역설>, 260p

 

저자는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의 사례 또한 언급하며 규제의 역설이 가져온 부작용을 정확하게 꼬집는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되는 규제들이 오히려 제대로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단말기 유통법, 비트코인 규제, 푸드트럭 활성화 등 국내의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규제인지 살펴보아야 할 때

 

규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규제의 역설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규제는 좋은 의도와 선한 의미로 시작된다. 하지만 저자는 선의로 만드는 것, 좋은 의도로 만드는 것, 좋은 사회를 위해 만드는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라는 것이다. , 결과가 정말로 좋게 나오는지 여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한 의도', '민생'이라는 명목으로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정책들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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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부모들 - 상처주고 공격하고 지배하려는 부모와 그로부터 벗어나는 법
가타다 다마미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컴퍼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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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영역을 거리낌 없이 침범하는 것은 본인의 행동이 어디까지나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은 부모니까 이 정도는 허용된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부모들>, 29p

 


여행 가방에 아이를 장시간 가둬서 사망하게 만든 엄마.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지진 아빠. 최근 대한민국을 분노로 들끓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모두 '엄마', '아빠'라는 이름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동물처럼 키운 엄마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에게 폭언을 하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아빠에게 부정은 존재하는 것일까?

 

오사카 대학교에서 범죄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 가타다 다마미는 <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부모들>이라는 책을 통해 부모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소개한다. 1장에서는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여러가지 양상을 소개하며, 2장에서는 그 이유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자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4장에서는 이에 맞는 해법을 제시한다.

 

자식에게 폭언을 하는 부모는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니까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고 착각하고 있어서 그러한 폭언이 얼마나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심한 말로 자식을 야단친다<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부모들>, 55p

 

저자가 1장을 통해 소개하는 부모의 유형은 가정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모의 유형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규칙을 강요하거나 지배하려는 부모, 자식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는 부모, 체면 때문에 허레허식에 집착하는 부모,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 자식에게 폭언을 하는 부모, 형제자매를 차별하는 부모 등 여러 유형의 부모가 등장한다. 나의 부모가 한 유형에 속하지는 않더라도, 신문, TV를 통해서 접한 부모의 유형을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어떻게'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 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자식에 대한 숨겨진 지배 욕구와 준만큼 돌려받고 싶은 투자심리, 학대의 대물림, '자식은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 '나는 부모니까 괜찮다'라는 특권의식, 부모는 무조건 옳다는 신념 등을 이야기 한다. 이런 부모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낮은 자존감, 과도한 헌신, 강한 죄책감, 자해행동, 약자 괴롭힘 등의 행동 양상을 보이는데,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었을 경우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인데, 저자는 '부모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법 단호한 어조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토록 공격적인 부모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므로, 언젠가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또한 부모에게 분노나 증오를 품어도 되며, 부모라고 무조건 용서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용서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더 마음의 상처를 곪게 만든다는 작가의 조언을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작가는 모든 악의 근원을 '부모의 소유의식'이라고 이야기 한다. 자식과 부모는 별개의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자식을 공격하지 않는 부모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더 이상 뉴스를 통해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의 모습을 접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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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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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여행을 할 때에도 중점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각기 다를 터. 누구는 문화유적지를, 또 다른 누구는 맛집을 여행의 테마로 삼는다. 마케터이자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생각노트의 여행 테마는 디테일이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기록해 두었던 수많은 기록들에 디테일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버무려진 도시에서 생각노트는 무엇을 기록했을까. 그의 공부 노트를 차곡차곡 모아서 엮은 <교토의 디테일>에는 마케터가 아닌 고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토가 담겨있다. 그가 교토에서 마주한 상점, 상품, 그리고 서비스는 하나 같이 고객의 시선이고 바꿔 말하자면 고객이 느끼기에 배려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바로 디테일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도쿄의 디테일이 기획에 의해 드러나는 디테일이라면, 교토의 디테일은 태도맥락에 의해 드러나는 디테일이 많았고, 도쿄의 디테일이 세련된디테일이라면, 교토의 디테일은 담백한디테일이었으며, 도쿄의 디테일이 기발한디테일이라면, 교토의 디테일은 은은한디테일이었고, 도쿄의 디테일이 뜨는디테일이라면, 교토의 디테일은 유지되는디테일이었습니다. 19p




 

저자가 교토에서 발견한 것들은 생각보다 소소하고 일상적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함보다는 따뜻한 배려와 은은함 감동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공항에 버려진 우산을 재활용 하여 필요한 관광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놓는 서비스, 관광지까지 가는 방법을 버스 안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도록 해놓는 서비스가 그렇다. 엄청 기발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배려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기분마저도 좋게 만드는 배려. 저자가 말하는 디테일의 대부분은 이렇게 선하고, 따뜻한 디테일이다.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고객의 맥락을 파악해 준비해 둔 디테일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물통의 물방울이 떨어질까 봐 수건을 깔고 물통을 올려놓는 섬세함, 다른 손님 때문에 방해되지 않도록 간이 칸막이를 쳐 주는 센스,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손님이 당황하지 않도록 우산을 준비해 놓은 배려. 하나같이 감동 포인트였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동네의 한 조그만 식당에는 고객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기분 좋게 오후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55p

 




<교토의 디테일>디테일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담겨있다. 무언가를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그가 고객이든 마케터이든 관계없이 말이다.)에게 관점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책 자체도 누드 사철 제본 형식이라 좌우로 가볍게 펼쳐지는데, 이 또한 독자를 배려한 소소한 디테일 아닌가. 디테일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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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안병억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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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왕의 옥좌, 이 홀 을 쥔 섬, 이 장엄한 땅…….

이 축복받은 장소, 이 땅, 이 왕국, 이 잉글랜드.”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영국을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산업혁명'? '셰익스피어'?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맛없기로 소문난 식사'?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영국은 자신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발이 묶인 탓에 독서여행이라도 떠나자는 심산으로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꺼내 들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유럽통합(국제정치)를 전공한 안병억 교수의 따끈한 신간이니, 읽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아니한가!

 

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돌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이 빠진 것은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줬고, 영국 내에서도 많은 반발이 일었다.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그렇게 유럽은 지리적으로는 유럽에 속하지만 지난 131일에서야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영국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서는 로마의 지배 하, 중세시대의 영국, 튜더 시대와 스튜어트 시대를 지나 비로소 제국을 성립하여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영국을 톺아본다. 이어서 영국의 모든 산업들이 꽃처럼 피어나던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가장 최근의 브렉시트까지 영국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모든 국가들의 위대한 산업 전시회를 열자는 여왕의 남편 알버트 공의 아이디어에서 이 박람회 개최가 준비되었다. 당시 수정궁 건설에 소요된 총 공사비는 2백만 파운드. 2019년 말 가치로 환산하면 28천만 파운드(4,400억 원) 정도다. 수정궁은 길이가 564미터였고 내부 높이는 39미터였다. 현대 규모로 봐도 꽤 크다. “영국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아름다우며 영예로운 날이었다.” 여왕은 전시회 폐막일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는 각종 사진과 도표, 지도, 그림들이 빼곡하다. 제목대로 '하룻밤'에 영국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스케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탈퇴하는 것을 '탈퇴'가 아닌 '독립'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영국의 '뿌리'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들이 유독 유럽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던 이유도 바로 그들의 역사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 의해서 점령당한 적이 없는 영국은 자긍심이 남다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기상과 궐기를 이어받았다. 그들의 정체성은 바로 뿌리 깊은 역사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국민투표 이전에는 유권자들의 절반이 EU를 탈퇴하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대답했지만 정작 투표에서는 탈퇴를 지지했다. 정체성의 정치가 경제적 실익을 압도했다.

 

영국에는 유독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왔다.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이뤘고, 처음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해서 전파했으며, 자유방임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짧게 끝을 내렸다. 저자는 카이사르의 브리튼 섬 원장 이후 역사시대에 들어선 뒤부터 영국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또 유럽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유럽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이기도 했다. 많은 것이 바뀐 지금, 영국이 어떤 스탠스를 유지하며 다음 행보를 이어나갈지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만들어갈 역사는 영국인들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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