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안병억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왕의 옥좌, 이 홀 을 쥔 섬, 이 장엄한 땅…….

이 축복받은 장소, 이 땅, 이 왕국, 이 잉글랜드.”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영국을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산업혁명'? '셰익스피어'?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맛없기로 소문난 식사'?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영국은 자신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발이 묶인 탓에 독서여행이라도 떠나자는 심산으로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꺼내 들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유럽통합(국제정치)를 전공한 안병억 교수의 따끈한 신간이니, 읽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아니한가!

 

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돌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이 빠진 것은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줬고, 영국 내에서도 많은 반발이 일었다.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그렇게 유럽은 지리적으로는 유럽에 속하지만 지난 131일에서야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영국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서는 로마의 지배 하, 중세시대의 영국, 튜더 시대와 스튜어트 시대를 지나 비로소 제국을 성립하여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영국을 톺아본다. 이어서 영국의 모든 산업들이 꽃처럼 피어나던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가장 최근의 브렉시트까지 영국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모든 국가들의 위대한 산업 전시회를 열자는 여왕의 남편 알버트 공의 아이디어에서 이 박람회 개최가 준비되었다. 당시 수정궁 건설에 소요된 총 공사비는 2백만 파운드. 2019년 말 가치로 환산하면 28천만 파운드(4,400억 원) 정도다. 수정궁은 길이가 564미터였고 내부 높이는 39미터였다. 현대 규모로 봐도 꽤 크다. “영국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아름다우며 영예로운 날이었다.” 여왕은 전시회 폐막일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에는 각종 사진과 도표, 지도, 그림들이 빼곡하다. 제목대로 '하룻밤'에 영국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스케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탈퇴하는 것을 '탈퇴'가 아닌 '독립'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영국의 '뿌리'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들이 유독 유럽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던 이유도 바로 그들의 역사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 의해서 점령당한 적이 없는 영국은 자긍심이 남다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기상과 궐기를 이어받았다. 그들의 정체성은 바로 뿌리 깊은 역사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국민투표 이전에는 유권자들의 절반이 EU를 탈퇴하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대답했지만 정작 투표에서는 탈퇴를 지지했다. 정체성의 정치가 경제적 실익을 압도했다.

 

영국에는 유독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왔다.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이뤘고, 처음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해서 전파했으며, 자유방임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짧게 끝을 내렸다. 저자는 카이사르의 브리튼 섬 원장 이후 역사시대에 들어선 뒤부터 영국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또 유럽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유럽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이기도 했다. 많은 것이 바뀐 지금, 영국이 어떤 스탠스를 유지하며 다음 행보를 이어나갈지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만들어갈 역사는 영국인들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