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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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작가 에쿠니 가오리 2018년 신간 장편소설 [ 저물 듯 저물지 않는 ] 가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이 상당히 시적으로 다가오는데 이번 장편소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딱히 제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신간이 나올때마다 화제가 되기도 하고해서 저도 기회가 되면 거의다 읽어보는 편인데요,,작년 여름쯤에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낮도 밤도  아직은 가거나 오지 않았다.

느긋하게 울렁이는 어스름한 녘이다.



부인과 첫 출산을 앞둔 딸이 있는 중년의 사나이 라스는 근 4년동안 일년에 몇차례씩 일이 있어서 그 지역에 올때마다 불륜의 관계를 가지던 딸뻘의 여자 조야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지 건 두 달이 되자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바에서 2명의 연주자와 함께 재즈를 부르는 재즈가수였던 조야...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요?

시작이 뭔가 흥미로워서 조야와 라스 이름을 적어놓으면서 책을 읽기 시작을 했건만,,,어? 당황스럽게도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 책속의 주인공이 읽는 소설이였습니다..

진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할수 있는 중년의 미노루라는 사내는 부모님이 남긴 동산과 부동산의 유산으로 누나인 스즈메와 재단을 통해 운영하는 미술관과 소프트아이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돈 많은 자산가입니다.

특별한 직업없이 늘 집에서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행동 범위도 좁고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입니다. 정치와 스포츠에도 무관심하며 그렇다고 여자들에게도 소극적이고 별관심이 없습니다. 매사에 심드렁하달까요?

결혼은 한 적이 없이 예전 사귀었던 나기사 사이에 딸 하나를 두었는데 지금은 나기사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그들사이의 8살난 딸 하토를 키우고 있어서 양육비를 주고 주기적으로 하토와의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모든 재산관리와 재단관련 회계는 미노루의 동창생인 오타케가 도맡아서 일해오고 있어서 그는 오직 무력하게 빈둥빈둥하면서 책속으로 빠져 생활을 하고 있는데 ,,,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책좋사로썬 참 부럽기까지한 상황으로 얼핏 여겨지는데요,,


이야기는 돈 많은 자산가 미노루와 그의 주변 인물들,,, 일본과 독일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인 미노루의 누나 스즈메, 미노루의 재무업무를 담당해오고 있는 오랜 친구인 오타케와 그의 아내, 미노루의 전처(결혼은 안했지마) 나기사와 딸 하토, 미노루와 스즈메가 소유한 어느 아파트에 살아가고 있는 중년 여성 커플 사야카와 치카, 소프트아이스크림 카페 점원인 아카테 , 미노루의 동창생으로 20년 만에 다시 만난 준코 등 그를 둘러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그들의 삶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이런 미노루를 둘러싼 평범한 듯 평범하지도 않은 것 같은 사람들의 삶과 또 하나가 서로 엮어서 이야기 속으로 갑자기 파고 드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미노루가 읽고 있는 소설이야기입니다.

이 두가지의 이야기가 어찌나 경계도 없이 갑자기 쑥~~ 하고 서로 엮어서 들어오는지 정신차리지 않고 읽으면 어느것이 현실의 이야기고 어느것이 소설의 이야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인데요,, 역시나 이 소설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 역시 미노루가 읽고 있는 < 북유럽 미스터리 소설 >이였으니,,, 사라진 조야, 그의 행방을 찾는 58세의 라스 그리고 뜻밖에 이어지는 살인들,,,

흥미를 좀 가지려 하면은 다시 미노루의 현실이 ,,,미노루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좀 관심을 가지려고 하면은 소설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책의 중반까지 읽는 중 어느것에도 특히 빠져들지 못하고 좀 산만한 느낌에 심심하다고까지 느껴졌는데요,,

그러고 보면은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이런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미노루가 읽고 있는 북유럽 미스터리 소설의 결말이 궁금하려했더니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하는데 이번엔 카리브 해의 어느 섬나라에서 사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현실과 소설을 오가는 미노루의 시간은 사실 어느것이 현실이고 어느것이 소설속의 이야기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미노루의 시각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요,, 소설속의 이야기이지만 지구 어느곳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일수도 있는 것이지요,,, 현실은 이렇다할 것이 밋밋하지만 소설속에서는 예기치 않는 사건도 겪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겪는 일들을 사실 미노루를 책을 통해서 겪고 느끼는 것이랄까요?

사실 책의 중반까지만 해도 책의 제목 <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이 말하는 의미가 뭐지?하고 와닿지 않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책좋사로써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미노루가 사는 시간이 바로 딱 그때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 인물들 이들의 시간도 어스름하고 모호하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인것 같더라구요

이런저런 사건사고 없이 미노루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는 심심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글이 에쿠니 가오리의 글 답다고 느껴지고 이런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니 매니아층도 있는 것 같아요,,

잔잔하고 무던한 이야기는 의외로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잘 넘어가기도 합니다...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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