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유하는 혼 ] 제목부터 더운 여름철날 오싹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줍니다.
며칠전에 읽었던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 매직 스피어 ]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터라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곧바로 같은 우수상인 황희 작가님의 [ 부유하는 혼 ]을 읽게 되었네요
귀신 가라사대, 사람의 몸은 대문 없는 집, 네 몸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이야기의 시작은 2010년 12월 24일 오전에 한국에서 벌어진 두가지 오싹한 사건과 2011년 1월 1일 일본 후카이도에서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후 갑자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알게 되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프롤로그는 시작됩니다.
이어서 2015년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인물들의 금요일부터 ~ 월요일까지 그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찾아가는 오싹하고 섬뜩하고 슬프기까지 한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습니다
지붕을 고치려다 다쳐 하반신이 마비가 온 아픈 남편때문에 시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어머니로부터 도움은 커녕 자신과 어린아들이 학대를 당하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란코는 자신을 버린 친모를 잊지 못하고 엄마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때 일본에서 미야베 라이카라는 유명한 작가였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경증 치매 노인인 채로 딸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노모와 그런 엄마의 작품에 그림을 넣어 '아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양희주, 짙은 안개를 동반한 진눈깨비가 하루종일 쏟아지던 9년 전 어느날 먼저 세상을 떠났던 형인 동욱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와 그런 머릿속의 형의 영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상욱, 한 남자로부터 악착같은 추적을 받으며 동생과 함께 세상의 그늘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는 언니 강주미와 동생 강나영, 강주미가 죽은 자신의 아내라면서 뒤를 쫓고 있는 전과자 곽새기와 한때 연인이였지만 지금은 종적을 감추어 버린 강주미를 위해 곽새기 찾기를 의뢰한 약사 시현 등 그들의 금요일부터 월요일에 이은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인간의 혼과 연결되 뭔가 묘하게 기분이 나쁘고 불길한 예감을 줍니다.
내내 스물스물 전해지는 기분 나쁘고 불길한 예감은 치매 노인의 딸 희주가 겪게 되는 일에서부터 어떻게어떻게~~ 하면서 그 불안함이 실체로 다가오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희주가 작년 여름 엄마와의 여행중 들른 민박집 방 벽에 적혀 있었다는 이 문구..“남의 몸을 빼앗아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39) 가 피부속에 와닿게 되면서 점점 이야기는 오싹하고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네요,,
처음엔 프롤로그에서 나왔던 3가지의 사건과 등장인물들 모두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의아했던 인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사건들이 의미있게 전개되어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아요.
빙의가 두 개의 령이 하나의 몸에 함께 거주하는 것이라면, 유착은 본령이 떠나고
다른 령이 그 자리를 완전하게 차지해 자신이 진짜 몸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 232
빙의와 유착의 차이가 저런 것이였군요,,저는 저 말을 들을때 너무나 무섭더라구요.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는 부유하는 혼이 있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코드가 맞게 된다면 내 몸이 다른 혼에 의해 빙의나 유착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 여름 더위를 날려 버릴정도로 오싹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수인과 아해(희주), 그리고 강주미 라는 세 여자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가는 추리도 재미있었고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씩 겪게 되는 일과 또 그들 각자의 나름의 방식으로 새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도 무섭지만 미스터리다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아."( 351 ) 이 말은 착아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더 굳히게 만드네요..
더운 여름날 오싹하고 기분 나쁘고 슬프기까지 했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