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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평소 독서편식이 심하다보니 에세이는 즐겨 읽는 장르는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사는 게 뭐라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사노 요코라는 분을 전혀 몰랐네요.
우리나에서도 2015년에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데 이럴땐 저의 독서편식을
꼭 고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였던 사노 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입니다.
지금 제 나이가 딱 40대에 들어섰으니 어쩜 이 시기에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저자가 이 나이때 겪었을 감성과
같을지 궁금했는데 저자가 1938년이라 하니 음~~ 서로 살아온 시대가 다르므로 과연 어떨지~~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어!~~ 왜 이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 하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네요
가난한 집안의 4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사노 요코는 늘 가난했었던 어린시질과 숱하게 이사를 다니며 학교를
옮겨다니는 과정속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 유년시절 이야기, 이모 집에서 하숙을 하던 학창시절 이야기, 늘 가난
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징글징글하게 가난했던 대학시절 이야기, 낯선 도시에 살면서 향수병으로 고독을 절실히
느꼈던 유학시절 이야기 그리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들과 함께 고양이를 키우던 이야기까지 어린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입니다.
어린시절 하늘에서 내리는 비나 눈을 한껏 입을 크게 벌려 받아먹었으며 특히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설탕맛이며 눈으로
덮힌 산은 설탕산으로 믿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요즘 아이들은 결코 하지 못하는 행동이 저도 어릴적에 했었던 행동이라
글 읽으면서 크게 공감을 했었네요 ,,
특히 모든 것이 특별했던 어린시절의 새 설날 느낌의 글은 너무나 크게 공감이 갔었는데,,,,정말 제가 어릴때만 해도
설날아침이나 추석 아침에는 그 아침공기마저 특별나게 달랐던것 같아요,,온 집안에 떠도는 명절 음식냄새하며 새옷으로
사 낳고 아침에 갈아 입었을 때의 그 기쁨하며 온 동네 아이들의 기분이 떠들썩 들떴던 것 같은데 요즘은 왜 이리
명절날이 특별할 것 없이 다가오는지,,,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설날의 특별함을 그립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린시절 여러번의 이사로 만나게 된 친구들 이야기와 그 속에서 꼭 화제가 되었거나 관심이 갔거나 짝사랑했던 남자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12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난 그림을 아주 잘 그렸던 오빠의 이야기를 들려줄때는 가슴이 찡하며
눈물도 찔끔 났네요,,저자보다도 훨씬 더 그림을 잘 그렸던 오빠대신에 자신이 미대에 가고 그림을 그릴때는 늘
이런 일은 오빠같은 사람에게만 허락된 일이라는 환상을 지우기 어려웠고 그림그리는 일이 자신에게는 천직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네요,,
어쩌다 보니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삽화를 그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오빠이야기나 어린시절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째서 이 직업을 선택했느냐에 대한 답이 되는듯한 한 이야기였어요.


책속에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직접 그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원작 삽화 15점이 있습니다.
막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아니였는데 이상하게 눈은 자꾸만 가더라구요.
이 에세이집의 원제는 [ 내 고양이들아, 용서해줘] 라고 하는데 왜 그런 제목을 지었는지 알겠더라구요.
어린시절 어린 마음에 오빠와 호기심에 해 본 일이 살아가면서 내내 마음속에 작은 죄책감으로 남았을만한 에피소드와
어린아들과 함께 고양이를 데려와 키운 이야기와 다양한 고양이 이야기가 실려있네요.
그래도 지금 책 제목인 [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바람에 얽힌 엄마이야기와 어떤 연인의 이야기도 좋았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글귀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랬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바람이 지나갔을 때, 세상이 그야말로 새롭고 친근하게 열리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이해되고, 세상이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나를 받아들여주었다고 느꼈다. - P22
일생을 돌직구를 화법으로 살아온 고집세고 까칠한 할머니이기도 했다는 저자는 72세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인생을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또 그렇게 살다가신 분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독특한 세계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린시절과 유년시절 청춘을 들려다보변서 살짝 엿보게 된 것
같아서 즐겁기도 했고, 그녀의 40대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한편한편의 글을 읽으면서 엿볼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