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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국경의 도서관]?? 책 제목만 봐서는 도저히 책 내용을 가늠해볼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이책의 저자가 50만 독자가 읽었다는 [생각이 나서]의 저자이고 이책이 전작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라고 헤서 아! 궁금하다 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읽어보고 싶었네요,,
책을 펼쳐서 첫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뭔가 예감이 좋은겁니다,,,나와 너무나 잘 맞는 이야기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이책은 장편소설이 아니라 서른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가 있는 단편글들의 묶음입니다,,짧게는 한편이 4페이지 정도에서 길게는 7~8페이지 정도의 짧은 단편이 38편이나 있는데 읽어내려 갈수록 한편한편 모두 마음에 들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겁니다
아! 이런게 50만 독자를 거느린 작가의 힘이라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었죠..
자신의 직업이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한여자의 단편부터 책은 시작됩니다.
엥? 여행을 대신해줘? 돈을 내고 나 대신 여행을 해줄 사람을 고용하는 사람들이 있나? 하는 의문도 잠시,,,그녀의 설명을 듣고보니 뭐! 그럴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일정이 바빠 짬을 낼수 없는데 여행을 가보지 못한 사람은 되기싫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릴 여행 사진은 필요하거나 또는 '여행 중'을 내걸고 잠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다양한 이유로 이런 이상한 일을 시킬 사람들은 또 있을것만 같은 이야기의 뒤에는 작은 반전도 숨어 있네요,,
'태어나 보니 옆집에 라이벌이 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강바다였다'로 시작되는 < 나비와 바다의 놀라운 인행>은 한편의 로맨스 소설 같습니다,
태어날때부터 엄마들의 묘한 경쟁의식속에서 옆집아이와 라이벌관계에 있는 강나비와 강바다,,, 끝이 너무나 므흣하게 끝나서 제가 즐겨읽는 로맨스 소설을 보는 것 같아서 넘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네요.
자신이 책갈피라고 이야기하는 글은 책갈피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는데 책을 많이 읽는 제가 그동안 책갈피를 얼마나 소홀하게 대하고 있었는지도 생각해보고 또 책갈피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부분에서 풋! 하고 웃고 말았네요,,그도 그럴것이 어쩌다 살인 장면에 꽂혀 책장이 닫히면 그 끔찍한 장면의 시간속에 갇혀서 괴롭다고 하니 그도 이해가 가구요 .이외에도 우체국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의인화된 이야기들이 몇편 있는데 읽으면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네요,,
줄리엣이 42시간 동안 가사상태가 되는 독약을 마시기 전에 혹시 깨어나지 못해서 죽어버릴 가능성을 생각하며 남기는 유서의 이야기인 < 줄리엣의 유언 >이라는 단편은 어린 13살 소녀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로미오를 향한 사랑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져서 또 흥미로웠습니다,,
38편의 짧은 단편들은 짧고 강렬한 이야기부터 생각을 깊게 해야 하는 묵직한 글도 있었고 한편의 로맨스 소설을 보는것 같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의인화된 물건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환상적인 이야기와 에세이 , 소설,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 국경의 밤 >은 제밀 마지막에 나오는 단편인데 일년에 한번 같은 날에 열리는 셰익스피어 낭독회를 찾아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낭독을 듣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있네요,,
한편한편이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깊게 뭔가를 생각해야만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네요..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그래서 별 5점,,,
그중에서 < 묻지도 말고 >-180 의 이야기중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잠깐 옮겨봅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이별 이야기만 줄곧 나누던 연인의 실제 이별을 하면서 나눈 대화입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어떤 이별을 해야 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 비는 안돼. 술도 안 되고 밤도 안 돼. 너무 춥거나 더운 날도, 봄이 깊거나 가을이 깊은 날도 안 돼.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날을 골라. 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에서 만나,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시간,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이별을 하는 거야. 그동안 즐거웠어,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 다음, 그날의 남은 시간을 보내는 거야. 너는 나 없이, 나는 너 없이.
뒤에 남는 사람도 먼저 가는 사람도 없어야 해.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묻지도 말고 ."
" 그렇게 하면, 이별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나요?"
"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향기는 남는 거니까."-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