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을 많이 울어 빨개친채 따갑고 가슴은 먹먹하다,,

나는 원래 눈물이 많아 로맨스소설을 읽다가도 울고 드라마를 보다가도 울고,,책을 읽다가도 울기가 일이지만 이책은 한번 슬쩍 울고 눈물 닦고 넘어가지지 않은채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슬프다

이책속에 등장하는 어린 스파이 은철과 원이에게 닥친 불행이 참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토우의 집]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권여선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삼벌레고개’의 어린 스파이들의 성장통이라는 소개글이 있는데... 단순한 성장통이라고하기엔 그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나 크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 덩이가 있어 붙여진 ‘삼악산'아래 삼복동 삼벌레고개 중턱의 우물집 순분네는 난쟁이 식모를 싼값에 부리며 집 구석구석 세를 놓아 작은집에 네가구 13명의 식구가 사는 집이다.

이곳엔 어린스파이들이 살았으니 바로 일곱살 동갑내기 순분네 둘째아들 인철과 바깥채에 이사온 새댁네의 작은딸 원이다.

마냥 아기도 그렇다고 학교들어갈 나이도 아닌 어중간한 7살의 두 귀여운 악동은 비밀을 알아내어 나쁜 사람한테는 복수를 하는 스파이가 되자고 결심한다. 그때부터 둘의 은밀한 스파이활동이 시작되었으니...나쁜 사람들에겐 복수로 저주의 주문을 외우기위해선 우선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는 은밀한 임무를 시행하고 그 과정에서 삼벌레고개 중턱의 이웃들의 이름과 각기 가진 사정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있게 펼쳐진다.

처녀가 아흔세명이나 빠져 죽었다는 우물, 정체불명의 사당을 차려놓고 계주와 쌍벽을 이루는 교주행사를 하고 있는 임보살네, 남편을 사우디에 일하러 보낸 사우디네, 등등 그들의 이름과 비밀을 알아내는 두 스파이들에겐 날마다 모험과 흥미진진한 일들이 가득하다. 원을 졸졸 따라다니는 인철도 너무 귀엽고 어쩜 이렇게 야무진지 진짜 보통내기가 아닌 원은 또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두아이때문에 미소가 지어졌다.

 

 " 그 녀석이 여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경락인가 뭔가 시늉만 하면서 몹쓸 짓거리에 가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원은 분유 스푼을 빨다 말고 스파이답게 귀를 기울였다. 원의 귀에 '경락인가 뭔가"라는 말은 '경나귀인가 뭔가'로 들렸고, 경나귀는 나귀의 일종으로 생각되었고, 그러자니 자연스레 '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하는 노래가 떠올랐고, 잇달아 안바바와 다섯 도둑이 경나귀를 타고 장에 도둑질하러 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 95-96

 

이 얼마나 아이다운 귀여운 생각인가? 원의 아버지는 경락시술소에 일하면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였는데 그 당시 주기적으로 원의 집으로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와 작은 소리로 도둑깽이처럼 밀담을 나누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안바바(알리바바)와 다섯명의 도둑(손님들)이라 생각한 원이,,,요런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순수하고 순진하여 귀여움에 마구 미소짓게 하는 ,,,,

 

월남고아로 친정도 친척도 없는 원이엄마는  야무진 손끝과 따뜻한 마음씨로 두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교육하고 원이아빠 덕규 또한 배운지성으로 남다른 교육관으로 사랑으로 자식들은 훈육하는 참으로 보기좋은 가정이였는데 ....원이네 아버지 ‘덕규’가 양복 입은 사내들과 함께,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누구집 부엌에 숟가락,젓가락 갯수까지 알던 그 말많던 시절, 동네에선 어김없이 흉흉한 소문으로 새파란 악의와 공포로 가득한 말들이 쏟아지는데,,,,

 

 가난하지만 사랑이, 가족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어린 스파이들에게 닥친 불행이 너무 안쓰럽다.

책은 내내 어린 원이와 인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의 시작으로 본 그 힘들었던 시절,,6.25를 겪고  빨갱이로 몰려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하는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이의 시선으로 써내려갔지만 우리들에겐 다 보인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였는지,,,그 시절의 희생양이였던 원이 가족의 아픔이 책 읽으면서 폭풍 눈물이 나게 만들었다

그 천진하고 순진하고 똑똑한 원이가 ,,,, 형을 쫓아 삼악산을 뛰어달려야 할 인철이,,,더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는 그 아픔,,,

책을 덮으면서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묵묵하고 눈이 쓰리다.

어떻게 책 읽은 느낌을 써야할지 이렇게 답답했던 적은 없었고 그래서 더 횡설수설이다.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 이라는 문구가 특히 눈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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