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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평점 :

왜 박범신님의 작가 이름만으로 신간이 나오면 구매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물론 <은교>도 재미있게 잘 읽었지만
오늘 읽은 [소소한 풍경]도 너무나 재미있고 또 나의 가슴을 울컥하게 치는 뭔가가 있어서 오랜만에 별 5이다.
처음에 얼핏 한 남자와 두 여자, 이 셋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길래,,,,그동안 숱하게 접한 사랑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는것 없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인줄 알았더니,,,이건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다.
책 읽으먼서 몇번이나 울컥하여 눈물을 훔치면서 책속으로 빨려들듯 읽은 [소소한 풍경]... 그 이야깃속으로 가보자.
소설가 -나-에게 한밤중 걸려온 제가 ㄱ의 다짜고짜 어이없는 질문...
" 00학번 ㄱ이에요.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 -11
자신이 살던 집터에서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가 나왔다는 말을 전하고 끊어버리는 ㄱ으로 인해 - 나-는 제자들에게 ㄱ의 행방을 수소문 끝에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며 자신과 불과 한시간 거리에 살고 있다는 ㄱ을 10년만에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않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ㄱ 으로 시작되는것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진행방식이나 흐름이 일반책들과는 뭔가가 색달라서 적응하기엔 몇페이지가 필요했다.
에필로그를 지나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나-가 아니라 ㄱ이다.
ㄱ은 대학에서 만나 사랑했고 결혼했다가 1년도 안돼 남편과 헤어졌는데 차일피일 미룬 혼인신고 때문에 그와 헤어질땐 1년 동거한 여자가 되어버린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내려와 홀로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그녀가 살던 집터에서 나왔다는 누군가의 유골과 시멘트 데스마스크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이야기플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식인데,,, 세입자로써 주인에게 쫓겨난 후 주택 외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하루종일 서고 있던 오갈곳 없는 남자 ㄴ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면서 데스마스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ㄴ의 만남이 시작된다.
남편과 헤어지고 소소(도시,마을)로 내려왔을때 '혼자라서 참 좋아!"를 외치던 ㄱ이 ㄴ이 집에 들어오고 함께 살면서 이제는 '둘이 함게 사는 일'도 참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혼자인듯 둘이고 둘인듯 혼자이면서 ㄱ과 ㄴ은 어느새 함게 한다.
여기에 한달뒤 쯤 방을 구하러 온 21살의 조선족 처녀인 불법체류자 ㄷ을 불쌍히 여겨 재워주면서 한집안에 ㄱ과 ㄴ, ㄷ의 동거가 시작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았고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어떤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지 세사람을 서로에게 묻지도 관심도 두지 않는다,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 묻지 않아서 이름도 모르는 ㄱ,ㄴ,ㄷ 세사람.
초등학교 3학년때의 오빠의 죽음, 그리고 고 2여름에 엄마,아빠를 사고로 둘다 잃은 ㄱ이 대학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해서 다복한 가정을 이루려했지만 실패의 상처와 기억을 가진 그녀는 ㄴ과 ㄷ의 상처가 보이는듯 세상에 버려진 그들이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서로로 부터 완벽하게 위로받고 위로하는 모습은 책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보편성이 주입된 가름과 문명이 가르친 모든 금기를 그녀- 우리가 한편이 되어 단박에 물리친 것 같다.(103) 그녀의 말대로 21살의 어린아가씨, 30대 초반의 여자, 40대 초반의 남자,,이 셋의 어울려져 사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만하다.
한 남자와 두 여자는 함께 사랑하면서 집착도 질투도 소유도 전혀 없는 그들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완벽하게 함께 하는데,,,그들이 그런 이유는 이미 그들은 각자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기때문이다.
삽으로 우물을 파면서 스스로 풍경이 된 남자 ㄴ...
조지 해리슨을 꿈꾸던 키타리스트였다던 그가 왜 그렇게 우물에 집착하면서 팠을까?
21살의 한창 이쁜 나이의 ㄷ은 왜 그렇게 죽고 싶어할까?
데스마스크가 된 ㄴ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은 데스마스크가 된 사람은 정말 ㄴ일까와 왜? 누가? ㄴ을 죽였을까?가 궁금했었지만 ,,,화자 ㄱ의 이야기와 죽은후 ㄱ에게 들려주는 화자 ㄴ의 마음, 사건이 있은후 5년뒤 ㄷ이 풀어놓는 ㄷ이 거쳐왔던 잔혹하고 무섭고 슬픈 기억를 통해 세상에 버려진 한없이 가엽고 슬픈 각자가 가진 '가시'들,,,,, ㄴ 조차도 자신의 죽음에 일조를 한 슬픈 이야기,,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한다,,,이것이 박범신 작가의 글의 힘인것 같다.
제목은 [소소한 풍경]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책속에 그려진 이야기들은 결코 소소한 풍경이 아니었다.
각자 죽음에 익숙해져 있는 세사람의 불가사의하고 슬프고 찬란하고 위험한 이야기였다.
모처럼 책을 덮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또 생각해 볼수 있는 책을 만났다,,,주변 책좋사들에게 이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