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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책좋사 이웃이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을 꼭 읽으라고 추천을 해 주었다,,
2004년에 출간되고 그동안에도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출간된지 10년만에 부록에 해당되는 짧은 단편 한편과 함께 개정판이 나왔다..
아! 이제서야 드디어 읽게 되는구나~~하는 설렘으로 책장을 넘기며 이책은 또 어떤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질까 설레이기까지 했다.
여주와 남주의 이야기가 펼쳐질 공간은 라디오 방송국이다.
대학 4학년때 말단 스크립터로 라디오 방송국에 들어와 몇군데 방송사를 거쳐 현재 F라디오 <노래 실은 꽃마차>의 작가로 일하고 있는 9년차 사회인인 31살의 여진솔이 있다.
방송국 개편을 맞아 <노래 실은 꽃마차>도 33세의 입사 5년차 피디인 이건 피디로 교체되면서 남주 이건 PD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조금은 소심한 성격에 낮가림이 심한 편인 진솔에게는 새로운 피디와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 영 부담스럽다,,게다가 이남자 모든 작가들이 다 피해하고 싶어한다는 글꽤나 쓴다는 피디로 몇년전에는 시집도 낸 시인이란다.
들리는 소문이나 첫만남의 인상으로 볼때나 진솔은 그보다 2살적지만 입사로 따지자면 4년이나 선배인데 1라운드 부터 기싸움에 밀리는 느낌이다,,그래서 몰래 건이 냈다는 시집을 사서 읽어보는데,,,시집을 읽고 난 느낌은 ' 이 남자....불이다.'였다.
데일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던 이 남자가 실생활에서 겪어보니 무심한듯, 지루한듯 하다가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져 당황스럽게 만드는 예리함도 보이고 , 툭툭 던지는 알 수 없는 말들, 장난스럽게 던지는 농담들, 어른스럽게 진지했다가 소년같이 짓궂다가 또 때로는 부드럽고 사랑스럽게까지한 이건은 여자들의 마음을 은근히 흔드는 마력을 지녔다.
'그 시집에 담긴 시들 언제 썼던 건가요?'
'3년에서 6년전 사이에 쓴 것을 묶은 거예요.'.
'그때 목하 아픈 사랑 하고 있었죠?' -- 144
그런데 그 시집이 불같이 뜨겁게 느껴졌던 이유가 아마도 이 남자의 아픈 사랑때문이였나보다.. 진솔의 마음 한구석까지 쿡쿡 아려오게 만드는 8년간의 짝사랑을 이남자가 하고 있단다.
분명 먼저 다가와 장난걸고 관심가지고 자신의 영역으로 끌여 들였던것 같은데 막상 진솔의 사랑이 시작되고 보니 이 남자는 다른 아픈사랑을 혼자 하고 있단다,,,그로 인해 진솔도 아파질 것이 뻔히 보인다
로맨스 소설을 읽을때 으레 그렇듯 나는 여주가 된다,,여주의 마음이 되어 책을 읽던 나는 여주의 마음이 되어 이건에게 다가가면서 어느새 나도 여주와 같이 이남자에게 빠져버렸다. 그래서 책읽으면서 진솔과 함께 나도 아팠다
나는 진솔이 참으로 좋았다. 진솔의 아버지는 어릴적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진솔이 스물살때까지 곁에 있다가 재가했다.
엄마의 재가로 혼자된 20살짜리가 엄마를 원망하는 대신 엄마의 혼수품, 이불부터 한복까지 같이 골라준 속깊은 진솔이 참 마음에 든다,,
소심하고 낮가림 심한 편인 진솔이 사랑이 찾아왔을때 그것도 설레임 두근거림과 함께 가슴 넘쳐 흐르는 안타까움으로 건을 바라보며 " 나요... 할말이 있어요...나...당신 사랑해요," 라고 고백했을때 "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솔직히 대답할께요.난 사랑이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 내 마음 들려다보는 일이 이젠 익숙하지가 않아요." (226) 라고 말하는 이건때문에 진솔과 함께 나도 상처받고 슬펐다
그러나 진솔은 포기하는 대신 "기다릴께요. 당신 감정 알게 될때까지 " 라고 용기낼줄 아는 진솔이 넘 좋았다.
이런 마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키워나가던 진솔에게 진솔의 심장에서 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상처를 준 이건의 말 한마디는 책읽던 나에게 헉!! 이런 나쁜~~넌 내 마음에서 아웃이야~~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어떻게 그런 말을(책을 읽으면 알수 있어요 ㅎㅎ) 진솔 앞에서 그여자에게 할수 있는지,,,ㅠ.ㅠ
진솔이 얼마나 아팠을까? 나도 상처받아 그 순간 책 읽다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라면 이런 사랑을 계속할수 있을까? 진솔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진솔의 선택은 나의 선택과 같았고 그래서 진솔과 함께 나는 아파했다. 그런데 진솔과 나의 마음을 녹여 버린 건의 한마디가 있었다.
"그날 빈소에서 , 나 나쁜 놈이었어요.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공진솔 보고 싶단 생각만 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 가고 싶었는데....정신 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잔아." (P408)
자신의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달은 남자의 이 한마디는 진솔을 울려버리고 나도 울려버리고 그리고 모든것을 용서하고 새롭게 시작할수 있는 힘을 지닌 한마디였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깨알같은 재미(웃음)를 선사하는 장면과 캐릭터들이 꽤 많다.
우선 이북사투리가 너무 멋졌던 건의 할아버지 이팔관 옹,인생을 아는 이분의 말씀과 위트(이분이 돌아가셨을때 나는 또 얼마나 울었던가 ㅜ.ㅜ) ,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몰라 우왕좌왕하는 진솔이 친구 가람, '너....다음 생에서도 나하고 만나자"라며 건의 짝사랑의 주인공 애리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던 김선우와 애리 커플의 10년의 사랑, 사랑이 끝나면 노래도 끝인여자,,,아바의 아네타, 주 무대가 라디오 방송국인만큼 라디오에서 일어날수 있는 재미있고 당황스러운 사건들,,
현실에서도 일어날수 있는 그런 사랑이야기,,그러나 당사자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세상 전부인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이 책속에 있었다.
난 잔잔한 일상처럼 아기자기하고 차분하게 그려지는 이 이야기가 좋다,,,여느 로맨스 소설처럼 재벌 남주, 가정사 있어 상처받았거나 옛사랑으로 상처받은 남주나 여주, 아름다운 여주지만 가정사로 힘들어 남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남주 집안에서 받대하는 여주, 악녀 등장으로 그들의 사랑에 끼어들어 여주 힘들게 하는 악조등 .,.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패턴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좋다,,,아마도 이책이 장르소설(로맨스소설)이 아니라 소설(현대소설)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전에 읽어본 이도우 작가의 <잠옷을 입으렴>을 읽으면서도 느껴졌지만 참으로 잔잔하고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그의 필체가 마음에 들었다.
건과 진솔의 자잘한 이야기로 몇번은 웃으면서 또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랑과 이별때문에 몇번은 울면서 이책을 보았다.
그리고 마무리는 행복했다,,,이 다음 이어질 건과 진솔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행복하게 책장을 덮었다.
다음에 또 생각나면 책을 펼쳐서 또 읽어보리라~~ 생각하면서..
장밋빛 인생을 살고 싶은 나에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진솔의 글을 옮겨본다.
사과나무에 핀 꽃이 아닌데 사과꽃이라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붕어도 안 들었는데 붕어빵이라 불리는 풀빵도 있죠?
살아가는 데 늘 장밋빛은 아니지만, 장밋빛이라 부를 수는 있어요.
오르리 햅번이 그랬던가요? 와인 잔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라!
그게 바로, 장밋빛 인생이다.................라고요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