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코츠키의 경우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7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이수연.이득재 옮김 / 들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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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문학을 제외하고 내가 러시아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접해본 러시아 소설이다.

이전 고전문학을 읽을때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길고 비슷하고 헷갈려서 책읽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더 찾아서 읽지 못했는데 그래서 이책도 그럴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이책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간단해서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무엇보다 토지문화재단은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작가로 러시아의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선정했다니 더 호기심이 생겼고 이책 [쿠코츠키의 경우]러시아 부커상 수장작, 이탈리아 펜네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이책속의 내용이 상당히 궁금하게 다가온다


울리츠카야의 주요 작품들 모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책 [쿠코츠키의 경우]도 파벨을 시작으로 한 가족으 3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17세기말부터 쿠코츠키의 부계쪽 조상들은 대대로 의사였다. 아버지 알렉세이도 의사였고 어린 파벨도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학서적을 읽으면서 성장했고 독일과의 전쟁과 볼셰비키 혁명으로 아버지는 사망했고 새로운 권력앞에 간신히 살아남아 파벨도 의사가 된다.
파벨은 환자를 진료하던중 특이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내면투시'능력이다. 점점더 내면투시 능력은 강해져 세포구조까지도 선명하게 볼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지만 유지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파벨은 여자들의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는 삶을 살면서 40대에 접어든다.
남들이 보기엔 외로운 삶을 살아가며 묵묵히 의료에 전념하던 중 '전쟁과부'인 엘레나를 치료하다가 결혼하고 갓 두 돌을 넘긴 엘레나의 딸 타냐를 양녀로 받아 들이고 그두모녀를 돕던 바실리사 할머니까지 이렇게 4식구는 함께 가정을 이룬다
금욕생활을 지켜야 하지만 엘레나와는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후에도 전과 다름없는 투시능력을 유지할수 있어서 그녀는 예외에 해당되었고,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파벨을 중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시대적 배경이 세계2차 대전의 전후인데 그 당시 넘쳐나는 전쟁과부와 고아로 인한 문제점들이 속출했고 그중에서도 파벨은 불법낙태 시술로 목숨을 잃어가는 수많은 여성들이 많아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낙태금지를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상부에 건의한다.
타냐의 친구엄마인 리자의 죽음(불법낙태)의 여파가 파벨의 집에도 미치게 되는데 낙태에 반대하는 엘레나와 의견에서 크게 부딪쳐 두사람은 결혼 한지 10년만에 처음으로 격한 말다툼을 하게 되고 그 싸움중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되고 불화의 불씨는 점점더 거세어져 돌이킬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죽은 리자의 딸인 타냐의 친구 토마를 가족으로 받아 들이고 같이 살아가면서 엘레나가 겪는 심적 고통은 커지면서 의욕을 상실한 엘레나는 수시로 망각의 순간에 빠졌고 급기에 기억을 잃었다,
2부에 이어지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좀 난해져서 뭐지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하지만 이어지는 3부 4부의 이야기들인 집을 나간 타냐의 이야기와 줴나의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독특했다.
대게 가족의 흐림이 부계로 피로 이어진다면 쿠코츠키 가족의 연대기에는 파벨의 피는 흐르지 않아 아무런 핏줄의 끈은 없다.

우리 삶의 터전, 사랑과 보호의 요람인 가족이 반드시 피로 이어져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며 비록 피로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서로 가족으로 받아들여 용서하고 사랑하며 인내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756쪽에 달하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그려 놓은 복잡하고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는 상당히 담담하게 그려져있는데 마치 고전문학을 읽는 느낌으로 나도 이야기속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어 읽었다.
오랜만에 가볍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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