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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2012년은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지 250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속에서 배운 정약용은 조선후기 문인,실학자로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라고 배웠다.
개혁을 원하는 정조와 그 뜻이 맞아 정약용의 오랜 후견인이 정조였지만 정조가 죽고나자 개혁의 뜻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오랜 귀양살이를 겪었으며 그 귀양살이 속에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끝내 완성해내 남긴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그리고 정조에 대해서 좀더 깊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책은 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어 죽인후 사도세자란 시호를 내린 비정한 아버지였던 영조와 정재원(약용의 아버지)의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관과 도포를 벗고 엎드려 "아비를 살려주옵소서" 라고 빌었던 열한살의 이산이 훗날 25살의 장년으로 보위에 올라 부친을 죽인 노론 벽파의 세력에 둘러싸인 외로운 국왕 정조가 되었다.
그는 열린 사회를 지향했던 개혁정치를 바랬으며 당색에 물들지 않는 의로운 청년들이 신세력으로 성장하기로 오랜 인내속의 기다림끝에 만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운명이였지도 모른다.
정조는 엄격한 잣대로 노론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자들을 중용해서 남인들을 많이 조정에 포진시켜 노론의 상대가 되게 하고 싶었지만 천주교를 신봉한 양반 대다수가 남인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불행의 씨앗으로 다가온것 같다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고, 단지 반대당파에 속한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닫힌 시대에 개혁을 바라는 군주의 힘이 되어주어야 할 남인들 사이에 천주교를 받아 들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또한 천주교가 큰 불행으로 다가온다.
정약용은 자신이 천주교를 받아 들인 두 가지 요인을 밝히고 있다. 하나는 천문,농경,측량 등에 대한 서양 과학기술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생설에 얽히기는 했지만 서학을 천주교라는 새로운 교리체계를 가진 종교가 아니라 유학의 한 별파로 생각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P298) 당초 서학에 물든 자취는 아이의 호기심과 장난 같은 것이였는데 그것으로 인해서 정약용의 가족은 대부분 사형 당하거나 귀양가고 또는 노비로 전락하는 불행으로 이끈다.
실제로 정조 15년,, 제사를 거부하고 부모의 신주를 불태웠다가 사형당한 진산사건(진산사건 주인공은 윤지충으로 정약용의 외종 육촌이였다)으로 인해 정약용과 정약전은 천주교에 대한 기존 생각을 버리고 확실히 떠났지만 집안에서 가장 늦게 천주교를 받아들인 약종은 형제들과 달리 끝까지 신앙을 기켰다.
정조가 죽던 당일로 정권을 장악한 노론 벽파는 성장한 남인들을 정계에서 몰아 내고 재기하지 못하도록 그 싹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이가환,이승훈, 정약용,정약전을 체포하게 되었고 정약종은 자진출두하여 신앙을 지키면서 두 형님이 종교를 떠났음을 증언하고 사형당한다.
이로 인해 그나마 멸문지화는 면했지만 형 약전은 16년만에 유배지에서 죽었고 정약용은 18년 동안이나 귀양살이를 했다.
정약용은 귀양살이를 하면서 세상과 소통할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학문으로 삼고 세상과 절연한채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 5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후세에게 남겼지만 폐쇄되고 닫힌 시대속에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 안은 불행은 참으로 쓸쓸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이책이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나온 시리즈1 편인만큼 다산 정약용 가계도부터 정약용을 둘러싼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익과 정약용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한 희대의 천재 이가환(이익의 종손), 세계 최초 자청 영세자인 이승훈(정약용의 매형), 정약용에게 천주교를 가르쳐 준 맏형 정약현의 처남 이벽, 그리고 개혁군주 정조 등등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올 역사속의 이야기를 쉽고 입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사진자료도 함께 설명해 주어서 이해되기 쉬웠다.
다만 역사 팩션 소설처럼 소설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역사부분의 학습서라는 점에서 다소 재미는 덜할수 있지만 이산 정조와 정약용 형제들에게 워낙 관심이 많아서 인지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한 인간과 집안, 그리고 군주의 이야기가 아주 안타까웠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