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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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인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에 선정된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유형의 땅]을 읽었다

몇달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 외면하는 벽]이 급속한 근대화가 만들어낸 의사소통의 단절과 서로를 버리고 외면하며 몰인정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8편의 단편이였다면 이책 [유형의 땅]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발표한 8편의단편.중편을 묶은것으로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각박한 세상속에 휘말리 민중들의 삶이야기가 아주 날카롭게 파헤져있었다.


세상살이를 위해 젊은 시절의 꿈과 어긋난 삶을 살아가며 급속한 근대화속에 수출 신장의 바람을 타고 외국을 돌아다니며 계약을 따내야 한다는 목적을 앞에 두고 마시는 술이 기분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사약으로 마셔야 한다는 말로 몸도 정신도 망가져 고질적인 피곤에 찌들어 죽어간 40대의 석호의 이야기인 < 사약 >은 지친 40대 가장들의 얼굴이였다.

 

 

극성이다 싶게 알뜰했던 엄마와 다정한 아버지, 3자녀의 단란했던 가정이 어느날 목숨을 걸고 속죄한 엄마의 자살로 옛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다가 엄마가 그렇게 변해버렸을까? 집 쓰레기통에 나가는 것은 연탄재뿐일 정도로 알뜰살뜰 살림꾼인 엄마는 '낭비는 죄악'이라는 모토아래 근검절약으로 11년만에 내집마련을 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끌지만 근대화와 함께 찾아온 부동산 투기에 빠져들면서 돈을 쉽게 벌려다 전 재산을 날려버린 엄마는 결국 죽음으로 속죄하고 온 가족들에게 아픔을 남긴 < 장님 이줄타기>

를 읽으면서 그 당시 부동산 투기를 금하는 법이 나오면서 아마도 숱하게 많이 일어난 이야기가 아닐런지...

 

머슴이였던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소년은 머슴살던 주인집의 닭을 훔쳐 팔아 중학교 2학년 중퇴의 학력으로 무일푼인채로 서울에 올라와 갖은 고생의 22의 삶을 보내고 이제는 직원4명의 작은곳의 사장으로 성공한다.

순 서울놈들인 두 아들에게 방학을 맞아 산 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자가용 몰고 22년만에 금의환양 고향 행차한 박점돌이 이야기를 담은 <자연 공부>시골도 근대화 바람으로 옛모습은 남은것이 없고 심지어 메뚜기, 개구리도 과다한 농약으로 보기 힘들고 기억속 추억속이 고향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책의 제목이기도 한 <유형의 땅>은 눈물 많은 나에게 첫페이지부터 눈물을 찔끔나게 하는 아픔으로 시작된다.
늙고 병든 노인은 밥 굶고, 가마니 깔고 자면서 6살난 어린아들과 함께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병들어 하루가 다르게 기운 쓰기가 어려워지는데 어느 노동판, 어느 길목에 쓰러져 죽을지도 모를 일인데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미리 고아원에 맡기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 아들의 손을 잡고 고아원에 찾아서 아들을 부탁하는 절절한 목소리는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가진 전 재산인 만원권 지페 2장과 새로 산 아들의 속옷, 그리고 <아부지 천만석>이란 글자가 적히 종이쪽지를 안기는 부정의 신음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천만석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50대 중반에 노인의 행색이 된채로 어린 아들을 고아원에 맡기는 신세가 되었을까?
젊은 만석은 대대로 종놈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서러움과 고통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양반과 쌍놈, 지주와 노비의 구별이 없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든다는 말에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만석은 그동안 겪은 억울함,서러움, 고통을 혁명 완수를 한다는 이름하게 부자와 지주을 처단하면서 쾌감속에 천천히 씻겨나가고 있었지만 아내의 부정한 행위를 목격한 만수는 살인을 저지르고 평생 쫓기며 숨어사는 신세로 전락하는데.....
<유형의 땅>이 [태백산맥]집필의 동기가 된 작품으로 손꼽힌다는데 그 시대 지주의 노비로 살아오면서 겪은 설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긴 민중의 뜨거운 삶의 이야기가 그속에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외면하는 벽]과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 단편.중편의 이야기지만 이야기하는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시대와 역사속에서 우리 부모님세대들이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엿볼수 있었고, 냉정하고 되짚어보라, 우리는 제대로 걷고 있는가(책띠지문구) 라는 말이 자꾸 생각하게 하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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