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 총천연색 이야기의 아릿한 맛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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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팬이야],[앤]의 뒤를 이어 3번째로 읽는 전아리의 책이다.
이 책속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각종 문학지에서 발표한 것으로 폭력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나로써는 [주인님, 나의 주인님]이라는 책제목으로 얼핏 유쾌하고 밝은 로맨스 소설쯤으로 생각도 해 보았지만 첫단편인 [작가 지망생]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내용에 헉! 이럴수가~~ 달콤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폭력을 주제로 다룬만큼 8편의 단편들은 폭력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 지망생]은 그나마 좀 나은편에 속한다.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소녀가 소설가인 할아버지의 집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할아버지와 문하생이라며 데려온 여인과 그녀의 원고를 둘러싼 부당한 권력의 행패를 보여주며 마지막에 보여지는 반전이 헉! 속았구나~하는 생각과 아울러 아!! 꼬시다~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 오늘의 반성문]은 읽는 내내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어릴적부터 아무잘못도 없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던 소년은 학교에서도 왕따로 학교폭력의 희생양이다.
죽도록 맞는 운명에서 벗어날수 없다면 차라리 즐겁게 얻어맞자!라며 즐겁게 얻어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때리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동경을 갖추어야 하다는 것을 깨닫고 복종하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몸부림 치는 정필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어 구타당하는 고통에서 기쁨을 맛보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정필은 스스로 자신을 ' 노력형 마조히스트'라고 자처한다. 스승이라며 의지했던 닥터홍의 마지막 반전이 독자들에게 웃음도 주지만 씁쓸함도 동시에 주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가 있다니~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재이] 는 부잣집에 업동이로 들어온 아기(재이)는 성도 없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이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지 않고 자라난다,,이 집안 사람들은 어린아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동물처럼 훈육하고 사욕되어 길들여지는데, 지하방에 숨어살던 야수같은 재이가 그들에게 행하는 복수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어느 한 쪽 성으로도 고정 시킬 수 없는 K, 남성이면서도 동시에 여성이기를 원하는 K를 두고 아버지와 딸이 동시에 K를 사랑한 이야기 [K 이야기]는 아버지는 여자 모습의 K를 그녀는 남자인 K를 사랑했다. 잘못된 사랑의 형태와 집착을 보여주는듯 했는데 마지막 단어 ...삐....탁 때문에 단편을 읽고 나서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이야기다.


왜 소녀는 소년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까? 벗어나려는 노력은 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던 단편[ 플러스마이너스]는 내내 때리고 괴롭히고 착취하는 소년과 소년에게 약점을 잡힌 소녀가 시종일관 소년에게 조종당하고 빼앗기고 폭력을 당하는 이야기다.
어린 소년이 어떻게 이렇게 사악할수가 있는지, 소년이 점점 성장해갈수록 소녀를 더욱 착취하고 이용하는 모습에 인간이 이렇게 악할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고 소녀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외 [ 쥐],[ 거울 속으로],[클럽 구즈] 도 각각 다른 폭력의 형태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주와종, 가학과 피학, 가해자와 피해자, 폭력과 미학의 이야기가 담긴 8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비록 소설속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비인간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속에서 뉴스속에 끊임없이 들어오던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것은 귀신도 아니요 동물도 아니요 바로 사람이라고 하더니,,인간이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악할수가 있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꾼 답게 흥미있는 주제로 만들어낸 반전도 있는 능수능란한 글솜씨에 순식간에 책에 빠져서 뚝딱 책한권을 읽게 만든 책이였다.
아울러 폭력에 대한 문제점과 인간 본성의 깊이 자리한 폭력,악,욕망을 다룬 글이라서 점점 전아리의 글이 깊이를 더해 간다고도 느껴지는 책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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