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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비가 좋다,,만물의 소생을 알려주는 봄비부터 차가운 공기에 차갑게 내리는 겨울비까지 비는 나를 왠지 모르게 감상적으로 만든다,,,비오는 날이면 잘 마시지 않는 커피 생각이 나고 창문을 열어서 비 오는 모습을 보고 싶게 만들고 평소에 잘 듣지 않는 재즈 음악을 틀게 만든다.
이렇게 비라는 소재는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고 옛날생각을 하게 만든다,,그래서 이 책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를 보고서는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한국 문단의 대표 여성작가 7인이 ‘비’를 테마로 집필한 중.단편들,,나이대도 나와 비슷한 여성작가들,,그녀들은 비를 테마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 놓을까?? 다소 감상적일 수 있는 '비'라는 소재를 여성적인 감성으로 그려 놓았을까?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여성작가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 같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강한 문체들을 가지고 있었고,,여성작가의 감성적인 글보다는 다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던 단편들도 많았다.
김숨의 [대기자들] 은 책 읽는내내 나도 책속의 주인공처럼 내내 불안하고 초초했다,,글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치과라는 곳은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가고 싶지 않은 무서운 공간이다,,,사랑니 발취하기 위해서 치과를 찾은 주인공,,그러나 점심시간이 2시에 끝남에도 진료는 시작이 되지 않고 밀려오는 대기자들의 숫자는 늘어나고,,누구는 기다리다 지쳐 병원을 나가기도 하고 누구는 말을 붙여 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전에 치과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만났던 적도 있었고,,창문 밖에서는 어김없이 비는 내리고 있다,,진료를 기다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자신의 대기 순번이 끝까지 보장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의 시간들,,그리고 그 시간에 마지막이였을지도 모르는 엄마와의 전화통화,,,답답하고 초조한 기분이 그대로 전해와서 글읽는 내내 그 기분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김미월의 [여름 팬터마임] 은 재미있게 읽었다,,이 단편을 읽고있노라면 학창시절이 떠오르고,,,짝사랑,,실연,,치명적인 실수나 거짓말,,돌이키고 싶지 않은 실수나 거짓말로 내내 돌이켜 보면 부끄럽거나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알까 봐 두려워 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움츠려 드는 그런 이야기가 이 단편 속에 있다.
황정은의 [낙하하다]는 삼 년째 떨어지고 있는 주인공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이 주인공의 죽음인지 아니면 비일 수도 있다
다른 단편들 보다는 좀더 다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이다.
이용만 당한 아내와 헤어지던날 비가 내렸고 그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 앓았으며 그 후로 다락방에서 세상과 단절된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그러던 어느날부터 허공에서 흩날리는 티슈를이 날아든다,,,물기 있는 곳에 닿아 생긴 흔적이 있는 티슈, 일부러 찍어 놓은듯 입술자국이 있는 티슈, 누군가 방법을 알려 준다면..이라는 글귀가 적힌 티슈,,,
티슈는 그냥 티슈가 아니였다,,주인공처럼 이렇게 삶의 방법을 고안해내지 못해서 고립과 단절감을 가지고 있는 이가 세상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그런 절규가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7인7색의 여성작가들이 말하는 비는 다 달랐다. 짧은 단편들을 통해서 다양한 다양한 빛깔의 비를 경험하게 해 주었고, 독창적인 생각과 그들의 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참으로 즐겁게 다가왔다
보석같은 일곱 여성 작가들이 지어낸 일곱 빛깔의 비 이야기를 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두번째로 찰간하게 될 테마 소설집의 주제는 눈 (snow) 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집도 너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