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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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일본소설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사이 >등 수많은 작품으로 국내 480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일본 최고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 저도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신작이 나왔다하면은 아묻따 보게 되는 작가입니다.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라니!!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새해 새날을 앞둔 섣달 그믐날 밤, 80살을 넘은 세 남녀는 두 달만에 한자리에 모입니다. 1950년대 말, 20대 중반쯤의 그들은 미술관련 서적을 다루는 작은 출판사에 취직하면서 세 사람은 쭉 사이좋은 오랜 친구사이로 지내오고 있었는데 , 죽이 잘 맞는 세 사람은 회사가 망한 이후에도 그들만의 모임을 이어 가며 연락을 이어 오고 있었죠. 그렇게 어느새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세 남녀는 새해 새날을 앞둔 섣달 그맘날 밤, 그들만의 모임을 하고 난후 호텔 방에서 함께 목숨을 끊습니다. 그것도 엽총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말이죠.


호텔에서 노인 셋이 엽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은 새해 첫날 뉴스를 장식합니다. 세 노인의 가족들은 그 노인들이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지인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채 새해 부터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에 놀라지만 자살한 노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잊혀갑니다. 뉴스에서는 세 사람 다 80대라는 것만 전해졌을 뿐 그들의 관계도 동기도 불분명했죠. 현장에는 유서가 남겨져 있고 자살이라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고 전할뿐이죠.

나중에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세 노인의 가족들은 너무나 충격과 함께 너무나 의아해합니다.

왜 하필 섣달 그믐날 자살했을까? 왜 이토록 선정적이고 세상 시끄러운 방법을 선택했을까? 도대체 왜 자살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든 여섯살의 시노다 간지는 최근 암을 앓기는 했지만 이런 사건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남은 생이 그리 길지는 않았을 것이며 가족들과는 별 갈등이 없었습니다. 여든두 살의 미야시타 치시코 여사는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으며 몸도 아픈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리고 마지막 여든 살의 시게모리 츠토무는 그나마 제일 자살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사람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남겨진 가족도 없으며 금전적으로도 빚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 사람은 정말 이렇다할 나쁜 선택을 할 이유가 없는데 남겨진 이들은 모두 의아할 뿐입니다.

이야기는 세 노인의 자살이라는 중심적인 사건을 두고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을 꽤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워낙에 다양하고 그들이 들려주고 회상하는 에피소드 들이 다양해서 처음에 너무 헷갈립니다. 그래서 이름을 적어두고 관계도를 적어두니 그나마 파악이 되더라구요.

처음 독자들은 내내 궁금할 것입니다. 세 노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들의 관계에 숨겨진 비밀은 없는지 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야기는 남겨진 이들의 일 상을 그려내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남은 유족이 다양한 경로로 고인들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입을 통해서 잔잔하게 진행이 되는데.... 누군가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원망을 하며 누군가는 자책을 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구요.

각각의 방식대로 가족의 자살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분출하기도 하면서 또 그렇게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보면은 어느새 나도 처음에 궁금했던 것들은 더이상 궁금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그렇게 잃는다는 것은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차리 모든 것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든것이니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알수는 없는 일이며 , 가족의 죽음을 그렇게저렇게 받아들여야만 하니깐요.


저 또한 올초 1월달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천수를 누리고 노환으로 가셔서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버지의 더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슬픔에 잠식될만큼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차근차근 오더라구요. 문득문득 슬픔에 눈물이 흐르고 아침에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목놓아 우는 일을 몇달을 겪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가족을 잃으신 분들이 참으로 많을 듯 합니다. 그들 모두도 다 이런 슬픔과 과정을 겪으셨을 테죠.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가 아주 담담하고 그녀만의 방식과 문체로 이런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 우리 각자는 또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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